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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210821 엑칼 재연 자첫 후기 (ㅅㅍ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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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1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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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자첫했다
가볍게 스포들 찾아보고 갔는데도
상상 이상으로 많이 달라져서 놀랐어
다행히 바뀐 부분에서 중요스포는 다 피하고 자첫함
먼저 총평을 말하자면
'창작뮤지컬 재연의 가장 좋은 예'라는 생각이 들었어
초연보다 확실히 발전된 부분이 많고
극의 짜임새가 더 좋아져서 캐릭터도.이야기도 풍성해짐
오늘은 자첫이라 초연과 비교하면서 봤지만
몰입도 잘 되고 만족스러웠어
바뀌면서 좋다고 느낀 점.아쉬웠던 점 적어볼게
1.극의 분위기

극장.캐릭터의 활용과 서사를 풀어내는 방식. 연출. 오케 편곡
여러 면에서 초연이 확실히 더 담백하고 묵직한 느낌이야
서정적인 분위기도 초연이 더 짙어
재연은 극이 더 매끄러워지고 탄탄해진 반면
밝고 가볍고 그러면서 강렬한 느낌
이 변화가 누군가에게는 불호일 수 있는데
가볍다는게 결코 나쁜 의미는 아님
무게감이 꼭 질적인 차이를 말하는게 아니니까
보다 다양한 연령층이 재밌게 볼 수 있도록
관극 장벽을 많이 낮췄다고 생각함
쉽게 판타지소설을 예로 들자면
초연이 반지의 제왕. 재연이 해리포터같달까
개인적으로는 초연 분위기를 더 사랑하는데
재연도 재연 나름의 매력과 재미가 분명 있었어

2.아더를 그려내는 방식

초연은 아더'왕'의 이야기 
재연은 '아더'왕의 이야기라고 생각함

재연의 아더는 초연의 아더와 그 성질부터 다른데
초연은 처음부터 용의 분노를 품고 있는 청년 그 자체라면
재연은 용의 분노를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는 청년임
그래서 초연 아더는 근본적으로 훨씬 남자답고 날카로움
재연 아더는 태생적으로 순수하고 따뜻함 
난 초연 때 아더가 혹독한 사춘기를 겪는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는데 어떻게보면 재연 아더가 진짜 
우리가 생각하는 딱 그 나잇대의 사춘기 느낌같더라
난생 처음 느끼는 분노, 처음 알게된 책임감 이런 것들이..
  
초연은 아더를 두고 운명과 사람들의 추대 속에 왕이 된 후  
다시 한번 시련을 거쳐 진정한 왕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그림
그래서 아더를 보고 있으면 무대 위 바위산의 높이만큼 
끝없이 혼자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지독하게 외로워지는 느낌 받음 

근데 재연 아더는 왕이기 전에 한 청년의 성장기 느낌에 더 가까움 
특히 낮은 곳에서 사람들과 같이 계속 어우러지며 
그 힘으로 나아가고 다시 일어나는 모습이 더 잘 보임 
초연에 비해 얘는 어떻게든 잘 이겨내겠다 누군가가 잘 붙들어주겠다 
이런 생각이 드니까 별 걱정(?)은 안됨
아무튼 아더라는 사람 그리고 그 주변의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가를 더 보게 되는 지점이 있었어

3. 캐릭터의 변화

주요 캐릭터들 전부 성격이 많이 바뀌었는데 
대사 추가되고 장면 넘버 재배치하면서 
관계성은 더 분명하고 견고해져서 좋았음

특히 첫 등장 첫 대사부터 더 독하고 냉정하고
욕망에 충실해진 모르가나가 가장 인상깊었음
악역으로서 아더와의 대비가 극명해지고  
멀린과의 애증관계도 더 뚜렷해져서 좋았음 
악역 색깔이 짙어지면서 
멀린 한정 유약해지는 모습도 더 매력적임

초연 펜드라곤 남매는 예민하고 불같은 성격이 닮아서 남매같았는데 
재연 펜드라곤 남매는 극과 극인 성격에서 아더가 흑화한 후에 
유사한 면모를 보여주니까 동생을 조종하는 
모르가나의 행위가 더 악랄하게 보임   

그리고 사실 초연에서 모르가나와 멀린의 관계는
모르가나의 일방적인 짝사랑이었다고 생각했음
하지만 재연에서 멀린이 모르가나한테 연민 섞인
애정을 확실히 보이니까 둘의 전사가 더 잘 이해되고 
둘의 파멸 역시 더 강렬하게 느껴짐

기네비어 캐릭터도 2막 엔딩까지 훨씬 주체적이고 
일관된 모습으로 만들어준 것 같아
개인적인 고뇌는 물론 아더와의 사랑,
렌슬럿과의 불륜도 마냥 갑작스럽지 않아서 좋았어
아더와는 서로 스며들듯이 사랑에 빠지고 
렌슬럿과는 불륜 직전까지 왕비-기사, 믿음직한 동료로서
그 선이 분명해서 좋았음 
개인적으로 초연 기네비어들이 
다시 이 서사로 공연하는 모습 보고싶다는 생각함

렌슬럿 캐릭터는 초연보다 훨씬 편하고 유쾌한 성격에
짝사랑캐로서 그 매력도 많이 올라간 것 같음
개인적으로 초연 렌슬럿은 아더에 대한 약간의 열등감,
경쟁심리, 외로움 이게 더 강조되서 
아더와 형제인 동시에 또래의 '경쟁자' 느낌이 조금 쎘는데
재연은 확실히 아더의 믿음직한 형, 그리고 '기사' 느낌이 쎄
카멜롯의 기사이자 기네비어를 멀리서 지켜보는 기사 
렌슬럿의 짝사랑 서사가 1막부터 확실히 차곡차곡 보이는데다
기네비어와의 불륜이 재연에서 훨씬 '충동적으로' 느껴져서 좋았음

