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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스압]일본 최대의 대학 라이벌리의 응원가에 얽힌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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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4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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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적 배경이 불편할 수 있으나 내용적으로 한일관계에 대한 건 나오지 않으니 양해 바람


다들 이름은 들어보았을 일본 최대의 유명 사립대 와세다와 케이오, 줄여서 소케이(早慶)에 얽힌 얘기.


때는 거슬러 올라가 1903년, 와세다가 케이오에게 '도전장'을 보내고, 케이오가 여기에 응하면서 소케이전의 전통이 시작됨. 여기서 와세다와 케이오의 성향 차이를 알고 넘어가야 하는데, 케이오는 정한론과 탈아입구로 알려진 사상가 후쿠자와 유키치가 세운 대학으로, 주류 그 자체로 여겨지는 곳이었음. 지금도 후쿠자와 유키치는 1만엔권 초상화로 들어가 있을 정도니 일본 내에서의 위상은 확고한 편. 반면 와세다는 오오쿠마 시게노부가 정계에서 축출당하다시피 은퇴하여 세운 학교로, 교훈부터가 '학문의 독립'일 정도로 반골 정신으로 유명함. 학교 성격도 케이오는 엘리트주의, 와세다는 보편주의를 표방하고 있어서, 수도권 있는 집 자식들이 주류인 케이오와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고학생들이 주류인 와세다는 서로 샌님들, 촌놈들 하면서 아직까지 싸워대고 있음.


여기에, 당시에는 케이오가 와세다보다 먼저 세워졌으니, 민간에서는 케이오가 와세다의 선배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음. 그런데 여기서 '후배'라고 생각했던 와세다가 도전장을 보냈으니 그야말로 화제가 될 수 밖에. 


그렇게 소케이전이 큰 화제를 부르던 중, 1920년대에 라디오가 보급되면서 소케이전은 그야말로 당시 야구팀의 정점을 가리는 국민 스포츠로 자리매김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음.

그런데 이 과정에서 케이오가 와세다에게 내리 지는 일이 발생하는데, 와세다를 응원하는 학생들이 교가인 都の西北(수도의 서북)을 열렬하게 불러대니 그 응원 기세에 눌려 케이오가 연패를 해버린 것.


케이오는 여기에 위기감을 느끼고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새로운 응원가를 만들겠다고 발의함. 그래서 1927년에 若き血(젊은 피)가 발표되었는데, 이 응원가의 힘인지 연패를 끊고 싶ㅇ 은케이오 학생들의 염원이 이루어졌는지, 그 뒤로 케이오는 와세다를 만나는 족족 이겨버리는 대파란의 현장이 연출됨.




들어보면 알겠지만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곡으로, 4/4박자로 만들어진 都の西北을 압도하기 위해 2/4박자로 구성되었고, 외워서 따라부르기 쉽도록 가사는 1절만, 돌림노래처럼 부를 수 있도록 끝맺음을 모호하게 하는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음.

런칭 당시에는 수많은 응원가들 중 하나였지만, 이 응원가만 부르면 와세다를 이겨제끼는데 당연히 센터로 승격시킬 수밖에. 그래서 압도적인 지지로 케이오의 대표응원가가 되어버림.


한편 연패를 해버린 와세다는 若き血를 이길 응원가가 없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대학 응원부가 주축이 되어 새 응원가를 만들기 위한 작업에 착수함.


응원부는 먼저 약 30편의 가사를 응모받았고, 선별을 부탁받은 교수는 당시 사범대 3학년 학생의 시를 가사로 선정했음. 그렇게 가사는 완성된 상태로 곡만 붙이면 되는 상황. 그런데 곡을 만들 사람이 없어 고민하던 차에, 당시 응원부 소속 학생의 사촌이 유명한 작곡가라는 것을 알고 그에게 곡을 붙여달라고 부탁하기에 이름.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응원가가 紺碧の空(감벽/감파랑의 하늘). 당시에는 제6응원가로 나중에 만들어졌지만, 이 응원가도 곧 와세다를 대표하는 응원가로 자리매김하게 됨.




케이오의 응원가를 이기기 위해 같은 2/4박자로 만들어졌고, 1절만 있는 케이오에 비해 2절까지 있으며 '땅의 왕자 케이오'라는 가사를 이기기 위해 '패자(覇者) 와세다'라는 가사를 붙인 것이 포인트.


그렇게 두 학교는 야구경기라는, 지금 보면 좀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서로를 대표하는 응원가를 만들게 되었고, 지금도 서로를 디스하기도 하고 친하게 지내기도 하면서 라이벌 관계를 이어가고 있음. 소케이가 서로를 공식석상에서 디스하는 건 일종의 불문율일 정도.


마지막으로 두 곡의 가사를 보면


若き血(젊은 피)


若き血に燃ゆる者光輝みてる我等

젊은 피에 불타는 이들 광휘에 가득찬 우리

希望の明星仰ぎて此処に

희망의 새벽별이 비추는 이곳에
勝利に進む我が力常に新し

승리를 향해 전진하는 우리의 힘 언제나 새롭다

見よ精鋭の集う処

보라! 정예들이 모이는 곳
烈日の意気高らかに遮る雲なきを

작렬하는 태양빛과 같은 의기는 드높아 가로막는 구름을 없앤다

慶應 慶應 陸の王者 慶應

케이오 케이오 땅의 왕자 케이오



紺碧の空


1.

紺碧の空 仰ぐ日輪

감벽의 하늘 드높은 태양

光輝あまねき 伝統のもと

광휘가 널리퍼지는 전통의 근본

すぐりし精鋭 斗志は燃えて

뛰어난 정예들의 투지는 불타고

理想の王座を占むる者 われ等

이상의 왕좌를 갖는 것은 우리들이다

早稲田 早稲田 覇者 覇者 早稲田 

와세다 와세다 패자 패자 와세다


2.

青春の時 望む栄光

청춘의 때에 바라는 영광

威力敵無き 精華の誇

대적할 자 없는 정화의 긍지

見よこの陣頭 歓喜あふれて

보라! 이 환희에 넘치는 진용을

理想の王座を占むる者 われ等

이상의 왕좌를 갖는 것은 우리들이다

早稲田 早稲田 覇者 覇者 早稲田

와세다 와세다 패자 패자 와세다



이상의 스토리는 NHK에서 방영중인 아침드라마 エール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이 드라마가 와세다의 응원가 紺碧の空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와세다 시점에서 담고 있기에케이오 졸업생들이 살짝살짝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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