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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오직, 레오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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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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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를 벗으니, 조금 지친 얼굴이 드러났다. 그는 솔로 가수로서 내는 두 번째 앨범의 막바지 작업 중이라고 했다. 인터뷰를 하기 며칠 전에 레오는 뮤지컬 ‘엘리자벳’의 죽음(토드) 역할을 마치고 일본에서 뮤지컬 배우 카이와 함께 갈라쇼를 진행했다. 그리고 인터뷰가 끝나고 며칠 뒤면 ‘더 라스트 키스(황태자 루돌프)’, ‘엘리자벳’에서 함께한 김문정 음악감독의 콘서트 무대에 서고, 솔로 콘서트도 진행하기로 돼 있었다. 피곤하지 않기가 더 어려운 일정이었을 것이다.

 

항상 앨범이 나올 시기에는 이런 경우가 다반사일 테니까. 음악이, 무대가 그렇게 좋아요? (웃음)


좋죠.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노래 부르는 걸 되게 좋아했어요. 처음 따라 부른 팝송이 1999년에 나온 제시카(Jessica)의 ‘굿바이(Goodbye)’였어요. 누나들 카세트테이프로 들으면서 가사를 한글로 받아 적고 따라불렀던 기억이 나요.


‘그래서 가수가 된 거군요.’라고 하기에는 빤하게 느껴지는 과거의 이야기. 유명한 뮤지션의 음악을 좋아했고, 사실 음악이 뭔지도 몰랐는데 가족들 중 누군가의 영향을 받아서 좋은 노래들을 듣게 됐고, 무심코 음악 방송을 봤는데 너무 충격적이었다는 말들. 누군가에게는 그저 예쁜 추억이지만, 가수가 된 사람들에게 이런 기억은 무엇보다 귀중하다. 누나를 통해 음악을 알게 된 소년이 선배 가수인 휘성의 연말 시상식 무대를 보고 ‘저걸 해야겠다.’고 결심한 날은 그의 인생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날이었을까.

 

레오가 속한 보이그룹 빅스는 K-POP 아이돌 퍼포먼스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레퍼런스다. 빅스의 무대는 시작부터 끝까지 하나의 이야기 구조를 지니고 있다. 정식 활동 기간 때보다 연말 시상식에서 더 큰 화제를 낳았던 ‘도원경’은 오히려 빅스가 6년이라는 시간 동안 꾸준히 쌓아온 노력의 결실이었을 뿐이다. 그래서 레오는 빅스에 관해 이야기할 때 가장 자신감이 넘치는 태도로, 시원시원하게 응수했다.

 

그 정도로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하루아침에 된 게 아니고, 저희는 <다칠 준비가 돼 있어>부터 해왔던 걸 하는 거니까요. 그때부터 굉장히 많은 걸 공부했어요. 한 번에 따라 하기에는 <다칠 준비가 돼 있어>라는 퍼포먼스가 상당히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여전히 빅스의 서사 안에 무겁게 자리하고 있어요. 그 곡이 나온 뒤부터 저희는 항상 앨범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끝내기까지의 과정에서 ‘콘셉트’ 자체에만 집중했어요.

 

이날, 나는 레오와 정택운을 한 자리에서 동시에 만날 수 있어서 무척 재미있었다. 가수로서의 이야기를 할 때, 나는 그를 ‘레오’라고 말했다. 하지만 빅스의 레오가 아닌 솔로 가수 레오는 자기 안에 있는 또 다른 사람을 찾아 헤매는 사람의 설레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당신이 원하는 레오는 어떤 레오인지 궁금해졌다.

 

기존의 이미지를 좀 벗어나고 싶었나 보네요.


항상 언급되는 것들 있잖아요. 나른하거나, 퇴폐적이라고 하는 이미지들. 그걸 피해 보고 싶었어요.  [뮤즈]는 제가 잘할 수 있는 것들 안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낸 앨범 같아요. 섹시한 느낌은 여전히 가지고 가지만, 음악이나 안무에 차용한 장르가 전과는 다르죠. 레오의 플레이리스트에 새로운 게 채워진 거예요.

 

 

 

 

뮤지컬 이야기가 시작됐을 때, 나는 그를 ‘정택운’이라고 불렀다. 예명과 본명을 통해 그의 정체성을 구별 짓는 일은 아주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하지만 재미나 흥미와는 별개로, 인터뷰를 정리하면서 고민에 빠졌다. 이 사람을 아이돌 그룹의 멤버라고 강조해야 할까, 솔로 가수라고 강조해야 할까, 뮤지컬 배우가 되기 위한 사람이라고 강조해야할까.
 
성격은 급한데, 무척 꼼꼼한 편이라고 알고 있거든요.


완벽하게 해결이 되지 않으면 잠을 못 자요. 회사 작업실에 있다가 집에 가서 자려는 순간에 다시 뭐가 떠오르는 경우가 있잖아요. 음성 메모로도 안 되겠다 싶으면 다시 회사로 와서 작업을 시작해요. 연기를 하면서도 오늘 내가 원하는 만큼의 감정을 끌어내지 못했으면 거기서 벗어나지를 못해요.

 

녹취록에서 이 부분을 찾아내고 나서 그 고민이 그다지 쓸모 없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냥, 레오도 정택운도 자신이 만족할 때까지 갈고닦으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일 뿐이다. 그런 그가 곧 다가올 인생의 인터미션 이후,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 생각인지 묻는 질문에는 다소 엉뚱하다 싶은 대답을 내놨다.

 

“제가 실은 운명론자여서요.  2막은 흘러가는 대로요.”

 

수많은 아이돌들을 인터뷰했지만, 이런 대답을 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노력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제목을 만들려다가 그 마지막 말이 계속 맴돌아서 제목을 바꿨다. ‘여기, 레오의 운명’이라는 말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여기에만 머무는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한 번 바꿨다. ‘오직, 레오의 운명’이라고.


http://m.ch.yes24.com/article/view/39553

너무 멋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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