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탈선. 나는 박사방을 그렇게 부르고 싶습니다."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이 텔레그램에서 한 말이다. 조주빈은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텔레그램에서 마치 현실 세계에서도 거물인 양 행세했다. 본인은 정계와 연결된 흥신소를 운영 중이고, 여러 분야에 발이 넓다고 자신을 꾸며냈다.
하지만 현실의 조주빈은 25살 전문대 출신의 무직자이자 범죄자에 불과했다. 25일 경찰의 포토라인에 선 조주빈은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게 사죄를 드린다"며 "멈출 수 없던 악마의 삶을 멈출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교수는 "여러 정황상 ‘사이코패스’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사이코패스는 범행을 통해서만 밖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다.
조주빈 "회원이 없는 '박사방'은 무의미"..."돈 있으면 더 즐거울 수 있게!
25일 머니투데이의 취재를 종합하면 조주빈은 텔레그램에서 박사방 외에도 여러 방을 만들어 운영하며 자신을 홍보했다. 물론 모두 다 거짓이다. 조주빈의 본질은 사기꾼이자 성범죄자였고, 오로지 돈을 목적으로 움직였다.
조주빈은 텔레그램에서 자신을 정계와 맞닿아 있는 흥신소를 운영하는 사업가로 표현했다. 자신이 대단한 정보망을 가지고 있다고 속였다. 1995년생이지만 텔레그램 내에서는 40~50대인 것처럼 행동했다.
박사방 관련 취재가 시작되고, 참여자들이 불안해하자 이를 안심시키는 발언을 했다. 그는 “여러분(회원)이 내 의미"라며 "여러분이 없는 박사방은 제게 무의미하다”는 말을 전했다. 이와 함께 박사방에 ‘시대의 탈선’이라는 어쭙잖은 의미를 부여했다.
또 박사방을 취재한 취재진에 대해서는 ‘사명감을 갖는 인간들 대다수는 자기자신을 속인다’며 폄하했다. 그는 자신이 등장하는 방송프로그램을 실시간으로 보는 대화방을 만드는 대담함을 보였다. 이어 새로운 보상시스템을 만들었다며 회원들을 유혹했다.
조주빈은 “돈이 없어도 즐길 수 있게! 돈이 있으면 더 즐거울 수 있게!”라며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그는 자신의 대화방에서 성취감과 도취감을 느낄 수 있다고 홍보했다.
조주빈의 망상 "어릴적 보육원에서 학대"…전문가 "사이코패스의 모습"
조주빈은 자신이 과거 수녀원에서 자랐고, 학대를 받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평소 보육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텔레그램 안에서는 보육원에서 학대를 받았다고 천역덕스럽게 거짓말을 했다.
박사는 대화방 내에서 "중앙 신발장 옆에서 속옷바람으로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들어 벌을 받았다”며 수치감을 느꼈다고 썼다. 그는 자신을 기른 수녀가 위선과 변태성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어 수녀원의 돈을 훔쳐 탈출했고, 커서 흥신소를 차린 뒤에는 수녀의 뒤를 캤다고도 했다. 그는 "수녀의 뒤도 캤지만 보복은 하지 않았다. 떠밀려 수녀가 된 그녀의 삶과 애환도 공감해야 했다"고 본인의 위선을 덮었다.
공 교수는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거짓말을 하는 것은 목적을 위해 상대방의 환심을 사기 위한 행위"라며 "텔레그램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수녀원 학대 이력을 지어낸 것은 본인의 목적을 위해 일단 상대방의 환심을 사기 위한 거짓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기에다가 상대에 냉담하고 감정이입이 어렵고, 거짓말도 잘하는 것 등을 돌이켜보면 정신병질적인 사람으로 판단된다"며 "온라인상 가면도 다양한데 여러 증상 종합적으로 보면 이는 '사이코패스'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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