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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시골의사 박경철 실화-여호와의 증인편(빡침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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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5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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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을 위해 죽음을 선택 할 수 있는것은 자연계에서는 오로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중에서도 종교에 관한 신념은 곧잘 죽음과 바꿔지곤 한다.



그중에서는 최근에 단식을 시도한 지율스님이나, 기독교 세력에 맞서는 이슬람의 지하드와 같은 공세적 죽음과, 예수의 죽음이나, 이차돈의 죽음처럼 수세적 죽음이 있을 뿐, 결과적으로 죽음 그자체를 신념과 맞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종교간에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이런 죽음도 역사적 이슈앞에서 이루어질 때는 의사의 입장에서는 입장 정리가 차라리 쉽다.



예를들어 온몸에 폭탄을 두르고 자살 공격을 감행하는 팔레스타인 소년의 죽음에 의사의 견해가 간섭 할 수 있는 여지는 전혀없다. 그것은 죽음이라는 행위가 하나의 상징체계를 형성하면서 한 인간의 생명가치보다는 죽음의 가치가 더 돋보여지는 비정상적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21세기, 서울 한복판에서 신념을 위해 죽음과 맞바꾸려는 일들이 일상으로 일어나고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

...



벌써 몇 년이 지난 일이다.



어느 지방 종합병원에 파견을 나가 있는데 어느날 응급실로 피투성이가 된 환자가 실려왔다.



그는 늘 다니던 산으로 등산을 다니던중에 멧돼지로 오인한 사냥꾼의 총격을 받아 온몸에 산탄이 박혔다. 수십발의 탄환은 그의 배와 가슴을 뚫고 후복벽과 신장,그리고 폐에 박혔고 탄환이 지나간 자리로는 압박으로는 도저히 감당 할 수 없는 양의 출혈이 계속되었다,



이럴때는 뒤돌아 볼 것도 없이 대학병원으로 전원해야 한다,



이럴때는 괜히 어슬프게 치료하면서 시간을 끌면 환자의 회생가능성만 낮아진다. 환자의 양팔에 급히 수액을 달고 비본과 기타 응급용 약품을 투여한 후 수혈을 시작하면서 앰블란스로 환자를 옮겼다,



환자의 상황이 워낙 급박해서 나도 외래를 비워두고 앰블란스 옆자리에 타고, 파견나온 인턴 선생이 환자와 환자가족과 같이 뒷자리에 탔다,.



앰브란스안에 병원에 준비되어 있는 피라는 피는 전부 싣고 대학병원을 향해 출발했다,



나는 뒷자리의 인턴 선생에게 10분마다 환자의 혈압과 맥박을 체크하고, 혈액팩이 비워지면 새로운 수혈팩으로 교체할 것을 지시하고, 앰블란스 조수석에서 대학병원과 연락을 취했다.



그런데 내가 전화로 대학병원에 환자의 상태를 설명하고, 집도를 부탁 할 스텝을 수배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윗자리의 보호자가 "이렇게 피가 안들어가도 괜찮아요?" 라고 인턴선생에게 질문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게 무슨소린가 해서 뒤로 돌아보니, 환자의 양팔에 달린 혈액병이 비었는데 인턴선생이 교체를 하지 않은 것이다. "뭐해 빨리 혈액 교체하지 않고?" 인턴선생에게 큰소리로 고함을 질럿지만, 요란한 경광등 소리 때문인지 인턴 선생이 계속 링거액만 바꾸고 있었다.



도리없이 고속도로 갓길에 차를 세웠다,



뒷자리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어린 여자 인턴선생이 너무 당황해서 였는지, 두눈에 닭똥같은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혈액이 들어가야 할 주사관으로 계속 링거액만 주입하고 있었다.



