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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단독]전국의 36만3896가구…‘기택네’처럼 반지하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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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0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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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경향신문·한국도시연구소 공동
ㆍ전국 반지하 거주 현황 첫 조사



전체 95% 이상이 수도권 ‘밀집’

경기 성남 2만5000여가구 최다

서울 중랑구 거주비율 11% ‘1위’


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한 영화 <기생충>의 ‘기택네’처럼 지하(반지하) 주택 거주자가 전국에 36만가구가 넘고, 이 중 95% 이상이 서울 등 수도권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성남시에는 가장 많은 2만5000여가구가 반지하에 살고 있으며, 서울 중랑구는 반지하 거주 비율이 11%로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주거비 부담이 높은 수도권에 반지하가 밀집돼 있으면서 도시 주거빈곤층의 거주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시·군·구별 반지하 현황 통계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일 경향신문이 한국도시연구소에 의뢰해 분석한 ‘전국 반지하 거주 현황’(2015년 기준)을 보면 전국적으로 반지하 거주 수는 36만3896가구에 이른다. 2005년 59만가구, 2010년 52만가구 등에 비하면 크게 줄었는데, 2010년 태풍 곤파스로 반지하 상당수가 침수 피해를 입자 서울시가 반지하 신축을 금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번 분석은 2015년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를 토대로 했다. 통계청은 5년마다 인구주택총조사를 실시하는데, 2005년부터 반지하 항목을 조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반지하 가구의 대부분인 95.8%(34만8782가구)가 수도권에 밀집돼 있다. 이 중 서울 소재 반지하 거주 가구가 22만8467가구로 전체의 62.8%를 차지한다. 경기 지역은 9만9291가구, 인천은 2만1024가구가 반지하 거주 가구로 집계됐다. 가구가 아닌 인구 수 개념으로 따지면 전국에서는 68만8999명, 서울에서만 42만6919명이 반지하에 살고 있다.전국의 반지하 거주 비율(전체 가구 중 반지하 가구의 비율)은 평균 1.9%로 나타났다. 17개 시·도 중 서울이 6.0%로 월등히 높았으며 경기(2.3%), 인천(2.0%) 등이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전국 229개 시·군·구별로 보면 경기 성남시가 2만5683가구로 반지하 거주 가구 수가 가장 많았다. 이어 서울 관악구(1만9121가구), 중랑구(1만7839가구), 광진구(1만5630가구) 등의 순으로 반지하에 사는 가구 수가 많았다.

전체 가구 중 반지하의 비율은 서울 중랑구가 11.3%로 가장 높았다. 사실상 주민 100명 중 11명이 반지하에 산다는 의미다. 이어 서울 광진구(10.6%), 경기 과천시(10.0%), 서울 강북구(9.5%)와 관악구(8.4%) 등도 반지하 거주 비율이 높았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반지하는 옥탑방이나 고시원에 비해 지방보다 수도권에 더 몰려 있다”며 “수도권에서는 도시 빈곤층이 살 수 있는 주택이 반지하밖에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반지하 가구수, 옥탑방의 7배…강남 3구에도 2만7767가구



가구원수 1.9명 가족 단위 많아

아동 빈곤가구 61% 반지하에

2005년 거주형태 조사에 포함

정부는 실태 알지만 ‘무대책’


반지하는 옥탑방, 고시원과 함께 한국 사회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대표한다. 햇볕이 들지 않아 집 안은 한낮에도 어두컴컴하다. 습기로 벽지는 얼룩지고 눅눅한 곰팡내가 나는데도 행여 지나가는 행인이 들여다볼까 창문조차 열지 못한다.

