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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응답하라 1994 1~21화 나레이션.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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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15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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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서울 사람들 中 '삼천포 나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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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첫 번째 밤.


그 포근하면서도 서걱거리던 이불의 감촉과,

뜨거우면서도 서늘했던 그 밤의 공기를 난 아직도 기억한다.


1994년의 서울이란 내게 딱 그랬다.

분주하지만 외롭고, 치열하지만 고단하며, 뜨겁지만 차가운 도시.

그리하여 정말 속을 알 수 없는 도시.


우린 당당히 서울 시민이 되었지만,

아직 서울 사람은 될 수 없었다.

 

 

 

 

 

 

 

2화 우린 모두 조금 낯선 사람들 中 '나정 나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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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버릇, 익숙한 일상, 그리고 익숙한 사람이

어느 순간 낯설어지는 건 딱히 혼란스러울 일만은 아니다.


어쩌면 그건 새로운 일상과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은밀한 신호일지도 모르니까.

 

 

 

 

 

 

 

 

 

3화 신인류의 사랑 中 '나정 나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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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X세대다.


물론 지금은 스마트 폰과 인터넷으로 무장한

또 다른 신인류에 밀려 멸종 해 버렸지만

내 스무살에 우린 인류 역사상 최첨단의 문명을 소비하는 신인류였다.


PC 통신으로 사랑을 찾고, 삐삐로 마음을 전하며,

음성 메시지로 이별을 통보하던 우린 역사상 가장 젊은 인류였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신인류의 사랑이 설레고 가슴 뛰는 이유는

삐삐도, 스마트 폰도, 최첨단의 그 어떤 유행 때문도 아니다.


젊음은 서툴고 투박해야 하며, 사랑은 해맑고 촌스러워야 한다.

그것이 내 스무살의 사랑이 설레고 가슴 뛰게 기억될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이다.


내 나이 스물, 

나는 지금 서툴고 촌스러운 사랑을 시작한다.

 

 

 

 

 

 

 

 

 

 

4화 거짓말 中 '나정 나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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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만우절이였다.


거짓말 같던 죽음도, 거짓말이 되어버린 고백도, 하필 그랬다.


누구 하나 거짓을 말한 사람도 없었고,

그래서 누구하나 속은 사람도 없었지만,

거짓말에 속은 만우절 바보 보다 천만배는 더 처참한 만우절이었다.


때때로, 현실은 거짓말 보다 잔인하다.

 

 

 

 

 

 

 

 

 

 

 

5화 차마 하기 힘든 말 中 '쓰레기 나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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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에게 차마 받아 들이기 힘든 진실을 들려줘야 할 때,

차마 죽어도 하기 힘든 말을 건네야 할 때,

딱 한 가지만 생각하면 된다.


그 어떤 말 주변보다도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눈빛.

그 하나면 충분하다.

 

 

 

 

 

 

 

 

 

 

 

 

 

6화 선물학개론 中 '나정 나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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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생활 4개월 차.


대학 첫 여름 방학이 다가올 무렵, 

우리는 친해졌고, 가까워졌고, 익숙해졌다.


그리고 딱 그만큼 미안함은 사소해졌고, 고마움은 흐릿해졌으며,

엄마는 당연해졌다.


'Present'라는 영어 단어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선물, 그리고 현재.


어쩜 우리에게 소중한 선물은 현재,

바로 지금 눈앞의 시간이라는 의미 일지도 모른다.


비록 늘 투닥거리고 지지고 볶아 댔지만

함께 기대며, 살 부대며 행복했던 시간들.

1994년 우린 선물 같은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세상 모든 관계는 익숙해지고 결국엔 당연해진다.

선물의 가장 강력한 힘은 그 익숙하고도 당연한 관계를

새삼 다시 설레고 감사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선물을 고르고 카드 문구를 고민하며 그에게 마음을 쓰는 사이,

어느새 그 사람은 내게 다시금 새삼스러워진다.


그리고 마음이란 반드시 전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익숙하고도 당연한 관계가 급기야 무뎌짐으로 퇴화되어버린다면

이젠 그 어떤 선물로도 뒤늦은 노력도 의미 없다.


아무 관심도 받지 못하고 베란다 귀퉁이에서 바짝 시들어버린 난초에게

때늦은 물과 거름은 소용 없는 일이다.


관계가 시들기 전에 서로가 무뎌지기 전에 선물해야 한다.

마음을 전해야 한다.

 

 

 

 

 

 

 

 

 

 

 

 

 

7화 그해 여름 中 '칠봉이 나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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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야구를 빼면 아무것도 남을게 없던 시절,

야구보다도 나를 더욱 설레게, 그리고 뜨겁게 만드는 사람이 생겼다.


역사상 가장 뜨거운 여름이 시작되고 있었고

나의 스무살은 계절처럼 달아오르고 있었다.