나는 일단 급한 마음에 인턴선생을 옆으로 밀어내고 수액병을 얼른 혈액병으로 교체하고 대학병원에 도착 할 때까지 내가 환자옆을 지켰다. 어린 여자 인턴선생이 감당하기에는 산탄에 맞은자리마다 계속 피가 흘러내려 이미 피바다가 되어버린 앰블란스 안의 장면들이 너무 잔혹했기 때문이리라 생각햇기 때문이었다.



우여곡절끝에 출혈하는 만큼 수혈이 이루어졌고, 미리 연락을 받은 대학에서는 우리가 도착 할 때쯤 이미 수술준비까지 끝내고 있었기 때문에 다행히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

...



나도 환자가 수술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의사휴게실에 잠시 들렀다.



마침 휴게실에 있던 후배들에게 아까 앰블란스에서 여자 인턴 선생이 패닉 상태에 빠져서 수혈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바람에 위험 할 뻔 했다는 얘기를 하자, 후배 하나가 아주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이렇게 말했다.



" 형,, 그 친구 ***의 ** 신도에요"



나는 순간 머리가 아득했다,



환자의 수혈관에 피대신 흘러들어가고 있던 식염수가 생각났고,수혈관을 잡고 우물쭈물하면서 눈물을 흘리던 그 인턴 선생의 얼굴이 생각났으며, 그순간 남편의 손을 잡고 간절히 회생을 기도하던 환자 아내의 얼굴이 겹쳐졌다,



나는 그날..



태어나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여자의 뺨에 손을댔고, 그순간 내가 빼앗아 든 그녀의 인턴수첩에는 " NO BLOOD . NO TRANSFUSION !!" 이라는 글씨가 커다랗게 씌여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급박한 상황이라 했더라도, 여자 후배에게 손찌검을 한 행위가 정당한 일일 수는 없었다.



그것은 지금 생각해도 야만적이고 비도덕적인데, 당시처럼 미숙하고 격정적이던 30대 전후의 청년시절에는 그런식으로 명분을 위해서 규범을 깰 수도 있다는 일종의 겉멋이 잔뜩 들어있었는지도 모른다,



다음날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넘어 갈 수가 없어서, 진료를 마치고 같이 얘기를 하기로 했다.



그날 우리는 수혈논쟁에서 군복무 문제와 같은 세속적 주제부터, 굳이 표현하자면 기독교 원리주의와 같은 그 교파의 교리에 이르기까지 몇시간에 걸쳐 얘기하고 또 논쟁을 벌였다. 덕분에 나는 그때부터 그 교파에대해 상당한 관심을( 우호적이던 비우호적이던간에 ) 가지게 되었고. 그 교파가 벌린 헤프닝 ( 80년대 종말이 온다고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일) 이나, 원리주의적인 시각들에 대해 그래도 나름대로 그들의 시각에서 일부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한번 사단이 발생했다.



7살난 어린아이가 교통사고를 당해 응급실로 들어 온 것이다.



아이의 상태는 수축기 혈압이 80을 오르내리고, 맥박수가 120회에 이르는 전형적인 저 혈량성 쇼크 상태였는데 그것은 결국 어딘가에서 대량의 출혈이 발생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일차적으로는 간이나 비장의 손상이 있을 가능성이 커 보였고, 최악의 경우에는 장간막의 손상이나 후복막의 손상, 더 최악의 경우에는 췌장의 손상까지 가능성이 있었다.



상태가 급하지만 않다면 사전에 CT 를 촬영해서 환자의 손상부위를 확인하고 수술에 들어가면 좋지만, 이럴때 의사의 편의를 위해 CT 를 찍고 검사를 하는 동안 환자의 생명은 점점 궁지에 몰리게 된다,



요즘에는 의료사고의 가능성 때문에 아무리 급박해도 그렇게 하기가 어렵지만 ( 만약 그대로 수술했다가 결과가 좋지않으면 의사가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 ), 그때만해도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라는 명분만 있다면 일단 수술부터 하고보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가 생겼다.



아이의 위급한 상황을 보면서 안절부절 눈물을 흘리던 아이의 부모가 완강하게 수혈을 거부하는 것이다,



아무리 설명해도 납득하지 못했다.



