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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삼국지 조조가 유비,손권 이상으로 경계하고 두려워했던, 그리고 그리워했던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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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2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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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

한때는 조조조차 그에게 투항하려던 적이 있었을 정도였고, 관도대전 이후로도 넘사벽의 세력비를 유지하여 중국의 최강자로서 죽었다. 조조는 원소가 살아있을 때까지 싸움은커녕 수비하기도 급급한 지경이었다. 그야말로 최종보스.

일단 원소는 협천자 논쟁으로 뒤통수를 맞기 이전까지는 조조를 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원소는 자신의 처지가 약소했던 시절부터 조조를 꾸준히 지원했으며, 오히려 조조 측에서 원소에 대한 경외심을 보인 기록이 많다. 그 잔인했던 조조가 원소의 무덤에서 곡을 하고 죄책감을 기록으로 남긴 것도 이런 관계 때문이었다.

십상시 → 동탁 → 한복 → 공손찬 → 조조로 이어지는 라이벌 구도에서 대의명분을 가지고 노는 수준으로 상대방의 정치적 약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집요하게 공격하던 모습은 특기할 만하다. 여기서 조조를 제외하면 모두가 철저히 능욕당했고, 비록 원소 본인은 조조에게 패하고 세력이 사라졌으나, 유비와 동승이 만들고 관도대전 당시 원소가 확장한 '조조 = 천자를 겁박하며 국정을 농단하는 간신'의 프레임은 끈질기게 남아 유비와 손권이 충실히 계승한다. 이런 식의 정치적 프로파간다는 최소한 지지세력의 결집에는 유효했고, 중앙조정을 장악하고 있던 조조와 맞서려면 어떤 논리로 대응해야 하는 선례를 남겼다고 볼 수 있다.

위선자라는 평가는 이미 당대에도 범람하고 있었지만, 그의 온후관대한 겉모습 때문에 당대에 원소를 추종하는 사람은 아주 많았다. 원소는 당대에 보편적인 모범으로 여겨지던 유교적 가치관에 더해 현인에게는 지식을 무인에게는 과감성을 무기로 추종되었듯 여러 계층에 따라 제각기 다른 미덕을 보이고 인정받으며 광범위한 추종자를 얻었으나, '희노의 기색을 얼굴에 드러내는 일이 없었다'고 평해지듯 진심을 보이는 일이 없었으며, 실제 행적으로도 단물이 빠지면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꿔 자신의 이득만을 챙기는 표리부동하고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른 미덕을 보인다는 것이 말이야 쉽지만 원소가 어떤 식으로 6년상을 지내며 효자임을 인정받았는지 생각해보면 무서울 정도로 섬찟한 인간성인데,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괴물'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시세를 읽고 명분을 만들어 세상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던 처세술은 삼국지 내에서 수위에 꼽을 수 있다.

또한 원소는 후한 말 군벌 중 가장 강력한 세력을 구축했다. 원소는 불리한 정세에서 극적인 승리를 여러 차례 보인 인물이며, 관도대전 이전까지의 활약상은 조조와 비견될 만하다. 4개 주에 영향력을 떨치던 공손찬을 오히려 불리한 전황에서도 수차례 무찔렀고, 관도대전에서도 오소 이전까지 확실한 우위를 점하며 전략적으로 조조를 완전히 몰아넣었다. 다만 사람들이 관도대전의 오소 습격 이후의 모습만을 기억해서 문제다. 거기에 원소와 그의 세력들은 관도의 대패에도 불구하고 반란세력을 제압하는 등 여전히 강대한 세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삼국지 무제기에서는 원소의 가족에 관련된 서술이 거의 절반에 달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관도 대전은 매우 세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보기에 따라서는 원소전보다 무제기에 실린 내용이 더 풍부하다. 조조의 일대기 자체가 조조 vs 원소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 무제기의 인물평에도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는 등 여러가지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훗날의 촉한과 오나라 역시 강한 세력이었으나 각각 산맥과 강이라는 지형적인 장벽을 두고 오지에 자리잡고 있었다. 반면 원소는 황하를 두고 허도의 바로 북쪽에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에 조조의 생존 자체를 결정할 수 있었다. 심지어 무제기는 유비나 손권보다도 원소의 후계자들과의 싸움인 원상, 원담에게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고, 위서 유이열전에서는 오와 촉의 신하들은 원소 시대 기주의 병사들에 미치지 못하고, 손권과 유비 역시 원소에게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원소는 삼국지와 후한서에 남겨진 원소열전 첫머리부터 언급되듯 대단한 미남이었다고 하며, 신분과 교육수준, 성격, 성별, 나이를 막론하고 타인의 환심을 사는 것에 극도로 능숙했던 것은 특유의 쇼맨쉽 덕분이었다. 물론, 여기에는 외모지상주의에서 오는 이익 또한 엄청나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겉으로는 관후하나 시의심이 많다는 평가를 받지만, 쇼맨쉽이 꼭 이렇게 더러운 쪽으로만 나타난 건 아니라서 공손찬과의 전투에서 포위되자 도망은커녕 관모를 집어던지며 선두에서 분전해 포위를 풀거나 장연의 업성 전복 소식으로 멘붕에 빠진 참모진을 태연자약하게 하드캐리하는 폭풍간지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한편 겉으로는 온후관대하나 희노의 감정을 얼굴에 나타낸 적이 없었다는 후한서의 평을 볼 때, 정작 스스로는 감정적으로 극히 절제된 채 매사에 주위 사람들의 감정을 읽고 계산적으로 행동하는 무척 피곤한 삶을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중노동에 가까운 삼년상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그것도 연이어 지냈던 걸 보면 기본적인 체력이 어지간히도 좋았다고 할 수 있지만, 이런 자기학대에 가까웠던 생활양식은 스트레스가 쌓이기 매우 쉽고 또 실제로도 결코 장수한 편은 아니다. 때문에, 체력이 쇠퇴하는 중장년에 접어들면서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

