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크루즈 내 ‘코로나19’가 확산한 가운데 감염을 방지할 조치가 부족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19일(현지시간) BBC는 일본 보건 전문가와 크루즈에 머무르고 있는 영국인을 인용해 선박 내에서 코로나19 감염자와 비감염자 간의 격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선을 방문한 이타와 켄타로 일본 고베대학 감염질병학 교수는 BBC에 “선내 상태는 감염 통제 부분에 있어서 완전히 부적절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프리카에서 에볼라 전염병 현장에 있을 때나 사스(급성호흡기증후군) 당시 중국에 있을 때보다 이 크루즈가 더 무서웠다”고 말했다.
이타와 교수는 크루즈를 방문한 뒤 유튜브 영상을 통해 자신이 선내에서 목격한 ‘격리 방식’은 감염자를 비감염자로부터 격리하는 데 실패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크루즈 내 승객과 승무원들은 비감염자들이 있는 ‘그린존’에서 감염자들이 모인 ‘레드존’을 자유롭게 왕래했다. 또 감염을 막기 위해 각자 방에 머물러야 할 승객들은 객실도 자유롭게 드나들었고 식사도 함께한 것으로 전해졌다.
승무원들, 심지어 의료진 중에도 보호복을 입은 사람은 드물었고, ‘전문적’으로 감염 상황을 통제할 전문가도 전무했다.
이타와 켄타로 일본 고베대학 감염질병학 교수/사진=BBC뉴스 캡쳐이타와 교수는 감염자 수가 10명 수준이던 이달 초 크루즈를 방문했다. 현재는 620명을 넘어섰다. 즉, 감염이 확산하고 승객들을 배 안에 묶어두는 동안에도 제대로 된 감염 방지책이 없었다는 의미다.
일본 아사히신문도 이날 사쿠라이 시게루 이와테 의과대학 교수를 인용해 감염자가 10명에 불과했던 이달 5일 이후 ‘승무원’들의 선내 이동으로 감염이 확산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앞서 16일 미국이 전세기를 보내 크루즈 내 자국민들을 대피시켰으며 우리나라, 캐나다, 홍콩, 대만도 자국민을 이송했다. 이날 영국 정부도 다음날인 21일 비행기로 자국민들을 데려오겠다고 발표했다.
현재까지 크루즈 탑승자 중 일본에서 확인된 감염자는 621명이며, 이 중 무증상 감염자가 절반을 웃도는 322명이다. 요코하마항에 정박 후 검사한 결과 승객과 승무원 3700여 명 중 3000명 정도가 감염 검사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