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서머레디백 핑크색 11만7240원에 팝니다. 6월 8일 도착 예정”
2일 쿠팡, 위메프, 11번가 등엔 이런 판매 공지가 수십건 올라와 있다. 가격은 12만원대에서19만원대까지다. 핑크색 서머백의 인기가 더 높아 초록색보다는 가격이 높게 책정돼 있다. 역시 증정품인 캠핑의자와 묶은 세트로 팔겠다는 판매자도 있다. 캠핑 의자의 가격은 가방보다는 저렴하다. ‘스타벅스 서머체어 오렌지ㆍ그린’ 등이 7만9900원에 팔리고 있다. 수량을 다량 확보하고 판매 채널도 보유한 전문 판매자다.
지난달 21일 시작해 ‘대란’을 일으킨 스타벅스 증정품이 오픈마켓에서 대량으로 팔리고 있다. 과열 뒤엔 실소비자 관심보다 ‘리셀러’의 극성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적중했다는 의미다. 정품이라고 강조한 한 판매자를 평가한 리뷰엔 “여의도에서 몇백잔 샀던 분?”이라는 질문이 달려 있다. 판매자는 답변하지 않았다. 이 판매자는 배송비(기본 3000원)를 따로 받고 있으며 ‘미세한 흠집, 제조 공정 상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반품·교환이 어렵다‘고 하고 있다. 인기를 뒤에 업은 ‘배짱 장사’를 하고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에서도 서머레디백이나 이를 받을 수 있는 쿠폰이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당근마켓에선 7만~9만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다수 게시글에 ‘거래 완료’ 표시가 돼 있다
지난달 23일에는 서울 여의도공원 인근 스타벅스커피 지점에서 한 소비자가 아이스 아메리카노 약 240잔을 포함해 총 300잔의 음료를 주문해 버리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이 소비자는 일시불로 약 130만원을 결제했다. 한 잔만 본인이 마시고, 나머지 음료를 매장에 남겨둔 채 서머 레디 백 17개를 들고 자리를 떴다. 스타벅스는 커피는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지만, 상당수가 그냥 폐기됐다. “음료를 만드느라 고생했을 직원은 무슨 죄”냐는 지적이 일었다. 이렇게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확보한 증정품이 대량으로 '리셀' 되는 것이다.
스타벅스는 매년 다이어리나 수건 등 스타벅스 로고를 넣은 증정품 행사를 해 주목받는다. 올해 ‘여름 e-프리퀀시 이벤트’는 행사 음료 3잔을 포함해 스티커(e-프리퀀시) 17장을 모으면 작은 트렁크 모양의 가방이나 캠핑 의자를 준다. 이 커피점에서 행사 대상 음료 중 가장 저렴한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쇼트 사이즈)를 14잔 사고, 반드시 사야 하는 지정 음료 3잔을 추가로 살 경우 최저가 6만7300원을 결제하고 증정품을 확보할 수 있다.
증정품에만 관심 있어 싹쓸이해가는 리셀러들을 막을 방법은 없다. 하지만 실소비자 입장에선 소소하게 쿠폰을 모으는 재미를 리셀러들이 빼앗아 가는 문제가 있다. 스타벅스 입장에서도 증정품에 대한 관심 과열은 ‘양날의 칼’이다. 인기는 매출 증가로 이어지지만, 매달 꾸준히 주 2회 이상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소비자를 잡아두기 위한 증정품 행사 효력은 반감된다.
스타벅스코리아는 매년 웃돈을 받고 증정품을 되팔아 수익을 올리는 현상을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스타벅스코리아는 “당일 보유 수량이 품절인 일부 매장의 경우 이른 시일 내에 증정품을 재입고 처리하겠다”며 “온라인상에서 고가에 재거래하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올해는 증정품 수량을 넉넉하게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