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정보 이현세 - "살다 보면 꼭 한번은 재수가 좋든지 나쁘든지 천재를 만나게 된다"
6,266 59
2020.03.28 20:28
6,266 59
[이현세의 만화경] 해 지기 전에 한 걸음만 더 걷다보면…

살다 보면 꼭 한번은
재수가 좋든지 나쁘든지
천재를 만나게 된다.

대다수 우리들은 이 천재와 경쟁하다가
상처투성이가 되든지, 아니면 자신의 길을 포기하게 된다.

그리고 평생 주눅 들어 살든지,
아니면 자신의 취미나 재능과는 상관없는
직업을 가지고 평생 못 가본 길에 대해서
동경하며 산다.

이처럼 자신의 분야에서 추월할 수 없는
천재를 만난다는 것은 끔찍하고 잔인한 일이다.

어릴 때 동네에서 그림에 대한 신동이 되고,
학교에서 만화에 대한 재능을 인정받아
만화계에 입문해서 동료들을 만났을 때,
내 재능은 도토리 키 재기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 중에 한두 명의 천재를 만났다.
나는 불면증에 시달릴 정도로
매일매일 날밤을 새우다시피 그림을 그리며 살았다.

내 작업실은 이층 다락방이었고
매일 두부장수 아저씨의 종소리가 들리면
남들이 잠자는 시간만큼 나는 더 살았다는 만족감으로
그제서야 쌓인 원고지를 안고 잠들곤 했다.

그러나 그 친구는 한달 내내 술만 마시고 있다가도
며칠 휘갈겨서 가져오는 원고로
내 원고를 휴지로 만들어 버렸다.

나는 타고난 재능에 대해 원망도 해보고
이를 악물고 그 친구와 경쟁도 해 봤지만
시간이 갈수록 내 상처만 커져갔다.
만화에 대한 흥미가 없어지고
작가가 된다는 생각은 점점 멀어졌다.

내게도 주눅이 들고 상처 입은 마음으로
현실과 타협해서 사회로 나가야 될 시간이 왔다.
그러나 나는 만화에 미쳐 있었다.

새 학기가 열리면 이 천재들과 싸워서 이기는 방법을
학생들에게 꼭 강의한다.
그것은 천재들과 절대로
정면승부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천재를 만나면 먼저 보내주는 것이 상책이다.
그러면 상처 입을 필요가 없다.

작가의 길은 장거리 마라톤이지
단거리 승부가 아니다.
천재들은 항상 먼저 가기 마련이고,
먼저 가서 뒤돌아보면 세상살이가 시시한 법이고,
그리고 어느 날 신의 벽을 만나 버린다.

인간이 절대로 넘을 수 없는 신의 벽을 만나면
천재는 좌절하고 방황하고 스스로를 파괴한다.
그리고 종내는 할 일을 잃고 멈춰서 버린다.

이처럼 천재를 먼저 보내놓고
10년이든 20년이든 자신이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꾸준히 걷다 보면
어느 날 멈춰버린 그 천재를 추월해서
지나가는 자신을 보게 된다.
산다는 것은 긴긴 세월에 걸쳐 하는
장거리 승부이지 절대로 단거리 승부가 아니다.

만화를 지망하는 학생들은 그림을 잘 그리고 싶어한다.
그렇다면 매일매일 스케치북을 들고
10장의 크로키를 하면 된다.
1년이면 3500장을 그리게 되고
10년이면 3만 5000장의 포즈를 잡게 된다.
그 속에는 온갖 인간의 자세와 패션과 풍경이 있다.

한마디로 이 세상에서 그려보지 않은 것은
거의 없는 것이다.
거기에다 좋은 글도 쓰고 싶다면,
매일매일 일기를 쓰고 메모를 하면 된다.
가장 정직하게 내면 세계를 파고 들어가는
설득력과 온갖 상상의 아이디어와 줄거리를 갖게 된다.

자신만이 경험한 가장 진솔한 이야기는
모두에게 감동을 준다.
만화가 이두호 선생은 항상
“만화는 엉덩이로 그린다.”라고
후배들에게 조언한다.
이 말은 언제나 내게 감동을 준다.
평생을 작가로서 생활하려면
지치지 않는 집중력과 지구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가끔 지구력 있는 천재도 있다.
그런 천재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축복이고
보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그런 천재들은 너무나 많은 즐거움과
혜택을 우리에게 주고 우리들의 갈 길을 제시해 준다.
나는 그런 천재들과 동시대를 산다는 것만 해도
가슴 벅차게 행복하다.

