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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시각장애인 안내견의 '반전', 가슴줄 풀자마자…[남기자의 체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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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30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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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편집자주] 수습기자 때 휠체어를 타고 서울시내를 다녀본 적이 있습니다. 장애인들 심정을 알고 싶었습니다. 그러자 생전 보이지 않던, 불편한 세상이 처음 펼쳐졌습니다. 뭐든 직접 해보니 다르더군요. 그래서 체험해 깨닫고 알리는 기획 기사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이름은 '체헐리즘' 입니다. 제가 만든 말입니다. 체험과 저널리즘(journalism)을 하나로 합쳐 봤습니다. 사서 고생한단 마음으로 현장 곳곳을 몸소 누비겠습니다. 깊숙한 이면의 진실을 알리겠습니다. 소외된 곳에 따뜻한 관심을 불어넣겠습니다.

[잠깐 스쳤을 땐 몰랐던, '시각장애인' 안내견 이야기…누군가에겐 새 삶, 따스히 바라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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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시각장애인 안내견 '바론이'와 함께 걸었다. 녀석을 믿고 걸으니, 걸음이 한결 편안해졌다./사진=하우종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차장


눈을 감고 안대를 썼다. 앞이 컴컴해졌다. 그 상태로 걸을 참이었다. 다리를 건너 반대편으로 가려 했다.

순간 지나간 봄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도 눈을 감고 다녔었다. 잘 몰랐던, 시각장애인의 삶을 짐작하고 싶었다. '벚꽃축제'를 보겠다고 윤중로에 갔었다. 흰 지팡이를 짚어도 피할 수 없는 게 있었다. 인도 위 차량이 그랬고, 숨어 있던 볼라드가 그랬고, 불쑥 지나가는 오토바이가 그랬다. 모든 게 낯설고 두려웠다. 불친절하고 힘겨웠다. 근육이 잔뜩 뭉쳤다. 체험을 포기할까 생각도 했다. 집에 와선 그대로 뻗어버렸다.

그때처럼 눈을 감은 거였다. 근데 이번엔 달랐다. 혼자가 아녔다. 왼쪽에 '바론이'가 있었다. 2살이고, 멋지게 생겼고, 때론 덤벙거리지만, 똑똑하고 어엿한, 시각장애인 안내견이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자랐다.

가죽으로 된 손잡이와 줄을 왼손에 잡았다. 질감이 느껴졌다. 오른쪽에선 신규돌 훈련사 목소리가 들렸다. "처음엔 아마 좀 빠르게 느껴지실 거예요. 그럼 '천천히'라고 하시면 됩니다." 그리 설명을 듣고 출발했다. 바론이에게 "바론아, 앞으로"라고 하자, 앞으로 당기는 힘이 느껴졌다. 조금 빠른 것 같아 "바론아, 천천히"라고 했다. 그러자 바론이는 나와 발걸음을 맞춰줬다. 기특했다.

바론이의 살랑거리는 꼬리가, 내 왼쪽 다리를 메트로놈처럼 '토옥, 토옥'하고 건드렸다.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깜깜했고, 두려웠지만 안심이 됐다. '괜찮아요. 함께 걷고 있어요', 녀석은 마치 그리 말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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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론이와 함께 걷는 은행나무길. 저런 표정이었구나, 처음 알았다./사진=하우종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차장

시각장애인 안내견과 함께 나란히 걷고 있었다, 처음으로.

온전히 알고 싶었다. 안내견과는 오다가다 가끔 마주치는 게 전부였다. 다들 그렇듯, 녀석들을 보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었다. "귀엽다", "힘들겠다", "불쌍하다", "만지고 싶다". 혹은 기사에서 봤던 이야기도 생각났다. 음식점에서 '출입금지' 당했다던데 같은, 그런 부정적인 얘기들.

잠깐 마주쳐선 다 알 수 없다 여겼다. 그래서 안내견을 만나고, 경험하고, 배우러 갔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협조를 얻었다. 어떻게 태어나 키워지는지, 훈련하는지, 파트너를 만나는지, 은퇴해 새 삶을 사는지 얘길 들었다. 직접 훈련하는 과정을 봤고, 시각장애인과 함께 보내는 일상을 봤다.