때는 1994년 그 해 여름이었다.


누군가 그렇게 노래 했더랬다.

여름은 젊음의 계절, 그리고 사랑의 계절이라고.


1994년 그 해 여름,

계절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고

나의, 그리고 우리의 여름은 이제 시작되고 있었다.

 

 

 

 

 

 

 

 

 

 

 

 

 

8화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합니다 中 '삼천포 나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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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상상을 한다.

만약 이 날 그 전화를 받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터미널로 향하지 않았더라면 우린 어떻게 됐을까?


산다는 것은 매 순간 선택이다.


설령 그것이 외나무 다리다 해도 선택 해야만 한다.

전진 할 것인가, 돌아 갈 것인가, 아님 멈춰 설 것인가.


결국 지금 내가 지금 발 딛고 있는 이 지점은

과거 그 무수한 선택들의 결과인 셈이다.


난 그날의 전화를 받았고, 터미널로 향했으며,

그 작은 선택들이 모여 


우린 지금의 현재를 맞았다.

 

 

 

 

 

 

 

 

 

 

 

 

 

 

9화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中 '칠봉이 나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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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이란, 늘 뒤에 숨어있기 마련이다.

워낙 수줍고 섬세한지라, 다그치고 윽박지를수록 더 깊은 곳으로 숨어든다.


방법은 하나, 진심이 스스로 고개를 들 때까지

그저 눈 마주치고 귀기울이는 수밖에 없다.

말을 접고, 생각을 접고 기다리다 보면

어느 순간 진심은 툭 튀어나오게 마련이다.


그 어떤 잘난 척도, 고고한 충고도 진짜 위로는 될 수 없다.

위로란, 진심이 나누어지는 순간 이루어지는 법이다.


누군가를 위로하고 싶다면,

그저 바라보고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10화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中 ' 나정 나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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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마지막이 가슴 아픈 이유는

그렇게 실감하지 못한 채 흘려 보낸 아쉬움 때문일지도 모른다.


스무살, 우린 새로운 도전에 가슴 뛰고 있었고

마음은 뜨겁고, 두려움은 없었다.


스무살만이 가질 수 있는 그 설렘과 뜨거움과 겁 없음,

그게 얼마나 소중한지도 모른채,

그렇게 스무살의 마지막 계절을 보내고 있었다.


 

 

 

 

 

 

 

 

 

 

 

 

 

 

11화 짝사랑을 끝내는 단 한가지 방법 中 '쓰레기 나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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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인생도 어쩌면 야구를 닮았다.

숱한 위기 상황이 닥쳐도, 제 아무리 피해가려 애써봐도

결국 누군가와 승부를 내야만 경기가 끝이난다.


짝사랑 가슴을 앓고, 머리를 싸매도

어차피 혼자하는 사랑에 다른 방법이란 없다.

사랑을 얻든, 무심히 차이든 짝사랑을 끝내고 싶다면,

유일한 방법은 고백 뿐이다.


정면으로 승부한 뒤에야 끝이난다.

사랑이란 어쩌면 야구를 닮았다.

그리고 세상은 넓고, 라이벌은 많다.

사랑이란 어쩌면 야구를 닮았다.


물론 세상엔...

차마 고백되지 못한 짝사랑들이 훨씬 더 많다

벗어날 방법을 알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바보들.


짝사랑은 그래서 가슴 아프다.

 

 

 

 

 

 

 

 

 

 

 

 

 

 

 

12화 우리에게 일어날 기적 中 '나정 나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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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기적이 있다 하고,

누군가는 기적이 없다 한다.


하지만 결국 절박함의 순간엔 

누구나 기적을 기도하고 기다리기 마련이다.

그리하여 기적은 있어야만 한다.


절박한 그 모든 순간들에

희미한 희망이라도 깃들 수 있도록

기적은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기적이란 흔하지 않아서 기적이다.


예상치 못했던 행운보다 생각치 못했던 불행이 훨씬 많은게 세상이다.

삶이란 기적만을 믿으며 살기엔 매몰차고 혹독하다.

기적은 결국 확률의 문제다.


기적은 오직 한사람에게만 존재하며

남은 구천구백아흔 아홉명에게 기적이란 헛소리일 뿐이다.


삶이란 절대적이고도 압도적인 확률로 잔인하다.


그래서 기적은 필요하다.

단 한번도 일어날 확률 없는 제로의 절망보다는

그나마 천만번 중 한 번이라도 일어 날 수 있는 실낱의 가능성이 낫다.

그래야만 희망도 있다.


칠십억 지구에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줄 확률이란 얼마나 될까.

지금 내게 어쩌면 기적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13화 일만 시간의 법칙 中 '칠봉이 나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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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많은 학자들의 연구결과,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 필요한 시간은

일만 시간이었다 한다.


