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홍콩행 항공 여객 13만58명…전월比 40% ↑
현지 호텔 가격 인하 등 여행 비용 줄어들어 인기
일부 관광객 "홍콩 불안했다"…외교부 "여행 자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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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홍콩 현지에서 민주화 시위가 한창 이어지던 지난달, 우리나라에서 홍콩으로 향한 비행기를 이용한 여객 수는 오히려 증가했다. 평소보다 저렴하게 홍콩 여행을 할 수 있다는 매력이 여행객 수 증가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한국인 관광객이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한 홍콩 이공대에 갇히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단순히 저렴하다는 이유로 홍콩 여행을 섣불리 선택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외교부도 홍콩에 대한 여행 경보를 2단계인 `여행 자제`로 높였다. 이는 정정이 불안한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들과 같은 수준이다.
◇홍콩행 비행기 여객 40% 증가…싼 가격 때문?
28일 인천국제공항공사 항공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에서 홍콩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탑승객 수는 전월보다 40%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 9월 인천~홍콩 여객 수는 출발 기준 9만2436명이었던 반면 10월에는 13만58명을 기록한 것. 한국공항공사 항공통계를 기준으로 한 김해~홍콩 여객 수도 9월 9431명에서 10월 1만723명으로 1000명 가량 늘어났다.
10월에 개천절·한글날 공휴일이 있었다고 해도 같은 기간 인천~중국, 인천~대만 여객 수가 각각 12%, 23%씩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홍콩으로 여행을 떠난 이들이 유독 늘어난 셈이다. 홍콩 시위가 격화하면서 관광객이 줄어들자 항공료가 내렸고 덩달아 여행객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다음달 홍콩행(行) 비행기 티켓을 예약한 회사원 김모(29)씨는 “일본 대신 갈 수 있는 곳을 생각하다가 홍콩을 선택했다”며 “시위 때문에 관광객이 줄어 주요 관광지에 줄도 덜 서고 호텔도 저렴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홍콩 현지의 호텔 가격은 지난해보다 절반 가까이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홍콩 5성급 호텔 숙박비는 최저 1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하루 숙박비 1만원을 내건 호텔도 등장했다. 연말을 맞아 항공사들도 홍콩으로 향하는 항공권을 특가로 판매하는 상품을 내놓고 있다. 심지어 일부 여행사는 홈페이지에 홍콩 여행 경보단계를 `여행 유의`로 실제보다 낮게 표시하며 특가 상품을 홍보하기도 했다. 외교부는 지난 15일 홍콩 전 지역에 대한 여행경보를 1단계 ‘여행 유의’에서 여행 필요성을 신중히 검토하라는 뜻인 2단계 ‘여행 자제’로 상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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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여행 불안했다”…외교부, 홍콩 전 지역 “여행 자제”
그러나 최근 홍콩을 다녀온 사람들 사이에서는 현지 상황이 여행하기에 썩 좋은 편은 아니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과격 시위가 줄어들긴 했지만 안정된 분위기는 아니란 것.
실제 이달 중순 홍콩에 다녀온 최모(32)씨는 “몇 달 전 예약한 탓에 위약금을 많이 물어야 해 어쩔 수 없이 갔다”면서 “여행은 무사히 마쳤지만, 시위 때문에 교통수단이 끊겨 고생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주변 사람들이 홍콩을 가겠다고 하면 다른 곳으로 가라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최씨처럼 미처 비행기·호텔 표를 취소하지 못한 이들은 시위대들이 많은 시내보다는 도시 외곽이나 백화점, 쇼핑센터, 놀이공원에서 시간을 보낸다. 이들은 홍콩 여행 커뮤니티를 통해 실시간 시위 정보를 받아보고 현지 상황을 파악하면서 움직인다. 그러나 여행 커뮤니티에서는 지하철 무정차 운행, 쇼핑센터 폐쇄 등 시위 때문에 발생한 돌발 상황에 부닥쳐 당황하고 긴장했다는 후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외교부가 홍콩 여행경보를 상향 조정한 이후 아찔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18일 한국인 관광객 2명이 홍콩 이공대 시위를 구경하러 갔다가 교내에 갇혀 밤을 새운 뒤 홍콩 주재 총영사관의 도움으로 빠져나왔다. 또 시위 때문에 지하철(MTR) 운행이 중단되거나 시위장소 인근 도로가 차단되는 일도 여전히 자주 일어나고 있다.
주홍콩 대한민국 총영사관은 “최근 홍콩에선 경찰과 시위대가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며 시위 계획을 매일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등 홍콩 체류·방문객들에게 특별히 주의해 달라고 밝혔다. 총영사관 측은 신변 안전을 위해 △검은 옷·마스크 착용 주의 △시위 장면 촬영 금지 △시위 비난 금지 등을 홍콩 체류·방문 시 지켜달라고 강조했다.
박순엽 (s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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