그리고 짧은 시간이나마, 그동안 봤던 게 얼마나 자그마한 조각이었는지 알았다. 그래서 노트북 앞에 앉았다. 머리를 한참 싸맸다. 그 이야기를 독자들에게도, 잘 들려 주고파서.



발렌타인데이에 태어난, '바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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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태어난 아이들./사진=하우종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차장

바론이가 저 멀리서 늠름하게 걸어왔다. 지난 20일 오후, 성남시 분당구 수내역 앞이었다. 가을과 썩 잘 어울리는 밤색 빛깔 짧은 털에 노란 코트를 입고, 갈색 가슴 줄을 하고 있었다. 그게 녀석과의 첫 만남이었다. 오른손을 가만히 코 끝에 대니, 잠시 냄새를 맡다가 혀를 낼름대며 핥아줬다. 따뜻한 인사에 마음이 푸근해졌다. 함께 온 경력 30여년의 신규돌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훈련사, 홍보 베테랑인 하우종 차장과도 인사를 나눴다.

공원 벤치에 앉아 바론이 얘길 먼저 들었다. 녀석은 옆에 의젓하게 앉아 쉬었다. 앞 오른발 위에 왼발을 살포시 올리고 날 바라봤다. 어쩔 수 없이 또 웃게 됐다.

바론이는 지난해 2월14일, 안내견학교서 태어났다. 그날은 초콜릿을 주고 받는 발렌타인데이였다. 그래서인지 보고만 있어도 달달했다. 자그마한 코끝은 분홍빛이었고, 눈은 차마 뜨지도 못했다. 주름진 얼굴엔 뽀송뽀송 솜털이 났다. 함께 태어난 꼬물이들이 일곱, 그중 첫째 아이였다. 다들 생김새가 비슷해 머리에 연두색 매니큐어를 살짝 칠했다. 커 가며 자연스레 사라진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붙이는 이름에도 비밀이 있다고 했다. 같은 엄마에게 태어난 7남매 아이들은, 비읍(ㅂ) 돌림자를 쓴단다. 첫째 바론이, 둘째 별이, 셋째 반지, 넷째 별꽃, 다섯째 바위, 여섯째 봄비, 일곱째 막내 보미까지. 태어난 순서대로, 자음 돌림자를 쓴다. 바론이 다음에 태어난 녀석들은 시옷(ㅅ) 돌림자를 쓰는 식이다.



바론이 성격은, 타고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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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전히 앉아 기다리는 바론이./사진=하우종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차장

신 훈련사와 얘길 나누는 동안, 지나가는 강아지가 바론이를 향해 '멍멍' 하고 짖었다. 바론이는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다. 다가가 난리를 치는 강아지와는 사뭇 달랐다. 바론이에 대한 호기심이 커졌다.

태어날 때부터 '품성'이 남다르단다. 바론이 엄마(모견)와 아빠(종견)도, 충분히 고려한 덕분이다. 안내견이 되기에 적합한 녀석들끼리 만나, 바론이가 태어났다. 그만큼 번식에 신경을 쓴단다. 다른 건 몰라도, 번식 회의를 할 땐 훈련사, 교육하는 사람 등 여럿이 모여 결정한단다. 그만큼 신경을 쓴다는 것이다.

이유가 있었다. 신 훈련사는 "타고난 기질(성격)은 훈련을 해도 잘 안 바뀌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민감성'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는 크게 정신, 몸, 소리에 대한 민감성으로 나뉘는데, 정신적인 부분이 가장 중요하단다.

리트리버 종이 안내견을 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전 세계 안내견의 90% 이상이 리트리버 종이다. 기질과 품성, 친화력, 건강상 적합성을 연구한 결과다. 짧고 조밀한 래브라도 리트리버와 황금색 긴 털을 가진 골든 리트리버가 안내견으로 적합하단다. 성격이 온순하고, 붙임성이 좋고, 똑똑하고, 충성심이 강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호감을 느끼게 하는 외모도 한몫했다. 시각장애인 파트너와 함께, 다양한 장소에 가야 하기 때문이다.