친구였던 조조의 경우는 종종 호방하다 못해 찌질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그 시대 기준에서 자기 감정의 희노애락에 굉장히 충실한 사람이었고, 기뻐할때 기뻐하고 슬퍼할떄 슬퍼하고 두려워할때는 두려워 하며 감정을 내보였던 조조는 여러 번의 난국에서 거의 패망에 가까운 피해를 입어도 부드러운 나뭇가지처럼 넘기면서 멘탈을 추스리며 다시 회복했지만, 자기 세력의 본거지인 동시에 가족이 있는 업성이 함락되어도 눈하나 깜빡도 하지 않을 정도로 감정을 내보이는것을 피하며 늘 지독하게 강하게 버티는것을 선호했던 원소는 일생 최대의 실패로 인해 한번 부러지자 정신적으로 매우 큰 타격을 입고 사망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인간상의 대비도 재밌는 부분.

훗날의 대립구도와 개혁가 조조vs수꼴 원소의 이미지 때문인지 서로를 경멸하는 관계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으나, 실제로는 원소는 조조를 잘 대접했다. 삼국지 원소전 첫머리부터 조조와 유년기부터의 교분이 언급되어 있고, 숙청을 밥먹듯이 벌였던 시절에도 원소는 조조를 동군태수로 삼고, 조조가 협천자로 원소의 뒤통수를 치기 전까지 원소는 조조를 꾸준히 후원했다. 조조가 통수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어린 시절부터의 우정을 가지고 잘 대해줬다는 증거.

조조와 원소는 성격 상 서로 유사한 점이 많은 편이었는데 조조와 유비가 아치 에너미로 대극을 이루면서도 서로의 능력과 성격을 간파했다면 이 둘은 동류로서 서로를 이해하고 친근함을 느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조조는 원소가 죽고 하북을 손에 넣은 뒤에 사람이 좀 맛이 가는 모습을 보이는데, 원소의 존재는 조조에게 있어 그가 가장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동기부여를 줬다고도 할 수 있다. 유비의 경우에도 마지막의 적으로서 오래전부터 인식하고 있었지만, 이미 조조가 좀 맛이 간 뒤였다.

조조 역시 하북을 평정한 뒤 원소의 무덤에서 장례를 지내며 곡을 한 사건을 보면 정말로 친했을 것이다. 조조가 원소의 무덤에서 곡을 했던 일화는 하북 현지에서의 여론을 의식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조조 세력의 공식적인 입장은 어디까지나 조정의 수장으로서 황실을 능멸하는 역적 원소를 토벌한다는 것이었다. 즉, 이것은 자신의 세력이 내세운 정치적 명분을 조조의 개인적인 이유로 완전히 뒤엎은 행동이라 삼국시대가 종결된 이후 후대에조차 자기 말을 뒤집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조조가 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무척이나 감정적인 사람이라는 것과 죽기 직전에 보인 태도를 보면 원소의 오랜 친구로서 감정이 북받쳐 올라 진심으로 슬퍼서 울었을 가능성이 크다.

조조는 죽기 전에 쓴 유촉에서 원소를 언급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원소를 미워하는 감정이 전혀 없으며, 단지 원소가 워낙 편협하고 이기적이라 같이 왕실과 조정을 돕기로 했던 맹세를 어긴 것이 안타까울 뿐이라 덧붙였다. 스스로를 충신이라 자칭하는 것을 빼면 정치권력 문제 때문에 갈라지고 서로 싸우고 결국 원소의 세력과 집안을 파멸시키기도 했지만 원소에 대한 우정은 죽을 때까지 남아 있었고, 원소의 최후에 대해서도 개인적으로는 안타까움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원소가 독선적인 것은 사실이기도 하고.

이런 걸 보면 조조의 입장에서 원소는 군웅으로서 평생을 넘어서야 했던 숙적이자 가장 위협적인 적이었지만, 그걸 제외하면 정말 소중했던 친구가 맞았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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