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류원혜 인턴기자] [지난달 A씨 여동생이 올린 청원은 11만여명의 동의를 얻고 마감…이에 A씨 어머니가 재차 '딸 이혼과 가해자 엄벌' 청원 제기]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아내가 암 투병 중에도 바람을 피우고 "배 밟아서라도 유산시켜줄게. 암 걸린 게 자랑이냐? 뚱뚱해서 암 걸린 거다"라며 폭언한 사위와 딸 A씨를 이혼시켜 달라는 어머니의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사연은 지난 20일 KBS '제보자들'에서도 방영돼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다.
경남 김해에 살던 A씨는 지난달 9일 가정폭력과 암 투병 끝에 36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A씨는 2015년 12월 결혼한 뒤 두 번의 유산을 겪자마자 유방암을 얻었고 1년간 치료를 끝냈을 무렵 폐암 전이 판정까지 받았다.
지난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우리 딸 죽었지만 제발 이혼시켜주세요. 임신 중인 딸을 폭행한 살인마 같은 놈을 구속 시켜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지난달 16일 A씨의 여동생이 같은 내용의 국민청원을 한 차례 올렸지만, 11만4000여명의 동의를 얻고 마감되자 A씨의 어머니가 재차 청원을 게시한 것으로 보인다.
자신을 A씨의 어머니라고 밝힌 청원인은 "딸은 3년여의 결혼생활 중 1년6개월은 남편과 살고 2년은 암으로 고통 받다 지난달 숨졌다"며 A씨의 악몽 같았던 결혼생활을 공개했다.
이어 "(딸의 남편은) 딸의 목을 고데기 전기선으로 조르고 뺨과 머리, 귀를 수차례 때려 '고막 천공' 진단을 받았다"며 A씨가 남편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했던 사실을 밝혔다.
청원에 따르면 A씨의 남편은 A씨에게 "네 얼굴 보면 역겹다", "애도 못 낳는 게. 아픈 건 네 사정이고, 돈이나 처 벌러 가", "그게 뺨 맞은 거냐. 죽을힘을 다해 더 때릴 걸", "배를 밟아서라도 애 지워 줄게. 유산돼라, 이혼하게"라며 폭언했다. 청원에 적힌 욕설들은 대부분 비공개 처리된 것으로 보아 입에 담지 못할 심한 욕설인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A씨의 남편은 아내가 임신했을 당시 발길질과 함께 "내 새끼가 아니다. 칼로 배를 찔러 죽이겠다"는 폭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남편은 결혼 후 차를 3번이나 바꿨으며 차를 바꿔주지 않으면 A씨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A씨의 여동생은 A씨의 시부모가 "(언니에게) 뚱뚱해서 암 걸렸다. 이참에 살이나 빼라"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A씨 유족은 A씨가 피 토하며 입원했을 때도 A씨 남편이 차량동호회에서 만난 여자와 외도까지 하자 결국 이혼소송과 가정폭력 고소장을 접수했다. A씨는 공판을 기다리던 중 온몸에 암이 퍼져 진통제에 의지하며 겨우 버텼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어머니는 "(딸의 남편은) 딸의 암 투병 2년간 병원비 한 푼도 주지 않았다"며 "암이 폐까지 전이된 후에도 (딸의 남편은) '살지 말고 죽는 게 도와주는 거다. 장례식장에서 절은 해 줄게'라고 했다"고 분통해 했다.
그는 "(딸 남편이) 아이가 생기면 유산시켰던 것을 보아 계획범죄라고 생각한다"며 "딸이 죽으면 딸에게 빌린 2000만원을 안 갚아도 되고 보험금과 연금, 상속도 받을 수 있으니 결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고소당하면 죄를 뉘우치는 척하고 변호사를 늦게 선임해 시간을 끄는 등 치밀하게 행동했다"며 "딸이 사망하자 이혼무효를 시켰다. 처음부터 이를 목적으로 (이혼) 재판을 연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딸이 세상 떠나기 전 이혼 재판이 미뤄진 것에 충격 받고 호흡하지 못했던 모습, '엄마 나 억울해. 살려줘'라며 호소했던 모습, 할 말이 있는 듯 눈과 입을 다물지 못하고 누워있던 모습까지 눈물로 지켜봐왔다"며 "이혼 소송 중에 사망했는데도 이혼할 수가 없다는 건 누구를 위한 법인가. 제발 딸을 이혼시키고 딸 남편을 구속시켜 달라"고 가해자에 엄벌을 촉구했다.
해당 청원은 21일 오후 1시10분 기준 1만3002명의 동의를 얻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앞서 지난달 A씨의 남동생도 온라인 커뮤니티에 약 9분 길이의 녹취록과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녹음 파일에는 아내를 향한 입에 담지 못할 남편의 심한 욕설이 담겨있었다.
녹취록에는 남편이 "애 못 낳고 암 걸린 게 자랑이다 XXX아. 운동하고 살 좀 빼지"라며 "X까라 XXX아. 돼지 같은 X이랑 결혼한 내가 미친놈이지. 애 못 낳는 XX같은 X"이라며 폭언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아내로 추정되는 여성은 녹취록 내내 남성의 폭언이 익숙한 듯 담담하게 받아친다. 그러나 녹취록 마지막 부분에서 여성은 결국 "네 애잖아! 너 때문에 두 번이나 유산했잖아"라며 "그래서 병이 왔잖아. 내가 오죽했으면 죽고 싶었겠나. 넌 내 고통도 모르면서 그런 소리 하지 마라"며 악에 받친 듯 소리를 질렀다.
이와 관련해 숨진 여성의 유족은 지난달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남편 측에서) 전화 와서 위자료 주겠다는 말도 했다"며 "(유족은) 돈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류원혜 인턴기자 hoopooh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