생후 6주 지난 뒤 '퍼피워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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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6주까진 안내견 학교에서 무럭무럭 자란다. 엄마 보살핌을 받고, 잘 자라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바론이도 그랬다. 녀석은 여느 강아지들처럼 잠이 많았다. 자고 또 잤다. 태어난 지 2주가 지난 뒤엔 눈을 떴다. 세상의 빛을 봤다. 375그램에 불과하던 몸무게도 점점 불어갔다. 서로 장난도 치고, 하품도 하고, 혀를 내밀기도 하고, 밥(정해진 사료)도 맛나게 먹었다.

생후 6주가 되던 날, 바론이는 주황색 '퍼피코트'를 입었다. 프로필 사진을 찍는 날이었다. 이때부턴 정식으로, '예비 안내견'이었다. 그때 찍은 바론이 사진을 봤다. 눈도 못 뜨던 녀석은, 동그란 눈을 빤히 뜨고 있었다. 살짝 억울한 듯한 표정이 귀여웠다. 체구도 제법 커지고, 발톱도 자라 가지런했다. 분홍빛이던 코도 건강한 까만빛이 됐다.

그러면 '퍼피워킹(Puppy Walking)'을 간다. 일반 가정에 1년간 위탁하는 것이다. 그곳에서 '사회화' 과정을 거친다. 바론이도 세상에 모르는 게 많으니까. 이것저것 새로운 걸 많이 접하며, 사람과 함께 사는 연습을 한다. '앉아', '엎드려' 같은 간단한 훈련을 하며, 예의범절을 익힌다. 훗날 좋은 안내견이 되기 위한 준비 과정이다.

녀석들을 데리고 1년간 보호해 줄 위탁 봉사자들을 '퍼피워커'라 부른다. 우리 회사 박모 대표가 퍼피워커라 했던 게 생각났다. 지난 여름, 박 대표와 함께 식사하며 그 얘길 들었었다. "여름 휴가 때도 강아지를 데려갔다"며 "함께 잘 수 있는 숙소를 찾느라 혼났다"고. 대표님이라 부르지 않는 건, 로또 1등에 당첨돼 내일 퇴사하기 때문이 아니다. 언론에선 통상 '님'자를 붙이지 않고 부른다.

어쨌거나, 그만큼 밀착해서 돌보며 사랑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실내 사육이 원칙이고, 미취학 자녀가 있어도 안 된다. 퍼피워킹 기간 동안 예방접종, 사육용품 등은 안내견학교서 모두 지원한다. 정기적으로 가정을 방문해, 사회화 훈련과 관리 방법 등을 돕기도 한다.



'빨간불'서 "가자"고 해도, 알아서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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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간 긴 얘길 듣다, 차분히 엎드려 있는 바론이를 봤다. 새삼 더 대견스레 보였다. 녀석 뒤편엔 울긋불긋한 낙엽이, 청명하고 파란 하늘이 보였다. 깊어가는 가을에 듣는 안내견 이야기라, 썩 잘 어울렸다.

1년간 퍼피워킹을 마친 안내견은, 적합성 테스트를 한다. 합격하면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간다. 훈련 기간은 6~8개월 남짓. 안내견 학교뿐 아니라, 실제 생활 공간인 도로나 상가, 대중교통 같은 다양한 환경에서 이뤄진단다.

직접 보기로 했다. 바론이가 훈련하는 길을 따라가 봤다. 꽤 오래 앉아 있던 바론이는, "가자"는 말을 듣자마자 똑바로 섰다. 그리고 리듬감 있는 걸음으로, 꼬리를 좌우로 크게 흔들며 신 훈련사 왼편에서 함께 걸었다. 이를 자세히 봤다. 인도를 걷다가, 높낮이가 다른 연석이 나오면 멈췄다. 시각장애인에게 알려주기 위한 거였다. 계단이 나오거나,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도 앞에서 잠시 멈췄다.

