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22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만난 뒤 "북미간 대화가 곧 전개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날 북한이 한미의 최신무기 도입과 군사훈련 등을 이유로 "군사적 위협을 동반한 대화에는 흥미가 없다"고 했음에도 내놓은 낙관적 전망이다.
김 실장은 이날 서울정부청사에서 비건 대표와 약 1시간10분간 면담을 가진 뒤 기자들을 만나 "오늘 대화를 다 공개할 수 없지만 아마 북미간 대화가 곧 전개될 거 같다, 그리고 잘 전개될 거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또 "북한이 우리에게 비판적 입장을 보인 데 대해 한국이 절제한 걸 미국 측에선 높이 평가를 했다"고도 전했다.
다만 그는 북미협상이 곧 이뤄질 거라고 생각한 근거에 대해 "정확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북측에서 대화재개와 관련한 구체적 신호가 있었느냐는 취재진 질의에도 "그건 아니다"고 답했다. 북미간 '핫라인'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렇게는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 차장의 긍정적 전망은 북한이 이날 외무성 담화를 통해 한미를 비판하는 등 여전히 공세적인 태도를 보인 직후에 나왔다. 외무성은 미국의 중거리순항미사일 시험발사, 우리 군의 미국 'F-35A' 스텔스기 도입, 미국이 대만에 판매를 결정한 'F-16V' 전투기 등을 거론해 "가증되는 군사적 적대행위가 대화 동력을 떨어뜨린다"고 했다.
북미 정상은 앞서 지난 6.30 판문점 회동에서 2~3주 내 실무협상 재개에 합의했지만 7월로 예상됐던 북미대화 시점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그런데도 한미가 북한이 조만간 대화에 임할 것이란 전망을 공유한 이유는 역설적으로 북한이 최근 대미비난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북한은 한미연합연습 등을 이유로 남측을 비난해 오다 최근엔 미국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미국과의 '의제 설정'을 위한 사전작업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북한이 이날 중국의 반발을 산 미국의 F-16V 판매결정을 비판한 걸 두고 북중이 북미대화 전 군사공조를 강화한 신호란 분석도 뒤따랐다.
북한은 이날 "군사적 위협을 동반한 대화엔 흥미가 없다"면서도 "모든 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우리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여전히 대화와 협상에 열려 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내년 대선 국면을 앞두고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재개 등 상황이 악화되는 걸 막아야 할 유인이 크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지금까지 남한만 비난하다 미국까지 함께 비판하는 걸 보면 실무회담이 임박한 신호로 보인다"며 "실무회담 돌입 전 미국과 의제를 정리해야 하는 차원에서 미국을 겨냥한 비판이 강화된 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비건 대표와 김현종 차장은 이날 한미일 공조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관련한 논의도 나눴다. 김 차장은 "비건 대표가 한미일 관계에 대해서 먼저 언급했다"며 면담 중 지소미와와 관련한 언급도 "나왔다"고 전했다.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이날 오후 3시 상임위원회를 열어 신뢰 훼손을 이유로 한국의 화이트리스트(수출 우대국) 배제 조치를 감행한 일본에 대한 대응책인 지소미아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