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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베토벤) 개인적인 해석과 후기 feat. 구원이 아닌 시련 (스포, 스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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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2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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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저번에 시즌1 극불호 떴다가 시즌2 회전 돌게 됐다는 후기 썼던 덬이야

그때 글에서 덬들이랑 댓글로 대화하면서 토니의 사랑으로 베토벤이 구원받는다는 지점에 대해 좀 생각을 해보게 돼서 그다음 관극때 그 점을 염두에 두고 봤었어.
그런데 완전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을 하게 됐고, 그 관점으로 오늘 관극을 했다가 대대대레전을 맞아서 뻐렁치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또 후기 쓰러 왔어 (머쓱)

일단 즌2를 4회차 찍으면서 점점 어? 라는 생각이 든 게,
회차를 거듭해서 볼수록 베토벤과 토니의 사랑이 그렇게 순수하지만은 않아 보이는 거야.
특히 너의 운명 1에서 가사가 그녀는 너희와 달라, 나에게 베풀기만 하고 나를 구원해줘 <<배우마다 다르지만 이런 뉘앙스인데, 나는 이게 토니에 대한 과도한 이상화?로 느껴지더라고. 2막 불꽃놀이 씬에선 갑자기 어린 시절 상처를 고백하기도 하고... 여기서 갑자기요???? 이런 느낌...


즌2 자첫때는 이 극의 메인이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왜 보다 보니 사랑이 그렇게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의아함에서 출발해서,
어차피 역사적 고증 따윈 개나 준(..) 이 극이 왜 굳이 안토니 브렌타노를 여주로 선택했는가? 불멸의 연인의 가장 유력한 후보라서 어쩔 수 없었다면 최소한 아이들이라도 등장시키지 않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이 극의 주제는 사랑을 통한 구원이 아닐 수 있겠구나.

이런 관점으로 극을 다시 보니까, 이 극은 구원 서사가 아니라... 영웅 서사더라(혹은 신화).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까 이 극을 관통하는 대사(가사)는 혼령들의 '사랑과 즐거움, 네가 태어난 이유가 아냐'와 베토벤의 '고통도 절망도 날 막지 못해'더라고.
토니와의 사랑은 베토벤의 구원이 아니라 시련이었어. 평생 모르고 사는 것보다 주어졌다 뺏기는 게 더 잔인하잖아? 한번도 못 받았던 사랑을 알게 한 다음 빼앗아서 절망으로 밀어넣는 거... 그게 이 극에서 베토벤의 가장 큰 시련인 거야. 그리고 시련에 꺾일 뻔했던 베토벤은 너의 운명2에서 그럼에도 '무너지는 내모습 절대 누구도 볼수 없어' '고통도 절망도 날 막지 못해'라고 하면서 다시 일어서잖아. 그리고 이 장면이 마치 승천하는 것처럼 그려지는 것도, 신과 같은 존재인 악성으로 완성되는 베토벤, 즉 영웅 탄생인 거구나. 이걸 위해 토니와의 사랑은 반드시 실패해야 하는 거였구나 하는 깨달음이 왔어.

그제서야 시즌1의 서사 진행이 그랬던 이유를 알것 같더라.
이 극의 모든 서사는 베토벤이 영웅 또는 신이 되기 위한 시련이니까.


1막에서 첫 시련은 청력을 잃는 거. 즌1에선 이걸 알아서 극복해내고 내 운명 앞에 나를 부르지.
두 번째 시련이 토니의 이별(절망이여), 그리고 이어서 카스파와 의절. 그리고나서 너의 운명 1에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데, 그래도 아직은 나를 이해하고 사랑해주는 단 한 사람인 토니라는 지푸라기를 붙잡고 버틸 수 있어. 아마 귀도 완전히 멀진 않았을 테고.
이렇게 베토벤에게 위안을 준 뒤 고통을 줄 두 캐릭터, 토니와 카스파가 있잖아. 뜬금없이 나올수는 없으니까 카스파에게 요한나 서사를 주고, 토니에게 '괜찮아 난' 넘버를 주고. 이걸로 설명은 끝난 거야. 우리가 보기에는 급발진 서사라도 원작자들에겐 너무나 충분한 설명이었던 거지;;;