시간이 점점 흐르고 아이의 상황은 일분이 위급한데, 아이의 부모는 "펜타스판"이라는 수액을 사용해서 수술을 해 줄것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펜타스판은 고밀도 덱스트란 제제이므로 몸에 수분이 부족할 때 혈관에 투여하면 혈관내의 수압이 증가해서 혈압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하는 링거액이다.



그러나 펜타스판은 출혈이 멈추어진 후, 수혈량을 줄이기 위한 제재로서 사용 할 수는 있지만, 출혈중이나 이미 대량의 출혈이 일어난 다음에는 오히려 출혈을 조장하거나 혈액을 희석시키므로 대단히 위험한 것이다.



그런데 보호자들은 이미 교단에서 교육받은 ( 수혈시에는 대체제인 펜타스판을 사용해 달라고 의사에게 요구하라 ) 자료를 들고, 완강하게 수혈을 거부했으며,아무리 설득을 해도 설득이 먹히지 않았다.



그들은 차라리 아이가 죽게되는 일이 있다하더라도 수혈을 받아 사는것 보다는 낫다고 말했으며. 아울러 미국에서의 임상자료는 ( 교단자료 ) 수혈을 굳이 하지않아도 사망률의 차이가 없는데 유독 한국의사만 수혈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더 이상의 입씨름은 이 피어보지도 못한 어린 목숨을 해치는 것 이었다.



도리없이 수혈을 하지 않겠노라는 약속을 하고 수술실로 올라갔다.



수술실로 올라가는 과정에도 부모들은 절대로 아이에게 수혈을 해서는 안된다는 다짐을 받고자 했다, 논점이 아이의 삶과 죽음이 아니라 수혈과 비수혈로 옮겨진 것이다.



그러나 사실 우리 수술팀 사이에서는 수술실에 들어서는 순간 수혈을 시작하기로 묵계가 이루어져 있었다.



때문에 아이의 혈액형에 맞는 적합한 혈액은 중앙공급실 무인이송장치를 타고 이미 수술실에 도착해 있었고 내가 수술복을 갈아입고 수술실에 들어서기도 전에 마취과에서는 그 혈액으로 수혈을 시작했다.( 사실 그때 우리들의 젊은혈기는 아이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부모를 격리실에 잡아가두는 일이라도 불사했을지 모른다 )



수술이 시작되었다



아이의 목에 연결된 굵은 중심정맥관으로 혈액이 빠른속도로 들어가는 동안 나는 아이의 배를 열고 수술을 시작했다. 예상대로 아이의 우측 간이 절반정도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지만, 다행히 아이의 간을 한시간만에 부분절제 해내는데 성공했다.



이제 간 절제부위에서 자발적으로 흘러내리는 피의 양만 많지 않으면 아이는 회생 할 것이었다.



나는 아이의 우측 옆구리에 드레인 호스를 네개정도 박아 둔채로 수술을 끝내고 복부를 봉합했다, 마취된 아이의 창백한 얼굴에 조금씩 온기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대량의 출혈이 멈추고 빠른속도로 수혈이 진행된 효과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의 혈색소 수치가 수술후 체크한 검사에서 7 정도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최소 14 수준은 되어야 하는데 희석을 감안 하더라도 아이의 몸의 피가 절반이상 빠져나간 것이다, 이제 더이상의 출혈만 없다면 버텨 볼 생각이지만, 만약 수술부위로 출혈이 조금씩 계속 이어진다면 재차 수혈이 필요한 수준이었다.



우리는 아이가 중환자실로 옮겨지기전에 수혈을 했던 수액관을 교체하고, 범행의 흔적들은 모두 지워야했다, 또 혹시 아이의 부모가 챠트를 볼까봐 챠트에 수혈딱지도 붙이지 않았고 수혈챠트를 이중장부를 만들듯이 따로 만들었다.



우리는 완전범죄를 자신하면서 일단 아이를 중환자실로 내보냈다.



