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혹시 길을 가다가 담배를 피우는 청소년들을 본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냥 지나쳐야 할까요?
아니면 그 자리에서 훈계라도 해야 할까요?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집으로 담배꽁초와 돌이 날아들고 수시로 초인종이 울렸습니다.
어린 두 딸을 둔 부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지금부터 사건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전북 전주의 한 빌라 앞입니다.
4명의 고등학생들이 빌라 앞을 어슬렁거립니다.
그런데,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담배를 피우더니 2층으로 던집니다.
돌멩이를 던지기도 하는데요,
학생들은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걸까요?
영상 속의 바로 그 2층 빌라에 사는 이 모 씨.
이 씨가 학생들을 본 것은 7월초였다고 하는데요.
[이OO/피해자 : "(아내가) 담배냄새가 나다보니까 이렇게 내려서 쳐다봤는데 학생이 남녀 학생 4명이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고…."]
평소에도 이 주변엔 학생들이 담배를 피우러 자주 오곤 했다고 합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남자애들이 여기로 와서 같이 이야기하면서 담배 피우고 있어요. 애들이 담배 피우고 있으면 나와서 놀기가 좀 무섭고 그렇죠."]
이 씨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이OO/피해자 : ""피우지 마라. 여기서 담배 피우면 안 된다. 담배 끄고 가라."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했고 위에서 얘기가 나오니까 (학생들이) 쳐다보고 "담배 꺼." 그러니까 담배를 이렇게 던져요."]
이 씨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자 학생들은 그제야 도망을 갔다고 하는데요.
그 일이 있은 이틀 뒤, 이 씨의 집엔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누군가 초인종을 누르고 도망가는 일이 반복됐다는 겁니다.
[이OO/피해자 : "(아내가) 택배 기사님인가 하고 문을 열어줬고 현관에 나가서 받으려고 문을 열었는데 아무도 없던 거죠. 그래서 잘못 눌렀나 싶어서 문을 닫고 다시 거실에 왔는데 그러고 나서 또 몇 분 있다가 또 벨이 울렸대요."]
초인종을 누른 건 이 씨가 훈계를 한 학생들이었습니다.
[이OO/피해자 : "제 얼굴을 보자마자 그대로 도망을 가요. 저를 쳐다보면서 자기네들끼리 얘기를 해요, 웃는 모습이 보이길래 너무 화가 나는 거예요."]
참다못해 이 씨는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경찰서에서도 사과를 받지는 못했다고 주장합니다.
[이OO/피해자 : "(학생 어머니가) "우리 아이가 무슨 죄를 지었냐. 증거 있냐. 증거도 없는데 아이를 왜 잡아 왔냐." 아이도 옆에서 마찬가지로 나 아무 잘못한 거 없는데 잡혀 왔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고…."]
경찰에 증거를 제출하기 위해 CCTV를 확인한 이 씨 부부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이OO/피해자 : "벨 누르기 이전에 남학생 4명이 여기 주차장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자기네들끼리 집을 가리키면서 깔깔대고 웃고 피고 있던 담배를 던지고 근처 화단에서 돌멩이를 주워서 던지고 돌멩이가 유리창을 맞고 떨어지면 다시 또 던지고 이것을 수차례 반복을 해요."]
학생들이 던진 돌과 담배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고 하는데요.
그 일이 있은 뒤에도 집에 벨이 울리고 누군가 문을 두들기는 일은 멈추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씨의 아내와 어린 딸들은 집에서 이렇게 공포에 시달렸습니다.
[이OO/피해자 : "안방에 화장실이 더 있거든요. 그 안에 숨어 있는 거예요. 아내가. 3개월 된 아기 안고 24개월 된 아기 데리고 그 안에 숨어있는 거예요. 울면서. 남편 입장에서 얼마나 화가 나요."]
이 씨는 학생들이 올 때마다 경찰에 신고를 했고, 결국 학생들은 주거침입과 재물손괴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검찰은 청소년범죄 예방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는데요.
하지만 수사가 진행되는 도중에도 학생들은 시위라도 하듯 집 주변에 모여 담배를 피웠다고 합니다.
해당 학교와 교육청에도 민원을 넣었지만 검찰의 처분이 끝난 뒤에야 징계를 할 수 있다는 답만 돌아왔다고 하는데요.
그사이 이 씨의 아내는 불안감에 시달려 정신과 치료까지 받는 상태입니다.
[이OO/피해자 : "그때 둘째 아이가 태어난 지 3개월도 안 됐을 때인데 모유 수유 할 때인데 그 이후로는 그 사건 이후로는 모유 수유를 못 했어요. 모유가 안 나와서."]
이 씨는 아내를 혼자 둘 수 없어 현재 일도 중단한 상태입니다.
[이OO/피해자 : "가해 학생들이 가장 원망스럽죠. 가장 원망스럽고. 저 자신도 원망스럽고. 제가 아이들한테 가서 정말 좋은 감정으로 훈계를 했다 쳐도 돌아온 건 저와 가족에게 피해밖에 없으니까…."]
이 씨의 이런 사연이 알려지면서 공감하는 사람들은 늘고 있습니다.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청소년 흡연이 늘어나면서 훈계하는 어른과 청소년들 사이의 갈등이 여기저기에서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시민/음성변조 : "내가 가라고 그러면 막 또 뭐라고 그래요. 또 그래서 말도 못하겠어."]
[시민/음성변조 : "저를 흘겨본다든지 더 핀다든지 제 말을 아예 무시한다든지 그런 상황이 있어서 전 소용이 없겠구나 싶어서…."]
실제로 학생들이 자주 다니는 골목에는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고 있는 학생들이 목격됐는데요,
취재진이 직접 물어봤습니다.
[여고생/음성변조 : "안 피우는 애들 거의 없어요. (진짜요?) 찾기가 더 힘들어요. 그냥 주변에서 오빠들이 피우고 언니들이 피우고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취재진에게도 어른들이 훈계 하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여고생/음성변조 : "솔직히 제가 피우는데 남이 뭐라 하거나 상관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어른들의 반응을 한번 들어봤습니다. 자칫 훈계를 했다 보복을 당할까 봐 피하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복로/부산시 : "요즘은 뭐라고 하질 못해요. 뭐라고 하면 진짜 욕하는 사람도 있어요. 어르신한테 "네가 뭔데?" 이래요. 그러기 때문에 말을 못 합니다."]
[시민/음성변조 : "나한테 피해가 올까 봐 그러는 거죠. 요즘 애들 잘못 건드리면 오히려 저한테 역으로 피해가 오잖아요. 내가 뭐 무슨 무술 유단자도 아니고. 그러니까 못하는 거예요. 애들한테."]
흡연에 대한 훈계를 놓고 벌어진 갈등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학교와 가정 밖에서의 청소년 흡연 문제,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병용 기자 (kb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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