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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으로 시력을 회복시킨다는 주장을 처음 듣는 건 아닙니다.
과학적으로는 근거가 없다고 알고 있었기에, ‘또 누가 사기를 치나’ 생각하며 책을 좀 들여다봤습니다.
저자는 해럴드 페퍼드라고 하는 미국의 안과의사이자 의학박사였습니다. 안과의사가 썼다는 말에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혹시 최근 들어 뭔가 새로운 내용이 추가됐을지도 모르니까요.
● 훈련으로 시력회복? 학계는 NO!
페퍼드 박사는 베이츠 박사의 ‘안근론’ 연구를 평생의 과제로 삼았다고 합니다.
베이츠 박사는 근시나 원시를 비롯해 눈에 생기는 모든 문제가 안구를 둘러싼 근육이 긴장하기 때문에 생긴다며,
안경은 필요하지 않을 뿐더러 나쁜 시력을 회복하는 데 오히려 해가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베이츠 박사가 누군가 해서 찾아보니 이름은 윌리엄 호레이쇼 베이츠이며 1860년에 태어나서 1931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베이츠 박사는 근시나 원시를 비롯해 눈에 생기는 모든 문제가 안구를 둘러싼 근육이 긴장하기 때문에 생긴다며,
안경은 필요하지 않을 뿐더러 나쁜 시력을 회복하는 데 오히려 해가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연재를 꾸준히 읽은 독자라면 개인적인 일화가 왜 충분한 증거가 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베이츠 박사 사후 이 이론은 여러 사람이 이어받아 나름대로 변형해가며 명맥을 유지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눈 운동을 단순화시 키기도 했고, 어떤 사람은 식단과 관련을 짓기도 했습니다. 페퍼드 박사 역시 이런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서점에는 페퍼드 박사의 책 외에도 비슷한 내용을 다룬 책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눈 운동에 쓰는 기구를 파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나쁜 시력을 눈 훈련으로 회복시킬 수 있다는 이론은 현재 의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2004년 미국 안과 협회(AAO)가 관련 연구를 종합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눈 훈련이 근시나 노안으로 나빠진 시력을 회복시킨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눈을 너무 혹사해서 일시적으로 나빠진 시력은 쉬어주면 회복될 수 있지만, 눈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시력이 나쁜 것은 운동으로 치료할 수 없습니다.
눈의 근육을 움직여줘서 시력을 향상시켜준다는 눈운동이나, 눈을 마사지해줘서 시력을 회복한다는 눈마사지는 100% 유사과학임.
근시, 원시는 성장과정에서 생긴 눈의 구조상의 문제기 때문에 백날 운동해봤자 못 고침. 톱니바퀴가 고장난 시계를 몇번 돌리면 고쳐진다 믿는 꼴.
또한 피로로 인한 일시적 시력저하의 경우 눈운동을 하면 피로가 더 쌓이기 때문에 악영향을 끼쳤으면 끼쳤지 좋아지진 않음.
그리고 시력을 결정하는 각막, 수정체, 시신경, 망막 등등은 인체가 스스로 단련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님. 심장박동을 제어하겠다고 애쓰는거랑 똑같은 짓.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그렇게 시력이 쉽게 오르는 거였으면 왜 다들 안경쓰고 라섹 라식하고 눈에다가 수백수천만원씩 붓겠음?
그들 말대로 '하루 10분'만 하면 시력이 저절로 좋아지는데... 대체 왜?
눈이 피곤한 것 같으면 괜히 마사지한답시고 누르고 눈동자 굴리는 것보다 잠시 눈을 감는게 가장 좋은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