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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210717 드큘 낮공 샤선녀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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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17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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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절망 속에 널 가둘 수 없어"

너무 슬프면 눈물이 안 난다는 걸 또 경험함
눈앞에 있는 샤선녀가 나대신 다 울어주고 있고
난 그 감정에 잠식당해서 가슴이 꽉 막힌 것마냥
그냥 먹먹한 마음으로 보면 되는.
그런 미친 공연이었다

가끔 신기해
대체 이 페어합은 어디서 나오는걸까
물론 초연때부터 호흡하며 쌓인 시간이
이 페어를 더 견고하게 만들어주는거겠지
근데 그걸 떠나서 어째서 선녀미니는
샤큘을 만나면 이렇게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오고 또 밀려올까
샤큘은 왜 선녀미나를 만나면 이렇게까지 유약해질까
서로 꼭 들어맞는 퍼즐조각마냥
매 순간 연기적으로.캐릭터적으로
완벽한 밸런스를 이루는게 신기해

관객인 나조차 그 둘의 연기에 공명하는 느낌이야

최근 샤선녀 봤을때는 선녀미나 감정이 막 철철 흘러넘쳐서
새롭지만 또 선녀가 이렇게까지 운다고...? 하는
느낌이 분명 있었는데 오늘은 딱 이성과 감성의 중간에서
올곧게 서 있는 미나였음
드라큘라라는 안개 속에 빠져들면서
고통도 점점 무겁고 깊어지는 그 변화가 너무 잘 보였어

한편 샤큘은 미나 앞에서 긴장도 많이 하고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변하기도 하는.
부드럽고 유약한 드라큘라였어
평소에 화를 드러내는 부분에서도 많이 풀어져있었고
미나한테 거부당하는데 두려움도 많고. 상처도 크게 받음
미나가 자신에게 돌아와주길 간절히 '기다리는' 드큘이었음

오늘 공연 최고의 넘버는 앳라스트~러빙유였음
자기자신보다 상대방의 절망을 더 못견뎌하는 그 모습이.
애틋한 마음으로 서로를 달래고 붙잡는 그 모습이
간질거리면서도 너무 슬펐음
특히 샤큘이 럽킬얼 "그댄 나만의 숨결" 부르던중
평소와 좀 다르게 '그댄'에서 울음기를 드러내는데
그 찰나에 400년의 감정이 훅 쏟아지는 느낌이었어
선녀가 꿈같은 삶 완벽한 인생~ 할때도
샤큘이 선녀보며 고개 약하게 젓는데 보는 내 머리가 멍했음

무엇보다 사연 샤선녀의 백미는 플돈미씬 대화라고 생각함
분명 눈앞에서 서로 마주보고 대화하는 것이 아닌데
대사호흡 강약 감정 모든 게 다 빈틈없이 들어맞는게 소름이야
사람들이 다른 장면보다 쉽게 눈여겨보지 않을.
하지만 두 캐릭터의 감정 변화에 중요한 장면을
이전 시즌보다 더 견고하게 완성하는
샤선녀의 노력이 오늘 유독 더 잘 보이더라
(오늘 보면서 아 이 장면 계속 돌려보고싶다 생각했어...)

2막 후반으로 갈수록 객석이 숨죽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
관객들 전부 캐릭터 감정에 오롯이 집중하고 있구나 느껴질만큼
객석 공기가 되게 무거웠음
반헬싱의 말에 샤큘이 아냐..하면서 고개를 젓고
러빙유맆에서 감정적으로 확 무너지는데
샤큘 이때부터 목소리에 울음기가 꽉 차오르기 시작하더라
이후 피날레에서는 정말 많이 울고 거기에 풍덩 빠져버린 느낌

선녀미나는 앳라스트에서 오히려 드라큘라를 마주하고
홀가분하고 단단해진 느낌이었는데
샤큘은 거기서 한 번 더 감정적으로 훅 주저앉는 느낌이었어
미나도 시간이 지날수록 드큘과 함께 점점 무너져내리니까
보는 사람 속도 끝없이 무너짐

선녀미나 마지막에
"오직 사랑만을 위한 그를... "부르다
용서해요하는 뒷말을 꽤 오랜시간동안
(물리적인 시간상으로는 찰나겠지만)
잇지 못하고 울음소리만 들려주는데
이게 너무 너무 아팠어

오늘 샤선녀 서로 마주보고 함께한 시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없이 원하고 그리워만 하다 헤어진 느낌이라
영원한 하룻밤이라는 문장이 더 잘 와닿았어
오랜 사랑이 너무 찰나에 지나가버린 느낌


탈선씬은 분위기 몽글몽글 그 자체였는데

드큘:이쪽으로 오는 기차들을 모두 탈선시켰거든요
미나:뭐라구요?
드큘:저스트 조크(덴티큐)
미나:여자를 웃게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 같네요
드큘:재미..없나요? 진짜 탈선시키고 올까요?
(엄지손가락 뒤 가리킴) 금방 됩니다

아무튼 신이 가혹하다
오늘도 신 욕하면서 극장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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