일만 시간의 법칙.


모짜르트도, 비틀즈도, 스티브 잡스도, 김연아도

그들의 성공을 만든 것은 타고난 천재성도 행운도 아닌

일만 시간 이상의 노력과 고통이었다.


어쩌면 일도 관계도 사람도 마찬가지다.

마침내 성취하기 위해서

타고난 그 무엇과 운 좋음을 기다리기보다도

끝까지 애쓰고 고통스러워야 한다.


끝날 때까지 아직 끝난게 아니다.


 

 

 

 

 

 

 

 

 

 

 

 

 

14화 나를 변화시킨 사람들 中 '해태 나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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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말로 계급은 고스톱을 쳐서 딴 게 아니라고 한다.


병신 같았던 천하의 쓸모없는 인간인줄로만 알았던 최병장.

그 인간이 내 젊음의 가치관을 바꿔 놓았다.


해 보지 않고서는 깨닫지 못하는 일들이 있다는 것.

가보지 않고서는 보지 못한 시야들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최병장이 가르쳐준 더 큰 깨달음은

냉험한 조직 사회에서 경험과 시간이 가르쳐주는

가장 소중한 것은 생존을 위한 융통성이라는 것을 난 알게 되었다.

 

 

 

 

 

 

 

 

 

 

 

 

 

 

 

 

14화 나를 변화시킨 사람들 中 '나정 나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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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무릅쓰고 꿈을 이룬다는 것은...

대부분의 우린 내 사랑하는 이들을 차마 밟고 일어설 수 없어,

끝끝내 스스로 꿈을 내려놓고 만다.


하지만 괜찮다.


얼마 되지도 않는 드라마틱한 성공담 따위에 기죽어

스스로 좌절과 패배감에 휩싸일 필요는 없다.


우리에겐 꿈만큼이나 사람도 소중했을 뿐이다.

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나를 바꾸는 결단.


꽤 괜찮고 폼나는 일이다.

 

 

 

 

 

 

 

 

 

 

 

 

 

 

 

 

 

 

15화 나를 변화시킨 사람들 中 '나정 나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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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가 윤진이를 변화시키듯,

윤진이가 성균이를, 오빠가 나를, 내가 오빠를 그렇게 바꿔가고 있었다.


사랑하지 않는다면 결코 생각지도 못할 일들을

우리는 해내고 있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건 순전히 사랑이다.



 

 

 

 

 

 

 

 

 

 

 

 

 

 

 

 

 

16화 사랑, 두려움 中 '빙그레 나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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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 흥겨운 건 모르는 것들 투성이기 때문이다.


도무지 뭘로 채워야 할지 모를 빈칸들이

눈앞에 수두룩한 시험기간 같다고나 할까.

돌아보면 그 빈칸들의 정답은 없었다.


하지만 왠지 누군가 정답지를 들고 채점할 것만 같은 공포,

그리고 남들과 다르다고 쓰게 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으로

내 20대는 늘 숨 막히는 시험기간이었다.

 

 

 

 

 

 

 

 

 

 

 

 

 

17화 사랑, 두려움 中 '빙그레 나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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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스물 셋.


난 확인하고 싶었다.

지금의 이 두근거림이..

자꾸만 신경쓰이는 이 사람이

처음으로 다가선 이성을 향한 작은 호기심때문인지,


아니면 남들이 말하는

그, 그사랑이란 것 때문인지


...확인

 

 

 

 

 

 

 

 

 

 

 

 

 

 

 

 

 

 

18화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나정 나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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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아주 특별한 연인이다.


이십년을 오누이처럼 지낸 각별함이 있었고,

힘겨운 짝사랑을 견뎌낸 절실함이 있었으며

한달 앞둔 결혼을 미루고

장거리 연애를 시작해도 좋을 든든함이 있었던

우린 아주 특별한 연인이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얘기,

그저 평범한 연인들에게 쓰이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우리는 아주 특별한 연인들이었으니까.


우린 아주 특별한 연인이었다.


하지만 그 특별함도 시간앞에서

생활 앞에서 지극히 평범해져가고 있었다.

누구나 그렇듯 우린 소홀해졌고

모두가 그렇듯 우린 무뎌졌다.


그리고 결국엔

그 소홀함과 무뎌짐 들이 익숙해져 버렸다.


그렇게 우린 전혀 특별하지 않은 연인이 되어갔고

그렇게 우린 헤어지지 않은 채 헤어졌다.

 

 

 

 

 

 

 

 

 

 

 

 

 

 

 

 

 

19화 운명을 믿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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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은 힘이 세다.

운명은 우릴 딜레마에 빠뜨리기도 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궁지로 쳐 넣기도 하며,

끝끝내 우리의 간절한 기도따위 가볍게 무시해버리기도 한다.