그렇게 아이가 중환자실로 옮겨지고 나도 수술실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보호자들에게 수술 경과를 설명했다.



아이의 간이 파열된 상태이며, 출혈량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 출혈량이 과도해서 헤모글로빈 이라고 부르는 혈색소가 감소하면, 혈액을 통해 조직에 산소를 운반하는 능력에 문제가 생기고 그로인해 대사에 문제가 발생하면 수술 경과가 안 좋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비록 지금 부분 간절제술을 시행하여 출혈은 멈추었지만, 현재 간의 절단면에서 작은 출혈은 계속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만약 그렇게 출혈이 계속 될 경우에는 수혈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생명을 보장 할 수 없다는 점,등을 설명했다.



그리고 아직도 수혈을 할 수 없는지 다시 한번 물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같았다.



결국 퍼미션 용지에 " 나는 환자의 친권자로서 의사의 수혈 권유를 강력하게 거부하였으며 이로인해 발생 가능한 모든 문제는 전적으로 본인이 질 것을 약속합니다 " 라는 각서를 받았지만, 사실 그 각서는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미 아이에게 수혈을 했고, 또 앞으로도 해야 한다면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내가 옳은지 아닌지 아직 판단 할 수 없지만, 종교적 신념을 존중하는 것과 아이의 수혈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만약 환자가 성인이었고 스스로 수혈거부를 주장한다면 그것은 도리가 없는 일이지만, 이미 세상에 태어난 생명체로서의 아이의 삶과 죽음에 대한 결정권은 어느누구에게도 없는 것이다.



그것은 설령 신이라 하더라도 그런 것이다..



우리는 중환자실에서 드레인을 통해 흘러나오는 피의 양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수술 후 대개 너댓시간이면 서서히 양이 줄어들어야 하는데 아이의 드레인을 통해서 흘러내리는 출혈은 수술후 거의 24시간동안 계속 되었다, 비록 양이 많지 않다하더라도 아이의 전체 혈액에서 이미 절반이 없어진 상태에서 그정도의 양은 치명적이었다.



더우기 출혈로 인한 빈혈이 교정되지 않아 혈액의 자연응고기능도 악화되었다.



다시 측정한 혈색소 수치가 드디어 6을 가리켰다.



호흡이 가빠지고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같은 양의 혈액이 전신으로 공급이 되더라도 그 혈관내에 흐르는 피의 농도는 절반이 되지 않는 것이다, 즉 아이의 혈관을 흐르는 피는 진짜피는 반 이상이 사라졌고, 링거액과 희석된 묽은 피가 흐르는 것이었으며, 그로인해 산소가 부족하다고 아우성치는 전신 세포들의 아우성은 심장 박동을 늘리고, 호흡을 늘려서라도 산소를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려는 몸부림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아이의 호흡이 점차 빨라지고, 맥박이 다시 110 회를 가리켰다.



그렇다고 다시 수술을 해야 할 만큼 피가 많이 흐르는 것도 아니다, 다시 수술을 해도 더 해줄것이 없었다. 정말 신선한 전혈을 3-4파인트 수혈만 해주면 드라마틱하게 좋아 질 수 있는 것인데 , 속수무책으로 지켜 볼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난감했다.



수술실이라면 보호자 출입금지 구역이라 몰래 수혈이 가능했지만, 중환자실은 보호자들이 멀리 유리문 너머로 자주 지켜보는데다, 하루에 네번 면회시간까지 있어서, 설령 유리문 너머로 안 들킨다고 하더라도 몰래 수혈을 하는 것은 면회시간과 면회시간 사이를 이용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수혈을 하다가 면회시간이 되면 수혈관을 제거하고 다시 끼우고 해야하는 것이다.



링거를 투여하는 수액관으로 피가 투입되면 수액관내에 붉은 혈액의 흔적이 남기 때문에 아예 수액관 자체를 자꾸 교체해야 하는데, 그러자면 아이의 팔을 벌집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궁리끝에 희안한 방법을 고안했다.