2막에서는 본격적으로 베토벤을 고통속에 밀어넣어.
귀는 거의 멀어서 연주회를 망치고(그렇게 드높은 자존심의 소유자에게 엄청난 고통이겠지?) 뛰쳐나왔는데, 토니를 만났네?
그리고 프라하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내 생각이지만 술집씬 이후에 둘이 관계를 했을 거 같아... 내 전부 나의 천사 당신이 없어... 침대와 허벌셔츠... 갑자기 딥해진 토니의 감정선...) 결국 칼스바트로 찾아가는데, 토니는 옳지않다며 거절하잖아. 근데 못참고 키스를 하지. 진짜 줬다뺏었다줬다뺏었다 아님?
그리고 이제 불꽃놀이 씬으로 이어져서 마침내 사랑을 얻었어! 근데 또 바로 빼앗김...
이건 재기불능의 충격이야. 1막에서 토니는 무언가 상상 속의 이상화된 존재였지만 2막에서는 실제로 사랑을 했으니까. 자신의 과거도 털어놨고, 함께하는 미래를 그리기까지 했어. 그런데 다시는 만나서는 안되는 상황이 되어버렸어.
이제 아무것도 남지 않은 베토벤은 혈육인 카스파에게 편지를 써.
나는 사실 이 씬에서 형제가 화해도 해놓고 왜 카스파가 내 삶이 마차에 실려 떠나가는 걸 봤다며 우는 형을 내버려두고 가는지(다시 온다고 말은 했지만 손을 떼놓는게 꽤나 냉정해) 이해하기가 어려웠거든.
근데 이렇게 보니까 이해가 가더라. 형제의 감정적 개연성을 떠나서, 베토벤에게는 아무것도 남으면 안되니까.
그리고 이제 완전히 혼자가 된 베토벤은 껍데기만 남아서 금방이라도 죽어버릴것 같아.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가진 피아노의 건반이 아니라 줄을 쳐서 소리를 내.
그리고 다시 일어서잖아. 사랑 없이 살아가겠다고. 베토벤은 이렇게 신이 됐어.

이렇게 해석하다 보니까 되게 엑스칼리버 생각이 나더라. 아더도 모든 것을 잃은 다음에 울음범벅이 된 얼굴로 왕이 된다는 것을 부르잖아.

난 혼자 이렇게 해석을 하고 나서 느낌표가 떠서, 다음 관극때 이 가설(?)을 염두에 두고 관극해야겠다! 하고.... 오늘 카토벤 낮공을 봤거든.
근데, 근데... 이렇게 생각한 상태에서 보니까 이 극이 너무 슬픈 거야.
그리고 오늘 카토벤 세미막(+카공주 페어막)이라서 그런지
아니... 역대급으로 고통받고 지치고 슬픈 베토벤이 있는 거야.

나 관극하면서 거의 안 우는 편이거든? 눈물이 흐를 정도로 운 게 통틀어서 한 두어번 되나?

그랬는데 내가 이 극을 보면서 우는 날이 올 거라곤 진짜 상상도 못했어. 카토벤은 왜 연기를 그렇게 해?(좋다는 뜻)


여운이 너무 남아서 잠도 안올거같고 어디라도 말하고 싶어서 후기 썼어...
내일 은토벤 세미막도 가는데 벌써부터 떨린다.

이제 남은 공연이 3일 6회밖에 없지만 혹시 가는 덬중에 이 해석이 그럴듯해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한번쯤 머리 한구석에 넣어두고 봐주면... 원덬이 좋아합니다...

물론 이건 내 해석일 뿐! 또 다른 해석이 있다면 들려줬으면 좋겠어.
베토벤 후기 나만 찌는 것 같아서 좀 민망 ㅎㅎ

마무리를 어케 하지... 스압글 읽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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