횡단보도에 다다랐을 땐 빨간불이었다. 그런데 신 훈련사가 "바론아, 가자"며 끌었다. 바론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이 또한 훈련이다. 신 훈련사는 "시각장애인이 혹시 잘못된 명령을 했을 때, 안내견이 알아서 따르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시각장애인이 잘못해서 위험한 곳으로 갈 수 있으니. 그런 변수까지도 막으려는 거였다. 섬세한 훈련이 인상적이었다.




"바론아, 옳지" 칭찬하는 훈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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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게 또 있었다. 신 훈련사는 바론이에게 "안 돼"란 말을 안 했다. 보통 반려견 훈련할 때 자주하는 말이다. 집에서 반려견 똘이(5살, 몰티즈)가 거실 바닥에 쉬하면, "안 돼"라고 말하곤 했다. 그러면 똘이는 고개를 반대 쪽으로 돌린 뒤 모른 척했다.

바론이가 훈련 과정서 주로 듣는 말은 "옳지"나 "잘했어"였다. 잘할 때마다, 신 훈련사는 쓰다듬고 간식을 주며 칭찬했다. 이른바 '긍정 강화 훈련법'이란다. 신 훈련사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하면 안 되는 행동을 알려주는 '부정 강화' 훈련법을 썼다"며 "2000년대 초부터 훈련 방법을 많이 바꿨다"고 했다.

잘하면 더 신바람 나게 하는 것. 좋은 행동을 할 때 클리커를 '딸깍' 누르고, 간식을 주는 방식이다. 그러면 점점 '생각하는 강아지'가 된다. 어떻게 하면 칭찬받는지, 스스로 고민해서 이것저것 하게 된다. 이 같은 방법으로, 안내견 시험에 통과하는 비율이 올해 42%까지 늘었단다. 통상 30%만 되도 잘한 건데, 점점 높아지고 있다.

눈이 오고 땡볕이어도 부단히 걸으며 훈련하는 훈련사와, 이를 믿고 따르는 안내견이 함께 만들어 낸 성과였다. 세계 어느 안내견 훈련 기관과 비교해도 높은 수치란다. 신 훈련사는 "훈련하는 안내견이 6마리라, 하루 20km씩 걷는다"며 웃었다. 그 얘길 하면서도 바론이를 끊임없이 살폈다. 마치 눈이 사방에 달린 것처럼. 그의 맘이 느껴졌다.



눈 감고, '바론이'에게 몸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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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에 장착한 액션캠으로 찍은 바론이, 눈 감고 이동하는 중에 촬영한 것이다./사진=남형도 기자

바론이와 함께 걸어볼 차례였다. 경험해보고 싶었다. 세상의 빛이 사라졌을 때, 안내견과 함께 걷는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원래는 안내견과 시각장애인이 함께 호흡을 맞출 시간이 필요하다. 통상 한 달 정도 함께 훈련한다. 바론이와는 그럴 시간을 갖지 못해서, 간단히 걷는 정도만 할 수 있다고 했다. 한적한 도로, 다리, 횡단보도 등을 다녀보기로 했다.

눈을 감고 안대를 썼다. 지난 3월, 시각장애인 체험을 했을 때가 생각이 났다. 길을 걷다가 자주 부딪치고, 헤매고, 힘들었었다. 그때 기억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됐다. 온몸의 세포가 다시 곤두섰다.

심호흡을 크게 했다. 내가 앞을 못 보지만, 옆엔 바론이가 있었다. 까만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으리라. 그땐 혼자였지만, 지금은 혼자가 아녔다. 그런 생각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바론이에게 가자는 신호를 보내자, 녀석은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생각보다 걸음이 빨랐다. 삐뚤빼뚤 걷는 것처럼 느껴졌다. 호흡이 살짝 거칠어졌고,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래서 신 훈련사에게 "똑바로 가고 있나요?"라고 물었다. 그는 "자세를 앞으로 조금만 숙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바론이는 지금 어때 보이느냐"고 묻자, 신 훈련사는 "살짝 어리둥절한 것 같다"고 답했다. 그렇게 우왕좌왕하는 사이 다릴 건넜다. 잠시 서서 한숨을 돌렸다.

