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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막차리뷰]극한의 훈련으로 인성을 바꾼다고?···허울뿐인 갱생 서사 ‘가짜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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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5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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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들의 해군특수전전단 훈련체험을 다룬 <가짜 사나이>의 장면들. 유튜브 화면 캡처


'민간인’들의 해군특수전전단(UDT) 훈련 체험을 담은 유튜브 콘텐츠 <가짜 사나이>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지난 7월9일 공개된 1편의 조회수만 1500만회를 넘어섰습니다. 총 일곱편인 시즌1의 조회수 합산은 6000만회에 육박합니다.


시즌1의 인기를 등에 업고 시즌2도 바로 제작됐습니다. 지난 2일에 공개된 첫편은 3일만에 조회수 1000만을 달성했습니다. 전 축구 국가대표 김병지, 방송인 줄리엔 강 등 교육생들 면면은 더욱 화려해졌고, 훈련 스케일도 커졌습니다.


인기만큼 우려하는 시선도, 논란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콘텐츠의 가학성이 큽니다. 이번 <막차리뷰>에서 40대 남성 기자는 “자칫하면 폭력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걱정합니다. 30대 여성 기자는 “허울뿐인 ‘갱생 서사’로 가학의 재미를 추구한다”고 비판합니다. ‘마음대로 별점’도 함께 매겨봤습니다. 


■21세기에 정신력 강화 프로그램이 뜰 줄이야


1989년쯤으로 기억한다. 그러니까 30년도 더 된 이야기다. 한국 프로야구팀들 사이에 ‘오대산 극기훈련’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하위권에 머물러 있던 태평양 돌핀스가 한겨울 계곡물에 몸을 담그는 ‘정신력 강화’ 훈련을 실시한 뒤 성적이 상승하자, 다른 구단들도 이를 따라하기 시작했다. 너도나도 얼음을 깨고 계곡으로 뛰어들었다. 군대에 팀 훈련을 며칠간 위탁하는 방안도 나왔다. 다행히 유행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선수들 몸만 상했을 뿐 성적이 따라오지 않았다.


유튜브 채널 ‘피지컬 갤러리’가 전직 UDT 대원들을 교관으로 내세워 만드는 <가짜 사나이>는 20세기에도 통하지 않았던 정신력 강화 훈련을 21세기로 가져온 프로그램이다. 이야기의 틀은 전혀 새롭지 않았다. 나태하고, 유약하고, 이기적인 교육생들이 교관들의 ‘참교육’을 받은 뒤 단기간에 새 사람으로 거듭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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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사나이>는 20세기에도 통하지 않았던 정신력 강화 훈련을 21세기로 가져온 프로그램이다. 유약하고, 이기적인 교육생들이 교관들의 ‘참교육’을 받은 뒤 단기간에 새 사람으로 거듭난다. 유튜브 화면 캡처


교관들이 교육생들을 대하는 자세는 시즌1 1편에서 교육대장인 이근 전 대위가 등장할 때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근 전 대위는 멀쩡한 동선을 마다하고 교육생들 사이를 거칠게 뚫고 나간다. 황당해하는 교육생들 앞에서 되려 화를 낸다. 그의 표정에서는 결의가 느껴진다. ‘너희들의 정신자세를 내가 고쳐주겠어.’


시즌1 5편에 나오는 조교들의 일장 훈시도 이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바가 어디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힘든 훈련 끝에 기진맥진한 교육생들을 앞에 두고 조교들은 ‘인생 똑바로 살라’고 갈구고 또 갈군다. 위로하는 척 교육생들의 약한 면을 집요하게 끌어내 결국 울음을 터뜨리게 만든다. 그리고 엄숙하게 선언한다. ‘이제 너희는 달라졌다.’


웃자고, 재밌자고 만든 프로그램이지만 걱정을 안할 수가 없다. <가짜 사나이>는 폭력을, 억압을 당연하게 여기도록 만든다. 군대가 ‘전쟁에서 이기려면 어쩔 수 없다’는 논리로 폭력을 정당화했듯이, <가짜 사나이>는 단기간에 정신을 개조하려면 이런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강변한다. 그리고 또 한마디 덧붙인다. “이게 다 너희를 위한 것이다.”


