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가 아파트 '타깃' 삼아 공시가격 올렸지만
현장에선 "턱도 없는 소리" "눈도 깜짝 안 할 것"
(서울=뉴스1) 전형민 기자,김정근 기자 = "집값이 35억원인데, 그거 몇백만원 늘어난다고 집주인이 집을 팔것 같아요? 턱도 없는 소리"
18일 오후 찾은 서울 서초구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인근 A공인중개사무소의 대표는 '보유세 부담에 내놓는 매물은 없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꾸했다.
정부가 매년 9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끌어올리며 정책적으로 다주택자 압박에 나섰지만, 정작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뉘앙스다.
정부가 이날 내놓은 '2020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인상안'에 따르면, 강남권 대표 신축으로 지난해 매매 가격 3.3㎡당 1억원을 돌파한 '아리팍'(반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의 공시가격은 25억7400만원으로 지난해(19억400만원)보다 35.1% 증가했다.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이 아파트를 한 채 보유한 집주인은 올해 보유세로 지난해보다 530만원이 늘어난 1652만원을 내야 한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1년 만에 가만히 앉아서 500만원이 넘는 세금을 더 내게 생긴 것.
정부와 부동산 전문가들은 거래 절벽에 몰린 시장에 보유세를 부담스러워하는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돌며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했지만, 정작 현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아크로리버파크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 News1 구윤성 기자이날 오후 방문한 '아리팍' 인근 공인사무소는 대부분 보유세 증가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보유세보다 집값 상승 기대감이 여전히 더 크다는 분위기였다. 심지어 몇 곳은 공시가격이 발표된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B공인 대표는 "눈도 깜짝하지 않을 것"이라며 허허거렸다. 그는 "좋은 입지 조건과 우수한 환경이 갖춰진 만큼 결국은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C공인 대표도 "여기 사는 분들은 몇백이 없어서 안절부절못하는 분들이 아니다"라며 '급매물' 가능성을 일축하기도 했다.
그는 "아리팍 단지가 처음 생길 때 조합원들은 아파트 1채와 5억8000만원 정도의 분양수익초과금을 받았다"며 "최근에는 매물도 없고 사려고 하는 사람도 없는 상태인데 지켜봐야겠지만, 보유세 부담 때문에 매물이 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히려 아리팍 조성 분양 당시 조합원들이 수중의 현금을 가지고 주변 재건축 단지에 새로운 '투자'를 하고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자신이 살던 집을 팔고 그 집에 전세로 들어가면서 무주택자 지위를 획득하고, 동시에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로 10억원 정도의 현금을 추가로 확보해 주변 신반포 15차 등 주변 재건축 조합에 재투자하는 방식이다.
D공인 관계자는 "이 정도로 현금이 확보된 자산가들이 보유세 몇백만원에 시간이 지나면 값이 올라갈 집을 내놓겠느냐"며 "어림도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이러한 분위기는 최근 집값이 급상승하며 '핫'해진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인근 공인사무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인근 E공인 대표는 "매매가에 미미한 하락이 보이지만, 물건이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공시가격'의 영향에 대해서도 "큰 영향은 없다"며 "가격변동도 미미하다. 오름세가 주춤했다고 봐야지 매매가가 떨어졌다고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F공인 관계자 역시 비슷한 반응이었다. 그는 "급매가 있긴 하다. 하지만 보유세 때문이라기보다는 개인 사정"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공시가격이 올랐어도 여기는 1주택자, 전용 85㎡평 기준 350만원 정도"라며 "집주인 입장에서 그렇게 부담되는 돈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자영업하는 분들이 경제적 여력이 없어서 급하게 처분해야 한다거나 등으로 급매가 나올 수는 있지만, 종부세나 세금 때문에 급매로 집을 판다는 분은 아직 못 봤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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