신 훈련사가 "어떠냐"고 묻기에, "혹시 모르고 바론이 발을 밟을까봐 신경이 많이 쓰였다"고 했다. 그래서 걸음이 엉거주춤했었다. 앞을 못 보니, 신발로 밟으면 아플까 봐서. 자꾸 바론이와 떨어지게 됐다. 그러자 신 훈련사는 "바론이와 좀 더 붙어도 된다. 괜찮다"고 했다. 그 말에 맘이 좀 놓였다.

다시 다리를 건너가기로 했다. 돌아가는 길엔 바론이를 좀 더 믿어보기로 했다. 내 몸을 맡겨보기로 했다. 힘을 쭉 뺐다. 그랬더니, 걸음이 좀 더 시원스레 나아갔다. 발걸음이 훨씬 더 잘 맞았다. 신 훈련사도 "아까보다 더 적응이 된 것 같다. 편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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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세 친해진(그렇게 믿는) 바론이와 남기자./사진=남형도 기자

한참을 더 걷다, 앞쪽에서 차가 내달리는 소리가 들렸다. 귀가 예민해지고, 방향에 집중하게 됐다. 불안해지려는 순간, 바론이가 발걸음을 멈췄다. '횡단보도'였다. 내가 볼 수 없어 몰라도, 바론이는 알고 있었다. 앞으로 나아가면 내가 위험하단 걸. 얼마나 든든하던지.

바론이와 함께한 짧은 동행을 마치고 안대를 벗었다. 녀석은 여전히 내 왼편에 차분히 앉아 있었다. 무릎을 굽혀 바론이와 눈을 맞췄다. 그리고 쓰다듬으며 "바론아, 고마워"하고 말을 건넸다. 바론이는 귀를 젖히고 날 핥아줬다. '내가 고마운데, 왜 네가 고마워해',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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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긴 훈련을 거쳐, 마지막 테스트 몇 가지를 통과하면 비로소 어엿한 안내견이 된다. 그러면 시각장애인 파트너를 만나게 된다.

파트너도 자격이 있다. 우선 '단독 보행'이 가능해야 한다. 안내견은 목적지를 찍으면 알아서 가는 '네비게이션'이 아니기 때문에. 위험한 장애물을 피하게 해주는 역할이 크다. 또 안내견과 파트너가 서로 궁합이 잘 맞아야 한다. 애교 부리는 걸 좋아하는 안내견인데, 파트너가 쿨 하면 안 되지 않은가. 안내견은 빨리 걷는데, 파트너 걸음이 느리면 안 되니까. 그런 것까지 고려한다.

그리고 뭣보다 안내견 행복을 고려한다. 그래서 파트너가 잘 키워줄 수 있는지를 꼼꼼히 본다. 가족 중에 반대하는 이가 있는지, 강아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있는지, 사랑과 애정으로 책임 있게 돌봐줄 수 있는지(가족 구성원이 집에 늘 상주해야 함). 꾸준히 산책시켜줄 수 있는지. 1차 상담과 2차 면담, 3차 최종 면담까지 다양한 과정을 거쳐 꼼꼼히 본다. 자격이 안 되면 탈락이다. '그런 과정이 있어 다행이다',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해서 파트너가 정해지면, 안내견과 함께 4주 동안 교육을 받는다. 2주는 안내견 학교 숙소에서 일반 관리를 위한 기초 교육을 받는다. 사료는 어떻게 주는지, 털은 어떻게 관리하는지 등이다. 나머지 2주는 시각장애인이 사는 곳과 주로 다니는 곳에서 교육한다. 호흡을 맞추고, 서로 신뢰하는 과정이다. 그러면 긴밀한 관계가 형성된다.

바론이도 곧 시각장애인 파트너를 만난단다. 갈 곳이 정해졌단다. 한창 활발히 활동하는 20대 대학생이라, 뛰어놀기 좋아하는 바론이와 잘 맞을 것 같다고 했다. 신 훈련사 말로 "처음 딱 봤을 땐 좀 미성숙한 것 같았다"던 바론이었다. 때론 덜렁대고 막 짖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새 이렇게 멋진 안내견이 됐다. 그리고 이제 새 삶을 살 터였다. 분양 이후에도 훈련사들이 파트너 가정을 방문해 건강 및 보행 상태를 세밀히 점검한단다. 세심한 관리다.

