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 국문과 윤석진 교수는 “로맨스 장르에서 가장 중요한 인간 심리를 꿰뚫어 보는 통찰력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존재가 사랑에 빠지기 위해서는 여러 문제에 봉착하게 되고 그것을 극복함으로써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는데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이어 “대사부터 캐릭터 설정까지 김은숙 작가의 많은 장점이 있는데 임메아리 작가는 지나치게 언어유희에만 기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멸망의 설정은 독특하지만 기억이 계속 리셋되면서 이야기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같은 자리에서 맴도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판타지 남용으로 매력 잃게될까 걱정”
이는 웹툰 원작 드라마가 쏟아지면서 반복되는 문제점이기도 하다. 14일 시작한 KBS2 월화드라마 ‘멀리서 보면 푸른 봄’을 비롯해 올해 선보인 JTBC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 등 2%대 시청률에서 벗어나지 못한 작품이 여러 편이다. 윤석진 교수는 “웹툰이 여러 장르로 발전하기 좋은 IP(지적재산)이긴 하지만 드라마 특성에 맞는 각색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웹툰은 독자가 관여할 수 있는 여지가 크지만 드라마는 시청각으로 전달되면서 상상의 폭이 제한되고 이야기의 간극이 메워지지 않으면 따라가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판타지가 남용되어 장르적 매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2000년대 주류 장르로 떠올랐다가 한국 드라마는 ‘기승전멜로’라는 비판을 받으며 멜로가 모든 드라마에 양념으로 들어가게 된 것처럼 판타지도 고유의 특색을 가진 장르로 자리잡지 못하고 하나의 장치로 사용되다 보면 그 효용 가치가 떨어지게 될지 모른다는 얘기다. 윤 교수는 “모든 드라마가 멀티 장르로 가는 추세지만 각 장르가 가진 고유의 특성을 잃게 되면 성공하기 힘들다”며 “로맨스가 가장 쉬운 장르처럼 보이지만 가장 어려운 것도 마찬가지 이유”라고 덧붙였다.
http://naver.me/xxxloZ8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