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정보 한국인의 정 (情), 일본인의 아마에 (甘え) *긴글주의
10,378 27
2019.11.05 17:49
10,378 27
일본인의 아마에(甘え)란?

아마에(甘え)는 가장 일본적인 정서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情)이 가장 한국적인 정서인 것처럼 말이죠. 지난 글에서 정이 가장 한국적인 정서인 이유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그렇다면 아마에는 왜 가장 일본적인 정서일까요?

아마에(甘え)는 우리말로 '응석'이나 '어리광' 쯤으로 옮겨집니다. 우리도 비슷한 개념을 갖고 있다는 뜻입니다. 정(情)에 해당하는 일본어 또한 존재합니다. 닌조오(人情) 혹은 오모이야리(思いやり)가 그것인데요. 

그러나 사람들은 응석이나 어리광이 가장 한국적인 정서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닌조오나 오모이야리가 가장 일본적인 정서라고 생각하는 일본인들도 없죠. 오늘은 일본의 아마에(甘え)라는 정서가 가장 일본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말씀드려보겠습니다.


1971년 도이 다케오(土居 健郞)는 '아마에의 구조'라는 책에서 일본인들의 아마에에 대해 밝히고 있는데요.

그에 따르면 아마에는 어머니와 자녀의 관계에서 기인합니다. 어머니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고 어리광을 부리는 아이의 마음. 이것이 아마에입니다. 
이런 속성 때문에 도이 다케오는 아마에를 수동적 대상애(對象愛)라고 정의하는데요. 여기가 아마에(甘え)가 한국인의 정(情)과 구별되는 지점입니다. 

정의 가장 큰 특징이 자기중심성, 즉 주관성이라 말씀드렸었지요. 정은 상대방에 대해 내가 갖는 감정입니다. 내가 상대방에게 친밀감과 애정을 느끼고 내가 느낀만큼 상대방에게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정이죠. 

아마에처럼 정도 어머니와 자녀 관계에서 유래되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어머니는 자식에게 모든 것을 줍니다. 아이는 조건없이 제공되는 어머니의 사랑을 받으며 안정감과 만족감을 느끼죠. 일본의 아마에가 아이의 입장에서 느끼는 감정이라면 한국의 정은 어머니 입장의 감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머니의 조건없는 사랑을 받으며 사랑하는 이에게 아낌없이 주는 어머니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이죠. 이는 실제로 어린 아이들의 자의식이 발달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일본인들이 어머니에게서 사랑을 받는 아이의 감정경험을 내면화했다면 한국인들은 어머니의 감정경험을 내면화한 것입니다.


즉, 한국인의 정(情)은 행위의 주체로서의 자기 자신이 느끼는 능동적인 사랑입니다. 다시 말해 능동적 주체애(主體愛)인 것이죠. 수동적 대상애로 정의되는 아마에와는 그 방향이 정 반대입니다. 정과 아마에의 이러한 속성은 한국인과 일본인의 자기관에 근거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누미야 요시유키 박사의 주체성-대상성 자기이론에 따르면 한국인은 주체성 자기, 일본인은 대상성 자기가 우세한 사람들인데요. 이 자기관의 성격에 따라 개인의 경험은 그 방향을 달리하게 됩니다. 

자신이 주관적으로 느낀 애정을 상대에게 베풀고자 하는 정(情)에는 자신을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주체적 존재로 인식하는 주체성 자기의 특성이, 상대방이 자신에게 주는 애정을 받으려는 아마에(甘え)에는 자신을 사회적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대상적 존재로 인식하는 대상성 자기의 특성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습니다. 

여기까지 한국인과 일본인의 심리적 특성에 근거한 정과 아마에의 차이에 대해 말씀드렸구요. 다음은 아마에가 과연 일본문화와 일본인들의 삶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좀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도이 다케오는 아마에(甘え)가 일본인의 전반적인 인간관계와 일반적 경험으로 확장된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아마에를 '인간 존재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분리의 상황을 부정하고 분리가 가져올 고통을 잊으려는 마음인 동시에, 분리가 현실로 나타날 경우 닥칠 갈등과 불안을 숨기려는 심리 상태'라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분리불안은 어린아이들이 어머니에게서 떨어졌을 때 느끼는 감정입니다. 즉, 일본인들은 자신의 존재가 불안하다고 느낄 때, 어머니와 분리되지 않았을 때의 안정감과 만족감을 찾아가려 한다는 것이죠. 

외롭고 힘들 때 마지막으로 누구에게든지 기대고 싶은 마음이 바로 아마에인 것입니다. 


그러나 일본에서 아마에에 대한 인식은 별로 좋지 않습니다. 일본이라는 사회를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원리로 메이와쿠(迷惑)를 꼽을 수 있는데요.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지하철이 유난히 조용한 이유도, 일본의 거리가 유난히 깨끗한 이유도 이 메이와쿠 때문이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질서의식' 쯤으로 이해되고 있는 이 메이와쿠는 상상 이상으로 일본인들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아마에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아마에는 힘들고 외로울 때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아마에조차 남에게 폐를 끼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일본인들은 좀처럼 아마에를 드러내려 하지 않고 또 그래서은 안된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일본의 연인들이 며칠씩, 때로는 몇 주씩 연락을 하지 않고도 괜찮을 수 있는 이유도 필요이상의 잦은(?) 전화가 연인에게 폐가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일본은 가장 가까운 사이인 부부조차도 각자의 영역이 확실합니다. 물론 일심동체라 하는 부부일지라도 서로의 독립성이 존중되어야 하겠지만, 힘들 때 기대는 것조차 꺼려진다면 그것을 과연 부부라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것도 한국문화적인 생각이겠지만 말이죠.