사실 가장 당황스러운 것은 <가짜 사나이>의 인기다. 나는 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운데 회당 조회수가 최소 500만을 넘어간다. 시즌 1 댓글에는 감동을 받은 시청자들의 후기가 속속 올라왔다. 시즌2 공개 이후 여러 논란이 불거지면서 ‘거품’이 빠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도대체 내가 찾지못한 이 프로그램의 미덕은 무엇이었을까. 21세기의 시대정신을 나만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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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도 못할 ‘인성 문제’, 가학의 방패로만 쓰이네


“정신적으로 많이 나태해져서” “제 한계를 뛰어 넘어” “각성의 계기로 삼고 싶습니다”. <가짜사나이> 시즌2 출연진 모집을 위한 최종 면접, 지원자들이 쏟아낸 지원 동기는 한결 같았다. 이들은 ‘특수부대 훈련’ 체험이란 명목으로 자행되는 고문과 학대를 ‘부디 받게 해달라’ 호소하며 저마다 갱생을 욕망했다. 


인간이길 포기한 극한의 훈련이 도리어 인간을 개선한다는 이들의 믿음은, ‘초대박’ 콘텐츠 <가짜사나이>에 열광한 시청자 다수가 공유한 것이기도 했다. 이 믿음만 있다면 잠도 밥도 없이 얼차려만 받는 고통의 시간도 다 ‘괜찮은’ 것이 된다. 모든 학대의 목적은 ‘갱생’이며 출연자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시청자는 ‘리얼한’ 갱생 도전기를 지켜보며 자극과 재미만 느끼면 될 뿐이다.


당연하게도, 괜찮을 리 없다. 시즌1의 성공에 힘입은 <가짜사나이> 시즌2는 실제 특수전 훈련과의 ‘싱크로율’을 높인다는 이유로, 출연자들의 “체력이든 멘탈이든 환경이든” 모조리 극한으로 몰아넣는 나름의 ‘업그레이드’를 선보였다. “특수전 요원은 삶과 죽음이 오가는 환경 가운데 임무를 수행”하므로 “모든 훈련은 극한으로 최악의 상황을 만든다”는 설명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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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훈련이 인간을 개선한다는 믿음이 <가짜사나이> 흥행의 원천이다. 모든 학대의 목적은 ‘갱생’이며 시청자는 ‘리얼한’ 갱생 도전기를 지켜보며 자극과 재미를 느낀다. 유튜브 화면 캡처

그런데 뜻밖에 원성이 나왔다. 훈련 11시간여만에 국가대표 운동 선수와 걸출한 헬스 유튜버까지 모두 ‘퇴교’, 즉 포기를 선택한 4회가 공개된 직후였다. 출연자들의 “멘탈을 흔들기 위해” 갖은 조롱과 인신공격을 동원해 퇴교를 종용하는 교관의 언동에 불편함을 느낀 시청자들은 “교육에 일관성이 없다” “동기 부여가 안된다” 등 비판을 쏟아냈다.


하지만 애초 제작진이 준비한 ‘극한 상황’은 최정예 특수전 요원을 선발하기 위한 훈련 과정일 뿐이다. 전쟁이라는 비인간적 상황에서도 생존하고 싸워내는 능력을 키워내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런데 시청자들은 ‘교육의 일관성’이나 ‘동기 부여’ 같은 지극히 상식적 덕목을 요구한다. 사실 처음부터 ‘갱생 서사’는 고강도 특수전 훈련을 통해 이룰 수 없없는 것임에도 말이다.


“가족들에게 충실하고 욕심을 버리겠습니다.” 한 출연자는 “여기 와서 어떻게 변하고 싶냐”는 교관 물음에 도로에 ‘엎드려 뻗친’ 채 이렇게 답했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군사 훈련은 전투 능력을 향상시킬 뿐, 가족에 대한 충실함 같은 ‘인성’까지 키워주진 않는다는 것을. 최근 연달아 불거진 <가짜사나이> 출연 교관들의 ‘도덕성 논란’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가짜사나이>는 이토록 허울뿐인 ‘갱생 서사’로 손쉽게 가학의 재미만 추구할 뿐이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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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2010141553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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