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배수지 주연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
"아버지 어제 이상한 꿈 꿨어요."
"어떤 꿈?"
"아버지가 죽는 꿈. 꿈에서 아버지 버스가 폭발했어요"
"폭발? 어떻게?"
"군인이 아버지 버스에 탔는데 총하고 슈류탄을 갖고 있는 거예요..
버스 안에서 수류탄 터뜨려서 사람들 다 죽고 그랬다니까?
아버지 오늘 출근 안 하면 안돼요? 꿈이 너무 진짜 같아서"
"그래? 그럼 우리 밤톨이가 아버지 소원 하나 들어주면 생각해볼게"
"무슨소원?"
"에이 싫어요 절대 안해"
"뭐 대단한 소원이라고 절대 안한대"
남자아이처럼 하고 다니는 딸이 예쁘게 머리 기르고 다니는 것이 소원이었던 홍주의 아버지
홍주는 꿈이 찜찜해 아버지의 버스에 올라탄다.
"너 왜 학교 안 가고 이걸 왜 타"
"그냥 꿈 때문에 걱정 돼서"
버스에 한 군인이 탄다.
"아버지... 저 사람 꿈에서 본 그 군인이에요!"
"우연이다 우연"
"저 가방에 총 있는 거 같아요"
그때 들려오는 버스 안 라디오 소리
[방금 들어온 속보입니다. 강원도 안진군에서 실탄이 장전된 소총과 수류탄 두 발을 소지하고
무단으로 근무지를 이탈한 육군일병이 서울 문현구에 위치한 편의점에서 경찰을 쏘고 달아나 군과 경찰이 수색에 나섰습니다]
천천히 라디오 소리를 낮추는 홍주 아버지
"저 사람 아까 그 뉴스에 나온 탈영병인가봐요
이제 어떡해요. 우리 꿈처럼 다 죽는 거면 "
"걱정마 오늘 아무도 안 죽어"
"좀 있다가 아버지가 차 고장났다고 승객들 다 내리라고 할 거야
그때 넌 승객들 다 내렸는지 확인하고 다 내렸으면 버스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지라고 그래"
"그러지 말고 그냥 도망쳐요 지금까지 꿈하고 똑같다니까?"
"아버지가 이 버스 대장인데 어떻게 나만 살겠다고 도망을 치냐"
"아버지 제발..
나 머리 기를게 그거 보는 게 소원이라며
머리 기를게! 내려요"
"진짜? 알아쓰
아버지가 나중에 꼭 볼테니까 일단 먼저 내려"
"죄송합니다 지금 버스 타이어에 문제가 좀 생긴 거 같습니다 수리를 해야될 거 같은데
죄송하지만 뒷 차좀 이용해주세요"
하나 둘 씩 내리는 사람들
"빨리 빨리 가세요!!!!!!!!!!!
빨리가세요!!! 빨리가세요.."
"저기 군인 아저씨! 타이어가는데 아무래도 혼자서는 좀 힘들 거 같아서"
"좀 도와주시겠어요?"
홍주를 바라보는 아빠
수류탄이 터져 결국 버스가 폭발하고 만다.
홍주의 아버지는 그렇게 많은 시민들을 살리고 사망하였고
국가 유공자와 의사자로 지정되었다.
홍주 아버지의 납골당
시간이 흐를수록 긴머리의 홍주로 빼곡히 채워지게 된다
하늘에서 지켜볼 아버지를 위해 머리를 기른 홍주
아버지가 죽는 꿈을 꾸고난 후 홍주는 계속 꿈으로 미래를 보게 된다.
꿈을 꿀 때마다 포스트잇에 기록하는 게 습관이 된 홍주
[현재]
-그러니까 결국 엄마는 나때문에 돌아가신거네
내가 냈던 그 사고 때문에?-
병실에서 엄마의 유서를 읽는 꿈을 꾼다.
꿈에서 깬 홍주
꿈을 기록하면서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내가 낸 사고때문에 엄마가 돌아가신다니.
"너 눈이 왜그렇게 부었어? 울었어?"
"아니야. 어제 라면 먹고 자서 그래"
그때 들리는 TV소리
홍주가 꿈에서 봤던 사고가 뉴스로 보도된다.
"야 저 사람 저때 그남자 맞지 니가 담배피지 말라던. 그치?"
다시 한 번 자신의 꿈은 절대 바뀌질 않는다는 걸 실감한 홍주
가위를 급히 들고 욕실로 간다.
홍주는 한 번도 미래를 바꾼 적이 없다.
하지만 바꿔야 한다.
엄마가 죽는 꿈을 꿨다.
꿈에서의 자신은 긴머리였다.
홍주가 꿈을 바꾸지 못해 죽었던 아버지.
그의 소원이었던 긴머리를
엄마를 살리기 위해 잘라버린다.
영원히 머리를 기르지 않는다면
꿈 속의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홍주야 놔!! 얘가 왜이래!!"
"엄마 그 사람 내꿈대로 됐어"
"알아~ 근데 어쩔 수 없었잖아"
"안 바뀌잖아.. 엄마 어떡해"
"니가 낸 사고때문에 내가 죽는다고? 언제쯤인진 모르고?"
"이거봐"
"이렇게 꽃 달아야되겠다"
"웃겨? 엄마는 이 상황이 웃겨?
내 꿈은 한번도 바뀐 적이 없어"
"그래서 이렇게 쥐파먹은 머리로 잘랐어?"
"머리 바뀌면 꿈도 바뀔까 싶어서?"
"나 앞으로 머리 절대 안길러
꿈 속에서 긴머리였단 말이야"
"엄마는 몰랐네 우리 딸이 완전 머리빨이었어"
"엄마!!!"
"으이구 걱정하지마. 엄마 그렇게 험하게 안 죽어"
"나 이 세상에 엄마 하나야
그러니까 나 혼자 만들지마 알겠지?"
그날 밤
홍주의 꿈은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는 걸 아는 엄마는
통장정리를 하고 유서를 쓴다.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엄마.
홍주는 미래를 꼭 바꿔야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