따라서 일본인들에게 아마에란 매우 간절하지만 쉽게 표현할 수 없는 마음, 어쩌면 표현해서는 안되는 마음입니다. 힘들고 외롭다고 아마에를 드러냈다가는 '폐를 끼치는 인간' 또는 '자립하지 못한 인간'이란 평가를 받을지도 모르는 것이죠. 그것이 가족일지라도 말입니다.


이러한 아마에의 이중성은 일본인들의 마음에 매우 취약한 부분을 만들어냅니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또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https://brunch.co.kr/@onestepculture/209
흥미로워서 부분적으로 가져와 봄
목록 스크랩 (0)
댓글 27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드라마이벤트] '지옥' '부산행'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시리즈 <기생수 : 더그레이> 팬 스크리닝 & GV 시사회 이벤트 150 03.26 43,744
공지 📢이벤트 게시판 신설 및 이벤트 공지 기능 추가 안내📢 01.05 1,678,314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모든 공지를 한 번씩 누르면 접기설정된 공지는 접힙니다📢] 23.11.01 2,002,746
공지 📢📢기능 추가 필독!!!!!!!!!!!!! [모바일 하단바 / 전체게시판 즐겨찾기한 게시판만 보기 / 게시글 공유 기능 등]📢📢 23.08.22 2,090,011
공지 더쿠 GIF 업로드 기능 오픈 및 과거 이미지 복구 관련 안내 23.07.30 1,750,416
공지 검색기능 개선 완료 공지 (23/7/9 12:50 시작단어 한번에 검색할 수 있도록 검색옵션 개선, ^옵션 삭제) 23.07.08 2,129,492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2,734,828
공지 ◤더쿠 이용 규칙◢ (7번 항목 더쿠 사이트 및 회원들에 대한 비방/조롱 및 유언비어 유포 행위 강력 제재 갱신) 20.04.29 19,583,713
공지 성별관련 공지 16.05.21 20,442,233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2 21.08.23 3,149,852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11 20.09.29 1,922,988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17 20.05.17 2,702,522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46 20.04.30 3,262,530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번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 무통보 차단 주의) 1236 18.08.31 7,613,298
모든 공지 확인하기()
2386757 기사/뉴스 음란물 보고 나서 여교사 텀블러에 체액 넣은 남고생(상세한 내용보니 더 개토나옴..) 1 16:58 162
2386756 이슈 오마이걸 아린 인스타 업뎃 3 16:56 293
2386755 이슈 5년만에 찍는 시즌2에서 주인공들 다 모이는 드라마....jpg 7 16:56 840
2386754 이슈 러브캐쳐1 출연자 김지연 고소 공지 1 16:56 548
2386753 이슈 당근 되팔램 근황.jpg 7 16:55 878
2386752 기사/뉴스 "카데바를 공유한다고?"…시신기증 서약한 가족의 분노 1 16:54 511
2386751 기사/뉴스 '한소희 저격' 혜리, 근황은 밝은 미소…태연과 칵테일 파티 [스타엿보기] 17 16:52 2,521
2386750 이슈 한화이글스 홈개막전 경기 보러온 한화 김승연 회장.jpg 17 16:50 1,188
2386749 유머 1년만에 재회한 레이아가씨&송집사(집사카페 편) 16:50 312
2386748 기사/뉴스 ‘입 없는 북극곰’ 류준열 침묵에 ‘시끌’…한소희도 “답답” 2 16:50 394
2386747 기사/뉴스 "함께 죽자" 쥐약 먹인 치매 아내 멀쩡하자 목조른 80대, 살인혐의 인정 11 16:49 489
2386746 이슈 트위터 8천5백 알티 넘은 4컷 만화.twt 3 16:49 666
2386745 이슈 정반대 느낌으로 본투비 아이돌이라는 베몬, 아일릿 07년생 멤버들 16:49 258
2386744 기사/뉴스 박명수 공연 후기 “인천 찜질방서 ‘바다의 왕자’ 부른 적 있어”(라디오쇼) 1 16:42 230
2386743 이슈 ‘입 없는 북극곰’ 류준열 침묵에 ‘시끌’…한소희도 “답답” 40 16:42 1,988
2386742 유머 [메이드인경상도] 피식대학 해체 위기 4 16:41 1,268
2386741 유머 에이티즈는 왜 이런걸로 알티타나요? 모음.jpg 19 16:39 962
2386740 이슈 영화 미드소마 느낌 난다고 말 나오는 오늘 데뷔한 걸그룹 MV 14 16:38 1,820
2386739 이슈 하이브 신인 걸그룹 '아일릿' 데뷔하자마자 KT 모델 발탁 12 16:38 1,085
2386738 이슈 중국 대내외적으로 중국 최고의 영화라고 칭송받는 작품. 32 16:38 2,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