나 같은 사람은 그저
잠들기 전에 한 장의 그림만 더 그리면 된다.
해 지기 전에 딱 한 걸음만 더 걷다보면
어느 날 내 자신이 바라던 모습과 만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정상이든, 산중턱이든
내가 원하는 것은 내가 바라던 만큼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https://m.seoul.co.kr/news/newsView.php?cp=seoul&id=20050223030004

참고로 이분은

frrjq.jpg

이 작품의 작가임

tBOBF.jpg

천국의 신화라는 작품도 있는데

ziLgz.jpg

2016년에 네이버 웹툰에서 10년만에 뒷 이야기 연재도 했었음

본문 칼럼은 2005년 글인데 최근 2019년 인터뷰에서도

지금 학교에서 제자들한테도 늘 이야기한다. ‘네 그림이 마음에 안 들면 한 번 더 그려라. 스케치북을 들고 매일 10장씩 크로키하라. 1년이면 3500장, 10년이면 3만5000장이 된다. 그렇게 온갖 인간 자세와 패션과 풍경을 그리면, 이 세상에서 그려보지 않은 게 거의 없어진다. 좋은 글을 쓰고 싶으면 매일매일 일기를 쓰고 메모를 해라. 온갖 아이디어와 나만의 줄거리를 갖게 될 거다’라고. 나는 그렇게 만화가가 됐다.”

늘 하는 말인듯

본인에게도 천재 아니냐고 하면

“천재는 네댓 살에 작곡을 시작한 모차르트 같은 사람한테나 어울리는 말이다. 내 주위 사람들은 내가 만화를 붙잡고 얼마나 분투했는지 잘 안다. 그러니 어떤 미사여구로 포장해도 믿지 않을 거다.” 

그렇대....
목록 스크랩 (0)
댓글 59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영화이벤트] 세상의 주인이 바뀌었다!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예매권 증정 이벤트 302 04.24 22,236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549,179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3,005,639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3,811,541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0,300,366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1,291,390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3 21.08.23 3,408,518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17 20.09.29 2,240,356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41 20.05.17 2,964,946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53 20.04.30 3,522,862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글쓰기 권한 포인트 상향 조정) 1236 18.08.31 7,894,691
모든 공지 확인하기()
2391864 이슈 해군 훈련소 영상 뜬 소대장 훈련병 nct 태용.x 14:11 42
2391863 이슈 파인애플 껍질 벗기는 기계 시연.twt 1 14:10 121
2391862 유머 어제자 아이바오 토끼🐼🐰 2 14:10 314
2391861 유머 X-Japan 잡아 먹은 부장님 (음성 필수) 3 14:09 187
2391860 유머 아이돌끼리 얘기하다 계속 자기팬 쳐다보는 이유 에이비식스 이대휘 14:09 208
2391859 이슈 류현진 걱정하는 최양락에게 일침을 가한 팽현숙.jpg 3 14:09 470
2391858 유머 아니 영상 찍는데ㅋㅋㅋ 왜이렇게 흔들리지? < 했더니 .twt 3 14:08 535
2391857 팁/유용/추천 "할미랑 건강하게 오래 같이 살자" 25살 젊은 나이에 시력을 잃은 할머니의 옆자리를 따뜻하게 채워주는 냐옹신도 인정한 효냥이들 1 14:07 439
2391856 유머 데이식스 킹덤 1위하는법.x 26 14:06 974
2391855 이슈 라이즈 앤톤 아부지가 만든 유명한 곡 6 14:06 739
2391854 이슈 [KBO] 어느 팀한테 많이 쳤나 SSG 최정 팀별 홈런 개수 9 14:06 645
2391853 유머 오늘자 푸바오🐼 31 14:06 1,075
2391852 이슈 그시절 스티커 사진 찍는 변우석-김혜윤.twt 2 14:05 331
2391851 이슈 말하는것마다 종방연 정보 다나오는 김수현 10 14:05 945
2391850 정보 네페 100원 4 14:03 895
2391849 이슈 2024 에스파 aespa LIVE TOUR - SYNK PARALLEL LINE - Coming Soon 2✨ 9 14:02 467
2391848 정보 소프트콘에 미친 원덬이 추천하는 존맛도리 소프트콘.jpg + 19 14:02 1,276
2391847 정보 토스 정답 - 엘포인트 38 14:01 898
2391846 이슈 어도어 CEO 민희진 긴급 기자회견 준비중인 현장 99 14:00 12,849
2391845 이슈 (생중계 예정) 민희진 오늘 긴급 기자회견 49 14:00 3,1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