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엑소 첸 탈퇴하라는 팬덤 갑질
37,963 703
2020.01.20 09:17
37,963 703

https://img.theqoo.net/Abwib

팬덤이 스타를 쥐고 흔들려는 갑질 의식 문제
팬, 뮤지션 음악에 집중·응원해주는 문화 필요

신종 팬덤 갑질 시대다. 엑소 첸의 퇴진을 요구하는 팬클럽 성명서가 발표되더니, ‘첸 탈퇴해’, ‘chen out'을 내건 시위까지 나타났다. 팬 무서워서 아이돌 ’해먹기‘ 힘들겠다.

이 사태가 이해하기 힘든 것은 첸의 결혼 발표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남이야 결혼을 하든 말든 제3자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특히 팬이라면 축하해줄 일이다. 첸은 이번에 2세 소식까지 알렸는데, 이것도 당연히 축하해줄 일이다. 물론 갓 데뷔한 아이돌 멤버가 결혼한다면 다른 멤버들에게 민폐일 수 있지만, 엑소는 데뷔 8년차이기 때문에 그런 경우가 아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여기에 배신감을 느꼈다는 팬들이 속출하더니 급기야 퇴출 요구와 시위까지 나타난 것이다. 누구를 좋아하다가 안 좋아지면 안 좋아하면 그만이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집단적으로 퇴출요구까지 하며 공포감을 조장하는 것은 당연히 갑질이고 협박이다.

과거부터 청춘스타 팬덤에 비슷한 일이 있었다. 팬들은 청춘스타에게 유사연애 감정을 품는데 청춘스타가 자기 짝을 갖는 순간 유사연애 판타지가 깨지기 때문에 실망감을 느낀다. 그래서 열애설이 나면 청춘스타 팬덤이 반토막 난다는 말이 있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팬덤이 떨어져나가는 데에 그치지 않고 집단적으로 퇴출요구까지 한다는 점이 문제다. 퇴출요구를 하려면 범죄라든가 그밖에 반사회적, 비도덕적 행위가 있어야 한다. 빅뱅에서 퇴출된 승리가 그런 경우라고 하겠다.

하지만 결혼과 2세는 반사회적 행위가 아니고 범죄는 더더욱 아니다. 그 반대로 사회적으로 권장할 만한 일이다. 요즘 비혼 저출산이 우리 사회에 위협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한 데도 이걸 빌미로 팬덤이 퇴출을 요구하는 건 황당하다.

팬덤의 목소리가 전에 없이 커진 시대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요즘엔 팬덤이 스타를 자기들이 만들었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신인시절부터 팬들이 열과 성을 다해 스타를 육성하고, 특히 오디션이 유행한 다음부터는 팬이 스타를 만든다는 관념이 보편화됐다.

그러다보니 팬덤이 마치 스타에게 어떤 지분을 가진 투자자처럼 행세하게 됐다. 스타가 자신들에게 빚졌다는 채권자 의식도 생겨났다. 스타가 자신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았을 때 스타를 꾸짖으며 생사여탈권을 행사하려 드는 것이다.

윤리적 관점도 생겼다. 스타가 정해진 연예인의 규칙을 충실히 이행하는 건 윤리적이고, 거기에서 벗어나는 건 비윤리적이라고 여긴다. ‘꿈을 향한 열정’, ‘프로다운 성실한 태도’를 찬미하는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이데올로기가 되었고, 거기에서 벗어나는 걸 악덕이라고 여기게 됐다. 그래서 신인 스타가 연애에 한눈을 팔면 나태라는 악덕을 저지른 것이고, 기성 스타가 결혼을 하면 프로의 도의를 저버린 것이 된다. 이런 사고방식에서 팬덤이 열애, 결혼을 발표한 스타를 윤리적으로 준엄하게 꾸짖는 것이다.

여기에 다중의 목소리가 커진 시대적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개인들의 연대가 그 어느 때보다도 큰 목소리를 내는 때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도 그런 개인들의 목소리가 영향을 미쳤다. 뭔가에 집단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당연해지다보니 아이돌 팬덤의 목소리와 행동력도 더 커진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첸의 퇴출 선언이 나온 배경이다. 하지만 이것이 단지 결혼과 2세 소식에서 비롯된 소동이라는 점이 황당하다. 범죄도 아니고 반사회적 행위도 아닌, 축하해줄 일인데 말이다. 시간이 흘러 되돌아보면 헛웃음이 나올 일이다.

