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봉수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중국 무역전쟁 이후 많은 미국 기업들이 동남아 등으로 공장을 이전하려 하고 있지만 노동력ㆍ기술 부족 등의 이유로 마땅한 대체지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ㆍ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미국의 대중국 관세 부과를 피하기 위해 많은 미국 기업들이 중국내 생산ㆍ조립 공장을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 등으로 이동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로 인해 지금 쯤이면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가 중국의 '세계의 공장'이라는 타이틀을 대체해야 하지만, 오히려 앞으로 수년이 더 걸릴 것이라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
우선 중국처럼 스마트폰에서 식탁까지 온갖 종류의 부품ㆍ완제품 등 특수한 공급망을 갖춘 곳은 어디에도 없다. 미국 기업의 안전 인증 기준을 충족시키고 자본집약식 기계를 갖춘 공장들도 동남아시아에선 찾기 쉽지 않다. 또 베트남같은 경우가 유력 대체지로 꼽히지만, 인구가 중국의 10분의1도 채 안 되는 데다 이미 삼성전자 등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대중국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차지하고 있어 노동력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대형펌프 제작업체 옴니덱스그룹이 대표적 사례다. 이 기업은 일부 생산공장을 베트남으로 이전했지만, 80개 이상의 광산용 펌프 부품 중에서 지금까지 20개만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었다. 윙 쉬 그룹 운영이사는 "중국은 15년 이상 앞서 출발을 했다"면서 "베트남으로 공장을 옮긴 후 원하는 것을 찾기를 기대할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중국 탈출이 늦어지면서 대규모 관세 부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중국산 수입품 의존도는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WSJ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미국의 대중국 수입 분량은 전체의 19.9%로 역대 최고치 2018년 2월 21.7%에 비해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다.
수입 대체지로 기대를 모았던 베트남의 경우도 10년새 대미국 수출이 꾸준히 늘었지만, 지난 6월 현재 2.2%에 그쳐 여전히 비중이 매우 낮은 형편이다. 다만 베트남 상품의 대미 수출은 올해 상반기 동안 전년대비 33.4%가 늘어나는 등 호전세를 보이고 있긴 하다. 대만 20.2%, 인도 10%, 멕시코 6.3%, 필리핀 4.4% 등의 동남아 지역 국가들의 대미 대미수출도 소폭 늘어나긴 했다.
뉴욕=김봉수 특파원 bski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