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퇴근길 가야할 필요를 못 느껴서 딱히 생각도 한 번 안 해봤는데... 가장 큰 이유는 가서 할 대화가 없고
그냥 별 말 없이 싸인만 받기엔 딱히 싸인을 원하지도 않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세 작품 째 보니깐 뭔가 한 번쯤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가봤다
그리고 물어보고 싶은 것도 하나 생겼었거든 이전 이전 작품에 대한 거였지만
퇴근길 하는 거 지나가다 멀찍이서 본 적은 있었지만 내가 거기에 속해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기분 묘하더라...
내 배우는 퇴근길 기다리는 사람들 많은 편이 아니라서 그건 맘이 편했어
팬카페 관리하는 분이신거 같으신 분이 줄도 간단하게 정리하시더라고
사진 찍는 사람들은 옆에, 싸인 받을 사람들은 따로...
앞에 사람들이 싸인 받으면서 간단하게 대화도 하는 거 같길래
오 대화해도 되는구나 하고 신났는데
근데 대체 뭔 얘길 하면 되는거지 싶었고...
내 차례 됐는데
일단 그날 티켓에 싸인 부탁드리는데 벌써 머릿속이 비어버린 거 같았고
내 안의 사회성 열심히 깨워서 오늘 공연 너무 잘 봤다고 인사하고
지난번 회차때보다 많이 재밌어진거 같다고 하고 (그땐 프리뷰중이었음) 사실 이거 인사치레 아니고 진짜 진심이었는데
배우분이 "더 재밌어 질 수 있어요^^" 하고 참 영업사원처럼 말씀하심
나 : 아... 더 재밌어 질 수 있나요 ㅎㅎ
배우 : 그럼요^^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면...^^ 더 좋아질 수 있어요 (무슨 선생님 훈화말씀 듣는 줄)
배우들 싸인에는 뭘 써줄까 했는데 내가 딱히 뭐 써달라고 요청 안 해서 그런지 그냥 자기 배역이름만 남겨주셨음
근데 그런 심플한 것도 맘에 들어.........(노답)
그러고 물어보고 싶은거 있어서 물어봤는데
생각보다 엄청 세세하게 이유를 말씀해주시는거야
예를 들어서 1~5번 선택지 중에 왜 N번을 골랐냐 이런 질문이었는데
1은 왜 안 골랐는지, 2는 왜 안 골랐는지 이렇게 하나 하나 말씀해주셔서
헉 이렇게까지 상세한 대답을 원한 건 아니었는데, 싶으면서도 너무 자상해서 좋았음
어쨌거나 n번을 고른 이유가 딴 거 아니고 "합리적인 판단"이었다는 것도 너무 배우 성격 보이는 거 같아서 좋았고
약간 정신 나가고 있었던 내가 다음에 또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배우 쪽에서 해야하는 거 아닌가 싶은 인사를 했는데
배우님이 공연 많이 보러오라고 하셔서
네 많이 볼 거에요!!!!! 하고 그대로 나와서 뒤도 안 돌아보고 집에 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싸인 받고도 사진 찍거나 하느라 옆으로 가서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던데
나는 그럴 정신이 아니었고 집에 가고 싶어서 ㅋㅋㅋ
끝까지 기다리면 아마 약간 전체 인사 한 번 하고 헤어지겠지?
대화 내용이 어쨌거나
그냥 인터뷰 영상 같은데서나 보던 그 나긋나긋하고 상냥하고 조곤조곤한 말투를 직접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는 게 너무 좋았어
이래서 사람들이 퇴근길을 가는거구나 싶었지
근데 역시 아주 가아끔 진짜 물어본 거 있으면 묵혀놨다가 가는 걸로 괜찮을 거 같아
기다리는 것도 힘들고 기회 될 때마다 챙기려고 하면 너무 피곤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