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우습게 보며 경제공포 마케팅…잘못된 도그마에서 벗어나 경제 보도해야”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대표가 그리스, 베네수엘라에 빗대어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 “공포 마케팅을 써 먹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 전 이사는 16일 KBS ‘저널리즘토크쇼J’에서 국가재정정책, 국가채무 논쟁에 대한 언론 보도 행태를 비판하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한국경제는 지난 10일 <나랏돈 퍼주는 정부… “이대론 그리스처럼 파탄”> 기사에서 “그리스가 선심성 정책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2010년 국가부채비율이 146%까지 치솟았고 IMF 구제 금융을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재정 확대 정책이 1981년 그리스와 닮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여러 차례 “한국이 동북아의 그리스, 베네수엘라가 되는 것은 시간 문제”, “대한민국이 베네수엘라로 가는 초특급열차를 타고 있다”고 언급했다.
▲ <이미지 출처=KBS ‘저널리즘토크쇼J’ 화면 캡처>
이에 대해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로화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며 “그리스가 복지를 하면서 싼 비용에 쉽게 독일 돈을 빌려다 쓴 것”이라고 했다.
그는 “독일이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 돈을 싸게 빌려주다가 ‘너무 방만한 것 같아, 돈 좀 갚으세요’ 하니까 갑자기 파탄이 난 것”이라고 원인을 설명했다.
하 교수는 “환율의 문제, 경상수지의 문제, 통화 시스템의 문제인데 단순히 복지 문제라고 언론이 보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주진형 전 이사는 “‘우리나라 이러다가 베네수엘라 된다’는 소리와 똑같은 것”이라고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상기시켰다.
주 전 이사는 “왜 그리스와 우리를 비교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이 그리스는 망가진 나라니까 공포 마케팅의 예로 써먹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는 “더 중요한 것은 외국에 대한 편견을 활용한다는 것”이라고 문제점을 짚었다.
정 교수는 “대단히 사려 깊지 못한 방식의 무책임한 보도 양식”이라며 “파탄했다고 당연하게 찍어놓고 망한다는 모욕적인 발언들을 한 것”이라고 위험성을 지적했다. 그는 “그리스가 외교적으로 문제 삼으면 할 말도 없는 것”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현재처럼 글로벌화되고 국제화된 시대에 이런 식으로 언론이 남의 나라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이용해 보도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언론들의 공포마케팅식 보도에 대해 정 교수는 “낮은 수준의 저열한 저널리즘”이라며 “국민을 우습게 보면서 공포를 자극하고자 하는 더밍 다운(dumbing down), 낮춰 보고 하는 행동”이라고 했다.
▲ <이미지 출처=KBS ‘저널리즘토크쇼J’ 화면 캡처>
독일의 안톤 숄츠 기자는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의 한국 신용등급을 언급했다. 무디스(Moody’s)는 Aa2, 스탠더드앤드푸어스(Standard & Poor’s)는 AA, 피치레이팅스(Fitch Ratings)는 AA-로 평가한 것을 지적하며 “거의 탑 순위다. 일본보다 좋다”고 말했다.
이어 숄츠 기자는 “한국 기자들이 생각하는 만큼 위험한, 곧 망할 나라가 된다면 절대 이런 순위가 나올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야당과 언론이 경제 공포를 자극하는 이유에 대해 주 전 이사는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기 위한 것이고 복지확대와 증세로 가는 것을 미리 막기 위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하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도그마가 있다”며 “재정은 무조건 건전해야 하고 돈은 안 쓰는 것이 좋고 기업들 투자를 늘리는 게 좋고 투자도 눈에 보이는 건물이나 기계가 좋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고도성장기에 생긴 관념인데 아직도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며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사람한테 투자하고 지식, 눈에 안 보이는 것들, 공공재에 대한 투자가 더 필요한 시점”이라며 언론과 경제학자들이 고도성장기 때의 도그마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이미지 출처=KBS ‘저널리즘토크쇼J’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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