쭈그리고 앉아 바론이 목덜미를 쓰다듬자, 신 훈련사가 "빨리 정들려고 한다"며 웃었다. 이에 "벌써 정든 것 같다"고 답했다. '바론이가 더 행복하길', 속으로 몇 번씩 되뇌었다.


안내견 '메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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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김정빈씨와 그의 안내견 메이. 지하철 승강장에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사진=남형도 기자

시각장애인 파트너와 안내견이 함께하는 삶은 어떨까. 그 구체적인 얘기가 궁금해, 시각장애인 김정빈씨와 그의 여자친구, 그리고 안내견 '메이'를 만났다.

김씨는 스무 살이 지날 무렵부터 서서히 시력을 잃었다. 어릴 땐 낮엔 잘 보이고, 밤엔 야맹증처럼 사물이 흐리고 잘 안 보였다. 그러다 중학교 2학년 때 병명을 알게 됐다. '망막색소변성증'이라 했다. 병은 점차 진행됐다. 지금은 시력이 안 나오는 편이다. 그는 "앞에 기자님이 있다는 건 알지만,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정도"라 설명했다.

처음엔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단다. 마음이 쉬이 열리지 않았다. 자존감이 떨어지고, 남들 시선을 생각했다. 그래서 흰 지팡이도 놓고 다녔다. 대신 신발을 질질 끌고 다녔단다. 김씨는 "차도 가장자리로 다녔다"고 회상했다. 차도가 매끄러우니, 더 안전할 거라 생각을 했단다. 지인들이 보기엔 너무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래도 그땐 늘 그리 다녔다.

그때 안내견을 알게 됐고, 체험했다. 김씨는 입이 귀에 걸렸다. 그만큼 획기적이었고, 무척 좋아했다. 분양 예약을 한 뒤 1년을 기다렸다. 3차에 걸친 심사를 받았다. 그리고 안내견 세 마리가 집에 왔다. 그게 2017년 6월 초였다.

그 중 김씨와 두 번째로 걸어본 게 '메이'였다. 5월에 태어난 아이였다. 평소 천천히 걷는 그와 속도가 편안히 맞았다. 그래서 함께하겠다고 했다. '네가 메이구나, 이 아이구나', 김씨는 메이를 만난 뒤 그런 생각을 했단다. 처음 키워보는 강아지였다. 안내견이니, 처음엔 얌전할 줄만 알았단다. 이게 웬걸, 집에 온 메이는 '똥꼬발랄'하게, 신나게 집안을 헤집고 다녔다. 그것 또한 '편견'이었음을 배웠다고 했다. 워낙 사람을 좋아하는 녀석이라 다 받아줬단다. 그렇게 김씨와 메이는 서로 알아갔다.


메이 덕분에 달라진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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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도, 이렇게 얌전히 앉아있다. 기특한 메이./사진=남형도 기자



카페서 이런 얘길 나누다, 바깥에 나가 걸어보기로 했다. 지하철을 타고, 인근 호수공원에 가기로 했다. 얌전히 앉아 있던 메이가 우뚝 섰다. 김씨 여자친구 말로는, "그렇게 활발하다가도 코트를 입고 하네스를 착용하면 갑자기 표정이 딱 바뀐다"고 했다. '난, 지금 멋져', 이 표정이란다. 놀 때와 일할 때를 구분하는 메이는, 진정한 '프로'였다.

메이는 꼬리를 크게, 좌우로 흔들며 걸었다. 기분이 썩 좋단 신호였다. 반려견을 오래 키워본 난, 메이 표정만 봐도 알았다. 자긍심에 한껏 차 있었고, 기분이 좋아 보였다.

계단 앞에선 정확히 멈추고, 장애물은 적절하게 잘 피했다. 그 둘을 뒤에서 따라가며 지켜봤다. 메이는 안전하게 김씨를 이끌었다. 왼쪽과 오른쪽을 알았고, 지하철에선 개찰구를 잘 찾았다. 에스컬레이터에선 한 줄로 나란히 섰다. 그리고는 내가 잘 따라오는지, 뒤를 한 번 쓱 돌아보기까지 했다. 어찌나 대견하던지. 김씨도 메이가 잘할 때마다, 주머니에서 간식을 꺼내서 줬다. 칭찬은 메이를 춤추게 하니까.

