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의 영웅’ 고 최동원 선수를 기리는 동상이 낮은 시민의식 탓에 몸살을 앓는다. 동상 주변이 ‘쓰레기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보도 이후 국제신문 영상팀이 지난 11일 5개월여 만에 현장을 다시 찾았다.
동상 주변에는 여전히 쓰레기가 뒹굴고, 인근에서 담배를 피우는 시민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일부 시민은 동상 옆에서 노상방뇨를 하기도 했다. 이날 롯데는 홈 4연전을 맞아 고인의 7주기 추모식의 하나로 ‘메모리 시리즈’를 진행했다. ‘불세출의 야구 영웅’이었던 고인은 2011년 9월 14일 대장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이날 오후 4시께 부산 사직야구장 최동원 동상 주변에는 이미 담배꽁초, 칫솔, 플라스틱 음료수 컵 등이 여기저기 버려져 있었다. 경기가 시작되기 직전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맞춰 입은 팬들이 동상 주변으로 몰려와 담배를 피우더니 아무렇지 않게 화단에 꽁초를 던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한 무리의 회사원도 동상 앞으로 다가와 담배를 꺼냈다. 이들 역시 담배를 피우고 난 뒤 남은 꽁초를 동상 주변에 던졌다. “이 동상이 무엇인지 아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이들은 아무런 대답 없이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치워도 쌓이는 쓰레기는 결국 ‘시민의식’
문제는 관리 부실이 아니라 ‘시민의식’이었다. 부산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는 최동원 동상 옆에 7월 안내판을 세웠다. 부산시 관계자는 “최동원 동상 옆에서 담배를 태우고 쓰레기를 버린다는 민원으로 표지판을 세우고 청소를 하고 있다”며 “시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도…아직 ‘영웅 최동원’이 그립다
이날 사직야구장 최동원 동상 앞에서 팬들이 사진을 찍거나 기도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김소영(여·71) 씨는 “매일 이곳에 오면 최동원 동상 앞에서 기도한다”며 “최동원 선수가 정말, 정말 열심히 살아왔다. 저세상에서 편안하게 계셨으면 해서 기도를 드린다”고 말했다.
남희숙(여·60) 씨도 “나는 오로지 최동원 팬”이라며 “롯데가 좋은 게 아니다. 선수들이 좋았다. 우리 나이대 사람들은 ‘최동원’이라고 하면 ‘신’이라 생각했다. 야구의 신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채호 기자 chaeh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