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의 사용설명서를 보면 식용유, 가솔린, 신나와 인화성 물질이 묻은 세탁물을 넣고 기계를 가동하면 폭발, 화재의 위험이 있다는 경고 문구가 적혀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세탁물을 세탁기에 넣으면 어떠한 원리로 폭발, 화재가 발생하는 것일까?
세탁기에 인화성 물질이 묻은 빨래를 넣고 탈수, 건조 시키면 탈수구에서 빠져나오는 물에 인화성 물질이 섞여 불이 붙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보면 빨래의 인화성 물질을 다 빠져나온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빨래에는 여전히 인화성 물질이 남아있을 수 있으며 이들 물질은 아주 적은 양으로도 불이 붙을 수 있다. 그런데 대체 왜 세탁기 내부에서 폭발, 화재를 일으키는 걸까?
탈수 혹은 건조 중인 세탁조 내부의 온도는 90℃에서 100℃를 넘는 경우가 많으며, 최고 200℃에 이르기도 한다. 실제 빨래의 온도는 마찰열로 인해 세탁조 내부 온도보다도 높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탁기 문의 유리가 유증기 등으로 뿌옇게 변해 내부가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문이 열려 산소가 유입되면 폭발이 일어나게 된다.
인화성 물이 묻은 빨래를 손빨래를 한 후 세탁기에 넣어도 사고로 부터 안전할 수 없는데, 이는 손으로 빨래를 한 후에도 인화성 물질이 빨래에 어느 정도 묻어있을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 인화점이 매우 낮으며 아주 적은 양으로도 불이 붙을 수 있기 때문에 위험성이 매우 높다.
이러한 사고로부터 특히 위험한 물질은 올리브유와 같은 식물성 기름인데, 이는 손으로 빨래를 해도 기름기가 잘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물질을 세탁기에 넣고 돌리는 것은 세탁기에 폭탄을 넣고 돌리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절대 유류, 알코올와 같이 인화성 물질이 묻은 물질을 세탁기에 넣어서는 안 되며 휘발성 물질이 묻은 빨래를 장시간 세탁기 내부에 방치했을때 역시 유증기로 인한 화재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만일 빨래에 인화성 물질이 묻었다면, 화기가 없는 곳에 1~2시간 이상 널어 말린 후 세탁해야 한다. 만일 식물성 기름이 묻은 경우 주방용 세제로 애벌빨래 후 세탁해야 한다. 특히 합성섬유와 같이 정전기가 잘 일어나는 세탁물은 애벌빨래 후 중성세제로 세탁해야 사고를 막을 수 있다. 만일 이미 세탁기 내부에 뿌연 연기가 찼다면 절대 문을 열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