김씨와 메이는 걸음이 시원스레 나아갔다. 따라가기 힘들 정도였다. 서로를 믿고 있단 게 느껴졌다. 어느 순간 난, 김씨가 시각장애인이란 걸 까먹고 있었다. 그만큼 보행이 자연스러웠다.

당연히 김씨의 삶도 많이 달라졌다. 메이를 만난 뒤, 흰 지팡이를 갖고 다니는 게 당당해졌다. 걸을 땐 늘 온몸이 경직됐었는데, 이젠 편해졌다. 소리 하나하나 예민했고, 천천히 가야 했는데, 괜찮아졌다. 메이를 믿고 가기에. 볼라드 같은 장애물에 부딪혀 온통 멍투성이었던 몸도 옛 얘기가 됐다. 메이 덕분이었다. 지나가던 이들이 "얘는 얼마냐"고 다소 무례한 질문을 하면, 김씨는 그리 대답한단다. "돈으로 매길 수 없을 만큼 가치가 있는 아이라고."


반려견 놀이터서, 행복한 메이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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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놀이터에서, 신나게 뛰노는 메이./사진=남형도 기자


그러니 김씨에게 메이는 새 삶을 선물해준 둘도 없는 가족이자, 동반자가 됐다. 그야말로 격하게 아낀다.

사이클 선수인 그가 훈련을 갈 때, 큰 소리가 나는 공간엔 메이를 데려가지 않는다. 김씨는 "혹여나 메이가 스트레스를 받을까 걱정돼서"라고 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안내견과 함께하는 시각장애인들이 모두 '단독 보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홀로 다닐 수 있다. 영화를 보러 갈 때도 '잔잔한 영화'만 메이와 함께 간단다. 장소가 괜찮은지 고민하고, 절대 무리해서 가지 않는다.

보행 시간도 조절한다. 계속해서 걷게 하고, 데리고 다니는 게 아니다. 어딘가에 가서 충분히 쉬게 하고, 집에 늦게 돌아갈 것 같을 땐 사료까지 챙겨서 나온다. 김씨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밥은 제때 잘 먹여야 한다"며 웃었다. 아무렴, 잘 먹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으니까.

산책도 매일 시킨다. 호수공원에 도착해 그와 여자친구가 산책시키는 걸 직접 봤다. 하네스를 풀고, 충분히 길게 늘어나는 산책 줄을 찼다. 그러니 메이는 완전히 신이 나서 천방지축 뛰어다녔다. 곳곳을 다니며 킁킁 냄새를 맡고, 다른 강아지와 인사를 나눴다. 볼 일도 시원스레 봤다. 정말 딴 강아지인 줄 알았다. 영화 '식스센스' 급 반전이었다.

가까이서 봤다. 메이가 행복하단 걸. 반려견 놀이터에 가선 아예 산책 줄도 풀고, 이 세상이 내 것인양 뛰어다녔다. 김씨가 활짝 웃으며, 무릎을 굽혀 '워어어' 하며, 메이와 함께 놀아줬다. 김씨도, 메이도 활짝 웃고 있었다.

해질녘 호수공원은 입김이 나올 만큼 쌀쌀했지만, 마음은 따스해졌다.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우연히 인연을 맺고, 함께 걷고, 오래도록 삶을 함께하고, 사랑한다는 건.



안내견은 충분히 준비됐으니, 우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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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견 꼬물이들./사진=삼성화재 안내견학교


참 많이 배웠다. 안내견에 대해 몰랐던 게 많다. 반려견에 관심이 많던 나도 그랬으니, 대다수가 그러하리라 믿는다. 그럴 수 있다.

안내견들은 세상에 나오기 위해, 그 오랜 기간 준비를 한다. 시각장애인에게 새 삶을 주면서도,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해서다. 그러니 더 많은 이들이, 그들을 알아야 한다고 믿는다. 한쪽만 배우고 준비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모든 건 상호 작용이다. 이해와 공감이 더 필요한 부분이다.