그렇게 운명은 맞다.

그렇게 운명은 지독하고 힘이 세다.




운명이 지독하고 힘이 센 또 다른 이유.

예측할 수 없는 타이밍이다.


이렇게 운명은 잔인하다.



나정


운명은 벼랑 끝으로 나를 내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고,

결국은 내게 공을 넘겨버린다.


운명은 결국 선택하는 것이다.


이제 내가 선택해야만 한다.


 

 

 

 

 

 

 

 

 

 

 

 

 

 

 

 

 

 

 

20화 끝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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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정


우리는 특별한 연인이었다.


이십년을 오누이처럼 지낸 각별함에

오빠는 늘 오빠여야만 했고

난 늘 동생이여야했다.


힘겨운 짝사랑을 견뎌낸 절실함에

서로에겐 늘 애틋함이 앞섰고

한 달 앞둔 결혼을 미루고

장거리 연애를 시작한

미안함과 고마움과 불안감에

우린 항상 미안했고, 고마웠고, 조심스러웠다.


결국 서로에 대한 배려만 남은채

정작 자신들의 상처는 기댈곳 없이

곪아가고만 있었고

결국 우린 평범한 연인만도 못한 사람들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우린 사랑한다

그 흔하고 평범한 말조차 한번도 해보지 못한채

전혀 특별하지 않게 헤어져 버렸다.




칠봉


아빠가 없어도 엄마가 없어도

난 야구만으로도 충분히 바쁘고 뜨거웠다.

외로움 따윈 치열하지 못한 삶에나 찾아드는

한가로운 감정인줄만 알았다.

그러나 스무살.


어느날 그 사람을 위한 자리를 비워두기 시작한 그 날부터

그 빈자리가 허전해 가슴 한켠이 시려오기 시작했다.


그게 외로움이라는 걸,

그리고 내가 참 많이 외로운 사람이었다는 걸

그때서야 알게 되었다.

외로워서 그리웠고 그리워서 더 외로웠다.


끝날 때까지 아직 끝난게 아니다.

하지만 끝이 없는 게임이라면

스스로 끝을 결정해야만 한다.


일만 시간의 가슴앓이에도 안되는 일이 있다면

그 사람을 위해서라도

이제 가슴을 내려놓아야 한다.


끝을 시작해야만 한다.



 

 

 

 

 

 

 

 

 

 

 

 

 

 

 

 

 

 

최종회 21화 90년대에게 中 '삼천포 나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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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6월 19일 신촌하숙이 문을 닫았다.


그렇게 우린 신촌하숙의 처음이자 마지막 하숙생이 되었다.

특별할 것도 없던 내 스무살에 천만이 넘는 서울특별시에서 기적같이 만난 특별한 인연들.

촌놈들의 청춘은 북적대고 시끄럽게, 그리하여 기어코 특별하게 만들어준 그곳.

우린 신촌하숙에서 아주 특별한 시간들을 함께했다.


울고, 웃고, 만나고, 헤어지고, 가슴아프고.

저마다 조금씩 다른 추억과 다른 만남과 다른 사랑을 했지만 

우린 같은 시간속 같은 공간을 기적처럼 함께했다.


지금은 비록 세상의 눈치를 보는 가련한 월급쟁이지만

이래뵈도 우린 대한민국 최초의 신인류, X 세대였고,

폭풍 잔소리를 쏟아내는 평범한 아줌마가 되었지만

한땐 오빠들에게 목숨을 걸었던 피끓는 청춘이었으며,

인류 역사상 유일하게 아날로그와 디지털, 그 모두를 경험한 축복받은 세대였다.


70년대의 음악에,80년대의 영화에 촌스럽다던 비웃음을 던졌던 나를 반성한다.

그 음악들이, 영화들이 그저 음악과 영화가 아닌 당신들의 청춘이었고, 시절이었음을

이제 더이상 어리지가 않은 나이가 되어서야 깨닫는다.


2013년 12월 28일. 이제 나흘뒤, 우린 마흔이 된다.

대한민국 모든 마흔살 청춘들에게 

그리고 90년대를 지나 쉽지 않은 시절들을 버텨 

늘까지 잘 살아남은 우리 모두에게 이 말을 바친다.


우리 참 멋진 시절을 살아냈음을, 빛나는 청춘에 반짝였음을,

미련한 사랑에 뜨거웠음을, 기억하느냐고.

그렇게 우리 왕년에 잘 나갔었노라고.


그러니 어쩜 힘겨울지도 모를 또다른 시절을 

촌스럽도록 뜨겁게 사랑해 보자고 말이다.



뜨겁고 순수했던, 그래서 시리도록 그리운 그 시절.

들리는가. 들린다면 응답하라, 나의 90년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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