팬덤이 스타를 쥐고 흔들려는 갑질 의식이 문제다. 팬은 그 뮤지션을 좋아해주는 사람이고, 뮤지션은 그런 팬과 대중을 위해 음악활동을 정상적으로 하면 된다. 사생활까지 팬의 결재를 받을 이유가 없다. 팬들이 뮤지션의 음악에 집중하고, 음악을 응원해주는 문화가 발전해야 케이팝의 수준도 더 올라갈 것이다. 결혼 같은 이슈에 집중하면 음악적 발전은 공염불이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http://naver.me/5Xkuq4Kc

목록 스크랩 (0)
댓글 703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드라마이벤트] '지옥' '부산행'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시리즈 <기생수 : 더그레이> 팬 스크리닝 & GV 시사회 이벤트 139 03.26 37,815
공지 📢이벤트 게시판 신설 및 이벤트 공지 기능 추가 안내📢 01.05 1,604,119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모든 공지를 한 번씩 누르면 접기설정된 공지는 접힙니다📢] 23.11.01 1,892,957
공지 📢📢기능 추가 필독!!!!!!!!!!!!! [모바일 하단바 / 전체게시판 즐겨찾기한 게시판만 보기 / 게시글 공유 기능 등]📢📢 23.08.22 2,076,325
공지 더쿠 GIF 업로드 기능 오픈 및 과거 이미지 복구 관련 안내 23.07.30 1,741,311
공지 검색기능 개선 완료 공지 (23/7/9 12:50 시작단어 한번에 검색할 수 있도록 검색옵션 개선, ^옵션 삭제) 23.07.08 2,079,731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2,655,257
공지 ◤더쿠 이용 규칙◢ (7번 항목 더쿠 사이트 및 회원들에 대한 비방/조롱 및 유언비어 유포 행위 강력 제재 갱신) 20.04.29 19,570,945
공지 성별관련 공지 16.05.21 20,420,519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2 21.08.23 3,145,074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11 20.09.29 1,918,035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17 20.05.17 2,697,987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46 20.04.30 3,258,001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번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 무통보 차단 주의) 1236 18.08.31 7,608,024
모든 공지 확인하기()
2387311 이슈 아스턴 마ㅏ틴 아우디 벤뜰리 비웸비에 씨퉈엥 풰랄ㄹㄹㄹㄹ리 00:48 66
2387310 이슈 조선 왕실에서 세자빈 vs 시아버님의 후궁들 누가 높을까 5 00:48 427
2387309 이슈 24년 전 오늘 발매♬ LUNA SEA 'gravity' 00:47 14
2387308 이슈 ‘큐피드 추격단’ 컨셉인 듯한 큐브 신인 00:46 119
2387307 이슈 요즘 핫한 캐릭터 연기한 배우들 같이 나왔던 7년전 드라마 5 00:45 856
2387306 이슈 캐치더영(Catch The Young) 'Voyager' Solo Teaser #5 남현 00:43 44
2387305 이슈 홍콩에서 챌린지 추는 이기광 3 00:43 218
2387304 유머 헛소리하는 사람들한테는 헛소리로 대답하는 게 좋네.. 12 00:42 1,559
2387303 이슈 보넥도 이모지로 트랙 궁예해보기 3 00:42 189
2387302 이슈 정규 3집-4집-5집 다 다른 장르로 3연속 초대박 터트렸던 1세대 걸그룹...twt 1 00:37 834
2387301 이슈 손님 뒷담화 한 카페 사장 반응 21 00:34 3,948
2387300 이슈 락스타를 함부로 좋아하면 안 되는 이유 00:33 1,094
2387299 이슈 미미미누 인생 첫 남돌 더보이즈에게 칭찬을 갈구하다 | 인기인가요 EP.4 3 00:32 316
2387298 이슈 방탄 제이홉 다큐에서 풀린 i wonder 정국 녹음 장면 50 00:29 1,306
2387297 이슈 객관식을 주관식으로 바꾼 이유.jpg 7 00:27 1,558
2387296 이슈 1년 전 오늘 발매♬ 노기자카46 '人は夢を二度見る' 00:26 105
2387295 이슈 유퀴즈에서 꼭 한번은 보고싶은 인물.jpg 23 00:24 3,215
2387294 유머 배경음악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영상 17 00:23 1,301
2387293 이슈 S.E.S. 이후 솔로 활동이 힘들었던 바다를 잡아준 유진의 말...jpg 12 00:23 1,653
2387292 이슈 2024.03.29. 설리 30번째 생일 29 00:22 1,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