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날짜가 서로 되게 다른 의미로 참 좋았음
1218은 규은 삼연속 붙은 회차(1218, 1222, 1223) 들어가는 첫날이었어
규빅이랑 은앙 페어첫합(1202)때 우스갯소리로 다들 서로 많이 안친해보인다고 ㅋㅋㅋ 예의 있는 거리두기가 좀 느껴지는 사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약간의 거리감이 오히려 되게 재미있는 캐미를 만들었던 날이었음
1막에서는 규빅보다 훨씬 어른 같은 은앙이 특유의 신념과 부드러움으로
빅터를 대신해 '가히 성스러울정도로' 희생하는데,
어리고 아직 실패를 몰랐던 규빅은 그 희생을 통해서야 깨달음을 얻은 날이었어
절대자로 돌아온 괴물은 어리디 어린 창조주를 보면서 '고결한 나의 창조주'라고 비웃고
빅터를 북극으로 이끄는데...
멀리 떨어져 있는 나이프를 잡고 미친듯이 기어오는 규빅에게,
그 냐악하디 나약한 창조주에게 은괴는 다시 한번 자신의 목숨을 맡기고..
총구가 당겨지고 두 사람이 북극에서 앉아 마주보는 순간
상처입은 은괴가 떨리는 목소리로 빅터의 이름을 부르고, 서로의 얼굴에 손이 닿기 위해 아주 오랜 정적이 있었던 그 순간에
두사람이 진짜 친구가 되었다고 느낀 날이었어...
빅터보다 훨씬 어른스러워보이고, 절대자같은 괴물이 그럼에도 자기의 창조주에게 받고 싶었던 포옹을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갈구했다는 걸.
총을 쏘고나서야 빅터는 깨달았을거고 그 순간에야 두사람이 동등한 곳에 서 있구나 싶더라.
1막에서의 상하관계가 2막에와서 역전되며 다시 평행이 되는 그 구조가,
두 사람의 약간의 거리감과 더불어 굉장히 와닿았던 날이었어.
죽음앞에서야 두 사람은 진정한 친구가 되었네...
0112는 3주만에 보는 규은이라서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는데
규빅은 그새 너무 많이 앙리를 보내버려서인지(ㅋㅋㅋㅋㅋ) 많이 닳고 지치고 부서져있더라
근데 그런데도 여전히 순수하고 따뜻해보였어.
그동안 규은은 맹세컨테 은앙이 어린 규빅을 대신해서 거룩하게 희생하는 느낌으로
할렐루야를 외치게되는 성스러운 서정성이 강했는데...
시작부터 규빅과 은앙이 제법 대등한 사이처럼 보이더니
너꿈속때 은앙이 너무나, 너무나 죽음을 두려워하는 모습을 은연중에 보여주면서
규은 페어가 이런 느낌도 낼 수 있구나 하고 놀란 날이었어.
규빅의 실수는 아이같았기 때문에, 몰랐기 때문에도 아니고
삶의 부조리를 알면서도 사랑하고 다시 살리고 싶었기 때문에라는 관점에서 비극성이 조금 더 짙어졌고
양쪽 모두 각자의 정의를 주장하지만 정해진 운명을 따라가야만 하는
가히 니체적인 절대적인 귀결ㅋㅋㅋ
그 극심한 슬픔에서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서사에 좀 더 가까워졌어.
다음에는 어떤 감상을 안겨줄지 너무 궁금한 규은인데
이제 4번밖에 남지 않았다니...^ㅠ^
(아 그리고 1223 난괴물은 진짜 잊을 수 없다..
은괴가 다시 응축하는 노선으로 변동한 것 같아서, 아마 이날의 그 미치도록 긴 정적과 디테일은 다시 볼 수 없겠지 ㅠㅠ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