반지하는 영화 <기생충>이 화제가 되기 전까지 사회적 관심을 받지 못했던 주거공간이다. 반지하와 함께 ‘지·옥·고’로 묶이는 옥탑방이나 고시원보다 주거환경 개선 노력이 더뎠다. 지상에 있는 옥탑방과 고시원의 열악함은 눈에 쉽게 보이지만, 반지하는 직접 들어가보지 않고는 문제점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로 단독주택이나 빌라, 연립주택 등에 있어 겉으로 봐서는 번듯한 주거공간으로 보이는 착각도 일으킨다. 전문가들은 “보이는 빈곤과 보이지 않는 빈곤의 차이”라며 “그런 집이라도 있어야 빈곤층이 들어가서 사는 것 아니냐는 우리 사회의 묵인과 방치도 있다”고 지적한다.

■ 옥탑방·고시원보다 많지만 관심 적어

반지하는 저소득층의 대표 주거 형태다. 19일 한국도시연구소가 분석한 ‘전국 반지하 거주 현황’을 보면 전국적으로 옥탑방은 5만3832가구(9만6365명), 고시원은 15만1553가구로 집계됐는데, 반지하는 36만3896가구(68만8999명)로, 옥탑방보다는 7배 이상 많다.

평균 가구원수를 따져도 반지하가 1.9명으로 가장 많다. 옥탑방 1.8명, 고시원은 1.0명이다. 옥탑방이나 고시원보다 가족 단위 거주가 많다는 의미로, 반지하에 거주하는 저소득층이 월등히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반지하는 아이를 키우는 빈곤 가구가 선택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다. 지상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넓은 주거면적을 찾아 ‘밑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조사한 ‘아동 주거빈곤 가구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61.6%가 반지하에 살고 있었다.

반지하는 1970년대 방공호로 시작했다. 남북 분단으로 언제 전쟁이 발발할지 모르니 대피소로 활용하기 위해 지하 주거층을 허용했던 것이다. 급격한 도시화는 반지하를 무분별하게 확산하는 촉매가 됐다. 주택 공급이 부족하자 공동주택에도 지하 1층을 주거용으로 허용하는 등 건축규제를 완화하면서 열악한 지하 주거공간이 40년 넘게 묵인돼 온 것이다.

초고가 주택이 몰려있는 서울 강남에도 반지하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이른바 강남3구라 불리는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에는 각각 7893가구, 7005가구, 1만2869가구 등 총 2만7767가구가 반지하에 살고 있다. 고개를 들면 초고층·초고가 아파트가 있지만 고개를 숙이면 반지하를 볼 수 있다.

■ 창문 앞에 정화조 있는 곳도

비상식적으로 작은 창문 서울 강남에 있는 한 반지하 주택의 창문 모습. 도로변으로 작은 창문이 나 있어 환기와 채광 등 창문의 기능을 사실상 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도시연구소 제공

지층과 맞닿은 창문에 방범창이 설치돼 있다면 반지하 주택일 확률이 높다. 반지하 창문은 하나같이 도로나 담벼락에 바로 붙어 있거나 비상식적으로 작다. 채광이나 환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간혹 큰 창문이 있지만 사생활 보호를 위해 가림막을 쳐놓는 게 일반적이다. 또 창문이 지면보다 아래 설치돼 있어 비가 오면 집 안으로 물이 흘러들어 가기 일쑤다.

일부 반지하는 창문 앞에 정화조가 설치돼 있다. 정화조 위치가 화장실 위치보다 높으면 오수가 역류할 가능성이 높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축법상 정화조는 기본적으로 화장실 설비보다 낮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가 올 때 변기로 오수가 역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저소득층이 주로 살지만 주거환경이 열악한 반지하를 왜 방치해 두는 것일까. 통계청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부터 인구주택총조사에 지하(반지하) 거주 형태를 조사 대상에 포함했다. 당시 시민사회에서는 “반지하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곳, 살아서는 안되는 곳”이라며 실태조사 등을 통해 대책 수립 등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후 정권이 바뀌면서 반지하 주거 환경 개선 노력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통계청에는 이미 반지하가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누가 살고 있는지 등을 알 수 있는 자료가 구축돼 있다”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의지를 갖고 반지하 등 비적정 주거 문제 해결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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