바론이와 메이를 만난 뒤 알게 된 게 있다. 녀석들은 어디에서도 피해를 주지 않았다. 카페에 가선 옆에 얌전히 엎드려 있고, 걸을 때도 집중해서 안내하는 것 외에 그 어떤 불편을 끼치지 않았다. 함부로 다가가지 않았고, 사려 깊게 사람 사이를 피해 다녔다. 북적이는 지하철에서도 얌전히 김씨 앞에 엎드려 있었다. 어찌나 잘 배웠는지.

그러니 안내견이 낯설고 어색하더라도,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잠깐 봤지만, 자신 있게 자랑할 수 있다. 녀석들은 이미 준비가 끝났고, 시각장애인 파트너들도 다 알고 있다. 그들은 더불어 사는 법을 배웠다.

그러니까 조금만 더 이해하고 공감했으면 좋겠다. 그런 맘으로 쓰는 글이다. 너무 좋아한다거나, 너무 싫어한다거나 하지 않고, 그냥 묵묵히 눈으로만 바라봐달라고. 다 똑같은 사람이고 삶이니까 말이다. 귀엽다고 만지려고 하거나, 사진을 찍거나, 갑자기 부르지 않기를. 안내견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누군가의 삶에서, 아주 중요한 일을 하고 있으니까.

반려견을 산책시키다 안내견을 만나면, 줄을 짧게 잡거나, 아이를 잠시 들어주기를. 그러면 시각장애인이 좀 더 편안한 맘으로, 그 자리를 지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혹시나 위와 같은 상황을 보게 된다면, 큰 소리로 한마디만 해주기를. "거기 계신 분, 안내견에게 그렇게 하시면 안 돼요"라고. 그럼 당사자도 배우고, 시각장애인도 상황을 알 수 있고, 주변에 있는 이들도 그게 잘못된 일이란 걸 알게 된다.

헤어지기 전 김씨는 이렇게 말했다. "메이가 저를 더 좋게 만들어줬고, 제 삶이 긍정적으로 바뀌게 됐다. 항상 녀석을 먼저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더 잘해줄까 생각한다"고. 그래서 비가 와도, 눈이 와도 산책을 한다. 그 습관 덕분에 계절이 바뀌는 걸 느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자신감도 많이 생겼다. 예전엔 시내버스를 타러 기다릴 때, "버스 몇 번이에요?"하고 계속해서 물었다. "몇 번 버스 오면 알려주세요"란 말을 못 했다. 메이를 만난 뒤 김씨는 그리 말할 수 있게 됐다.

꽤 오래 산책하다 보니, 손이 제법 시려워졌다. 마침 김씨 여자친구가 핫팩을 건넸다. "감사하다"고 받아 들고, 주머니에 넣어 손을 데웠다. '이들을 바라보는 게, 이 정도 온도였으면 좋겠다', 따스히 녹은 손을 어루만지며 그런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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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시각장애인 안내견과 보호자. 괜스레 뭉클해진다./사진=삼성화재 안내견학교

에필로그(epilogue). 10살이 되면, 안내견은 이제 쉰단다. 남은 삶을 편안하게, 행복하게 마무리하기 위해서다. 은퇴한 녀석들을 잘 돌봐줄 수 있는, 반려인들을 찾아준다고 했다. 그것까지도 안내견 학교의 몫이다.

몇몇 아이들은 은퇴 후, 어렸을 때 돌봐준 가정으로 돌아간단다. '퍼피워킹'을 하며 꼬물이 때 1년간 함께했던 그곳 말이다. 그럼 아마 8년 만이리라. 초등학교에 다녔던 아이가 대학생이 되고, 결혼한 뒤 출가해 살다가 보러 온단다.

요만했던 아이가, 꽤 오랜만에 돌아와 품에 안겨 있는 상상을 했다. "너 참 고생 많았다고, 대단한 일을 했다"고 토닥이면서.

그 장면이 왜 이리 짠한지,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주책맞게 눈물이 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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