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공연 보고 왔고 캐스팅은 고상호, 홍승안, 최연우였어
나는 초연을 세네 번 정도 봤기 때문에 재연 첫공 봤을 때는 정말 당황스러웠음ㅠ
바뀔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조금은 초연 때 좋았던 포인트들을 섞어주지 않을까 기대를 했었거든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어리둥절한 상태로 나와서 어제 다시 보러 감
일단 한 번 봐서 바뀐 걸 알고 가니까 재연은 또 재연 나름대로 재미가 있더라
초연은 뭔가 비지터로 시작해서 비지터로 끝나는 느낌? 하이라이트 곡의 제일 절정인 부분도 비지터가 다 부르고 의상도 비지터에만 힘 뽝 준 느낌 나고..
그에 비해 재연은 부부와 그외 인물들한테 많이 초점을 분산시킨 느낌이었어 1막은 남편, 2막은 아내한테 조명이 비추면서 끝나는 것도 그렇고 변호사 부부 비중이 커진 것도 그렇고
미드나잇이 말하는 메시지를 생각하면 이게 좀더 맞다는 생각도 들었음
초연 때의 그 적막함이라든지 멈춰 있는 시계와 노크소리 때문에 느껴지는 압박감, 초조함 같은 건 많이 사라졌지만 고문 씬 같은 걸 더 노골적으로 보여주면서 발랄한 음악과 상반되는 그 시대의 공포가 기괴하게 다가왔어
고지터는 뭐라고 표현해야 하나.. 그냥 비지터 그 자체였음
처음 입장할 때 2층에서 어떤 분이 사레 걸렸는지 엄청 기침했는데 힐끗 올려다 보고 씩 웃는 것조차도 그냥 비지터, 행동 하나하나, 표정 하나하나가 배우가 아니라 비지터로 느껴져서 너무 무서웠음
초연 때보다 좀더 짬밥 먹은 듯한 권태롭고 권위적인 비지터인데 또 신나는 넘버는 그것대로 잘 살리고 고문씬 눈 돌아가는 것도 소름끼치게 잘하고 비인간적인 움직임 여전해서 그냥 다 좋았다
넘버도 쩌렁쩌렁하고 자기 옷 입은 듯 잘했어
연우우먼은 일단 넘버 소화가 너무 좋아 고음 저음 강약조절 완벽함 목소리도 완전 예쁘고
연기는 좀 전반부에 완전 지친 듯한 노선이어서 후반부 반전되었을 때 너무 급작스럽다는 느낌을 받긴 했는데 좀 타협점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음
그래도 미드나잇 자체가 배우들이 계속 춤 추고 싸우고 해야 되는데 몸도 잘 써서 좋았음
승안맨은 초반에는 좀 노래가 쓰릴한 느낌이었는데 오히려 뒤로 갈수록 넘버 소화 좋더라
그리고 연기가 너무 좋음 아내한테 엄청 상냥하고 멘탈 털리는 거 잘하고
제일 인상적이었던 건 후반에 혁명에 동참했을 때, 그러니까 밝은 미래를 꿈꿨을 때를 말하면서 그게 옳은 길이었다고 믿었다고 소리 치는 장면이 있는데 지금의 맨이 겁쟁이에 비겁하고 자기 보신을 위해 뭐든지 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면서도 저럴 때가 있었구나 싶어서 좀 안쓰러워졌음
그 비겁한 사람이 정의로웠을 때를 부르짖는 게 모순처럼 느껴지지 않고 설득력 있게 보여줘서 좋았어
무엇보다 프리뷰고 셋이서 딱 두 번째 맞춰보는 건데도 합 완벽하고 불꽃 파파박 튀는 느낌이라 완전 몰입해서 봤음
요즘 초반 로딩 기간에는 좀 내려놓고 관극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거 전혀 없었어
관객석에서 기립 나오길래 나도 벌떡 일어났다
너무 재밌어서 할인 풀리면 표 더 잡게 될 거 같아 가격이 장벽이라 할인 좀 많이 풀렸으면 좋겠다ㅠ
궁금한 덬들 꼭 한 번 보러 가봐 생각할 거리도 많고 배우들도 잘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