아버지이자 '멘토'로서 엑터의 존재감이 커지고
아더와의 관계가 극 서사에 쭉 깔리는게 마음에 들었음 

4.무대 연출

일단 극장이 작아진만큼 무대가 꽉 차는 느낌이 더 있긴 함
초연보다 영상을 활용한 몽환적인 분위기는 덜하지만 
무대를 구석구석 잘 쓴다는 느낌을 받았어

구성이 바뀌면서 1막 오프닝과 엔딩이 완전히 바뀌었는데
개인적으로 오프닝은 불호였고, 엔딩은 호였어 
오프닝에서 우더 서사로 멀린>아더를 암시해준건 좋은 시도였으나
난 초연의 아더 탄생과 청년으로 성장한 아더가 운명으로 뛰어들듯
무대에 등장하는 오프닝 연출을 정말 좋아했어서...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음
1막 엔딩에서 엑스칼리버를 활용하여 아더의 분노를
보여주고 2막 시작할 때 핏빛 하늘 영상으로 
감정선을 쭉 이어주는 연출 좋았음 

막에 새겨지는 엑스칼리버 로고 연출은 
각 시즌 오프닝에 잘 맞았던 것 같음
초연은 대서사시를 기록하는 느낌이고 
재연은 칼이 딱 꽂히는 효과로 시작해서 
 
전쟁씬은 아무래도 초연이 더 좋았던 것 같음
세종의 광활한 무대에서 다 뒤섞여 이리저리 싸우는게 
훨씬 아득하고 또 벅찬 느낌이 있었음
블퀘는 아무래도 동선이 짧다보니 
대신 조명을 많이 활용한 것 같은데 살짝 과하다고 생각했어
렌슬럿 퇴장 전후씬은 슬프지만 조금 담백했으면 어땠을까 싶었음

5.기존 넘버의 변화, 재해석

'내 앞에 펼쳐진 이 길' 
초연에서는 오롯이 아더 혼자 걸어가는 느낌의 넘버였는데 
재연에서는 아더가 모두의 응원속에 용기를 얻고 나아간다는 느낌 받음

'그가 지금 여기 있다면'이나 '없는 사랑'은 
아더-기네비어-렌슬럿의 삼각관계가 잘 그려짐 
(사실 그가 지금 여기 있다면은...
아더가 왜 기네비어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지 
또 아더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해주는 넘버라서
아더-기네비어 관계에 집중된 초연 버전이 더 취향임)

'눈에는 눈'에서 모르가나가 아더를 조종하듯 
함께 엑스칼리버를 멀린에게 겨누는 연출이나 
'심장의 침묵'에서 엑터를 통한 아더의 각성을 그린 부분도 좋았어
특히 심장의 침묵은 초연에서 벼랑 끝에 내몰려 
절망을 있는 그대로 쏟아내는 넘버였는데 
이번 재연에서는 엑터의 대사와 기존 가사를 활용해 
아더가 느끼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깨달음을 
보여주는 넘버로 보다 새롭게 변화되서 신선했음
(감정 부분에서 취향은 초연인데 서사로는 재연이 잘 와닿았음)

6.바위산 활용 

바위산이 많이 낮아지고 중앙부분이 넓어졌는데
대신 디자인적으로 훨씬 사실적이라 예뻤음
무대디자이너 사전 인터뷰 봤었는데 확실히 바위산을 
이리저리 옮기면서 새롭게 활용하는 장면들이 많았어서
그거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음

다만 2막 엔딩에서 1막과 달리 아더가 산을 험난하게 
오르는 장면이 초연만큼 길게 잘 살아나진 않아서 아쉬움

7.오케스트라 편곡 및 연주 

오케 연주 넘버바이넘버가 좀 심해 
특히 불타는 이 세상에서 너무 달려...
편곡도 일부 넘버들에서 굉장히 조악하게 들렸음
기존 구성을 아니까 중요 넘버들에서 
악기들이 확 빠지면 넘버가 많이 비어서 들린다는 느낌 받음


8.재연에서 가장 좋았던 장면
 
기억해 이 밤

초연에서도 가장 좋아했던 넘버이자 장면이었는데
재연에서는 아더가 다른 기사들과 똑같은 옷을 입고 
대관식은 그대로 하되 산을 내려오더라?
원탁에서 다른 기사들과 같이 맹세를 하고 
일렬로 서서 노래 부르는 모습이 
아.. 재연의 아더가 어떤 방향성을 가진 캐릭터인지, 
재연 엑스칼리버가 어떤 메시지를 주고싶은지 
확 와닿는 장면이었음

8.배우별 짧은 감상

경력직 최고 더 업그레이드 됐네 
샤아더-장모르가나 남매케미 못 잃어
둘다 강약 완급조절이 좋아서 캐릭터가 정말 입체적이야

샤야더가 "노을아~햇살아~"하는데 연습실에서
괜히 말부자 소리 들은게 아니구나 생각함
종문엑터와 부자케미가 너무 좋아서 마음 따뜻해짐

뉴캐인 서연기네비어는 1막 넘버들은 많이 불안한데
2막은 그래도 괜찮더라 로딩은 좀 더 필요한 것 같아 

글이 많이 길어졌다
아무튼 이 극에 관심있는 덬들은 한번쯤 봐주면 좋겠다
초연은 주인공 아더가 확실히 잘 보이는 극이었다면
재연은 정말 모든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잘 활용되는 극이 됐음
넘버맛집 관계성맛집 같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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