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천윤혜기자]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2'는 죽은 자들이 살아나 생지옥이 된 위기의 조선, 왕권을 탐하는 조씨 일가의 탐욕과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되어버린 왕세자 창의 피의 사투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 '싸인'부터 '유령', '쓰리 데이즈', '시그널'을 통해 한국 장르물의 대가라고 불린 김은희 작가가 '킹덤' 시즌1에 이어 시즌2까지 선보이며 '킹덤2'가 제대로 베일을 벗었다.
'킹덤'은 지난해 시즌1이 공개되자마자 국내는 물론 해외팬들을 끌어모으며 새로운 좀비물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연출의 힘, 배우들의 연기력도 큰 몫을 차지했지만 여기에 김은희 작가의 필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
20일 김은희 작가는 화상인터뷰를 통해 헤럴드POP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는 '킹덤'이 서양인들의 열광을 불러모은 이유에 대해 "'킹덤' 전체가 가지는 극적인 분위기가 동양적이고 시대적인 분위기, 계급이 사라진 좀비들의 모습을 새롭게 느끼셨던 게 아닐까 싶다"고 겸손함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K좀비라고 말씀해주시면 너무 기쁘다. 제가 생각한 '킹덤' 안의 좀비들은 슬퍼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출발점부터가 왕실의 탐욕인 것도 있지만 사람들이 어떤 역병에 걸린지도 모른 채 살아서도 죽어서도 배고픔에 시달리는 슬픈 존재다. 그런 표현을 하고 싶었다"며 자신이 생각한 K좀비의 특성에 대해 언급했다.
'킹덤' 시리즈가 해외 팬들에게 각광을 받은 부분은 좀비물이라는 것도 있지만 그동안 동양 문화에 익숙하지 않았던 서양인들에게 한국의 미를 알려준 측면도 있었다. 특히 시즌1에서는 갓이 예상 외로 인기를 모으기도.
김은희 작가는 '킹덤'을 통해 한국의 미를 알려 주고 싶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저도 한국사람인데 기획하면서 상주부터 여러 곳에 가봤더니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저도 몰랐던 아름다움이 너무 많았다. 경복궁도 소풍 갔던 데인데 나이 들면서 시선이 바뀌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이런 아름다움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축과 자연의 미를 최대한 보여주고 싶었다."
'킹덤2'에서 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던 김은희 작가. 이는 창의 마지막 선택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었다. 그는 "혈연, 핏줄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권력 전복을 생각했다기보다는 어떤 리더가 가장 좋은 리더일까 생각했다. 창이 진짜 동생은 아니지만 무리해서 왕이 되는 게 좋은 건지, '킹덤2'에서는 그런 얘기가 하고 싶었다. 창의 선택은 그게 최선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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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3가 만들어진다면 그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을까. 김은희 작가는 "넷플릭스랑 얘기를 해봐야 한다. 또 배우분들이 너무 좋은 분들이라 스케줄 등 제반 사항이 맞아야 한다"며 시즌3는 확정된 사항이 아님을 밝혔다.
그럼에도 "좀 더 커진 세계관, 새로운 배경에서 더 이상 이 역병이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사람들이 그 근원을 좇고 싶어하는 얘기가 될 것 같다. 시즌2가 피에 대한 얘기였다면 만약에 허락한다면 시즌3는 한에 대한 얘기를 해보고 싶다"며 "전지현 씨는 시즌1, 2에서 봤던 주인공들과 함께 (시즌3에서) 중심축을 담당하는 역할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은희 작가는 전지현과 '킹덤'과 '지리산' 두 편의 작품을 연속으로 하게 됐다. 그를 사로잡은 전지현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김 작가는 이에 대해서는 "전지현 씨는 누구나 아시듯 매력 많으시고 일단 여전사 같은 느낌이 너무 좋았다. 이런 배우와 몸을 쓸 수 있는 작품을 하면 좋겠다 싶었다. 액션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실제로 갖고 있는 통통 튀는 매력들을 두 편에 걸쳐서 다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극찬을 하기도 했다.
'킹덤2'에서는 '이 사람까지 죽나' 싶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맞이한다. 물론 이들의 죽음이 모두 이유가 있는 것은 맞지만 극의 전개상 과감한 결단력이기도 한 것.
그는 우선 조학주의 죽음에 대해 "악역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어떻게 죽는 게 가장 비참할까에 대해 생각했다. 자기가 집착했던 해원 조씨의 핏줄에게 죽는 게 가장 비참한 죽음이 아닐까 했다"며 "조학주가 가장 비참하게 죽었으면 좋겠었었다. 또 안현과 무영도 역병에 한 축을 담당한 사람이었다. 물론 무영은 가족을 향한 애정 때문에 그런 거였다. 무영의 죽음은 중전이 어떤 음모를 꾸미고 있는 지에 대해서 창에게 얘기해주며 결국 충신 역할을 해주면서 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런 김 작가의 과감한 대본은 주인공도 죽일 수 있는 작가라는 이야기까지 나온 상황. 김은희 작가는 이 이야기에 웃음지으며 "제가 예전에 사람 잘 죽인다고 망언을 했었다. 죽이고 싶어서라기보다는 다들 원죄가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들의 마지막을 어떻게 맺는 게 맞을까 고민을 했다. 저는 안현 대감의 마지막을 쓰면서 이 사람다운 마지막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주인공을 어떻게 잘 죽이겠나. 큰 고민이 많이 필요했던 것 같다"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죽음을 맞이한 배우들의 연기력에 대해서는 "대본이 3D로 올라오는 게 벅찼다.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같이 일했으면 좋겠는데 싶었다. 작가로서는 너무 고마운 연기를 해주셔서 너무 벅찼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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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 작가는 다른 배우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주지훈에 대해서는 "김성훈 감독님이 왜 영리한 배우라고 했는지 알겠더라"라며 앞으로도 계속 함께 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으며 배두나, 김혜준에 대해서는 "두 배우들에 대해 믿음이 있었다. 배두나씨는 월드스타이시고 얼굴로 말하는 연기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극과 어울리지 않다고 어색할 수 있지만 천민이고 궁궐 말투를 써보지 못한 캐릭터라 생각해서 그 배우의 해석이 새롭다고 봤다. 김혜준 씨는 정말 어린 느낌이었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10대 후반의 어린 나이에 세도가의 자식으로 태어나서 50대의 왕과 결혼할 수밖에 없던 비극성이 표현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배우의 마스크가 가지는 힘이 너무 좋았다"고 극찬했다.
아직은 시즌3에 대한 결정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벌써부터 모으고 있는 상황. 전지현의 합류와 새롭게 시작될 '킹덤3'를 기대해봐도 좋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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