스테이션에 혈액 봉지를 두고 10 CC 주사기에 혈액을 담은 다음, 아이의 팔에 달린 링거줄에 슬쩍 주사기를 꽂아 주입을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면 원래 링거 관에도 일부는 역류된 피가 보이므로 수혈흔적은 전혀 남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중환자실에서 일하다가 중간중간에 눈치를 봐서 주사기에 피를 담아 아이의 팔에 주사를 했다. 내가 수술실에 들어가면, 다른 레지던트가 그일을 맡았고, 또 그다음에는 다른 누군가가 보호자가 입구에 보이지 않으면 아이옆에서 얼쩡거리다가 슬쩍 주사기로 피를 팔에다 주사를 하는 방식으로 기상천외한 방식의 수혈이 진행되었다.



놀랍게도 우리는 이틀동안 그런방식으로 무려 3 파인트의 혈액을 수혈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으며 아이의 건강이 회복되었다. 녀석은 자기 간의 절반이 날아갔음에도 황달이나 다른 대사 이상을 보이지 않았고 ( 출혈후의 수혈에 의한 약한 황달은 곧 사라졌다 ), 2차 감염도 없이 아주 빠른 속도로 건강을 회복했다.



녀석은 결국 그렇게 중환자실에서 일주일을 넘긴다음, 씩씩하고 건강하게 퇴원을 하게되었다.



그런데 아이가 퇴원하던 날 사단이 생겼다.



보호자가 하얕게 질린 모습으로 나를 찾아왔고, 보호자의 손에는 퇴원비 계산서가 들려있었다.



보호자는 자기의 아이가 수혈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이것은 어떤 변명의 여지조차 없었다. 우리가 혹시나 일반 병동에 있는 동안 무심코 보호자가 챠트라도 볼 까봐 챠트에 혈액전표도 붙이지 않고 따로 이중장부를 만들다시피 하면서 완전 범죄를 했는데, 엉뚱하게 퇴원비 계산서의 치료내역에서 혈액이 청구된 것이다.



사실 이 이야기를 하면서 그 문제를 어떻게 수습해야 했는지. 그다음의 일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구차하게 다시 거론하고 싶지않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결국 사람사는 세상인데 해결이야 되지 않았겠는가..



그런데 그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원래 종합병원의 퇴원비 계산서는 수술비, 마취료, 진찰료, 입원료, 투약료, 처치료,약품료 와 같은 항목으로 청구되지 보호자가 들고 있는 상세진료비 계산서는 보호자가 특별히 요구 할 경우에만 발급되는 것인데, 사실 그런 경우는 거의 없는 일이었다.



아무래도 미심쩍어 그 경황중에 원무과에 내려가서 상황을 물어보았다.



그리고 거기서 원무과 여직원으로부터 어떻게 보호자가 상세진료비 명세서를 들고 있고, 그나마 수혈 내역까지 상세하게 알고 있었는지를 듣는순간, 나는 정말 태어나서 가장 심각하게 화를 냈다. 정말 사람에 대한 분노가 그정도에 이른 경험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 문제의 인턴 선생이 이번일에 개입한 것 이었다.



놀랍게도 보호자들이 그 인턴 선생을 찿아가서 아이에 대한 상의를 했고 ( 나는 그 종단의 교우들이 심지어 다니는 집회장소가 서로 달라도, 서로 알음알음으로 그렇게 서로 넓고 깊은 인간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인턴 선생은 아이의 상황을 알아보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사실 그 인턴 선생은 그일로인해 그 즈음에 병원에서 왕따가 되다시피해서, 중환자실이나 수술실 출입은 못하고 있었지만, 마지막에 보호자에게 아무래도 수혈을 한 의심이 가는데, 꼭 상세진료비 명세서를 확인하라고 가르쳐 준 것이었다.



나는 그때 그 인턴 선생에 대한 징계 위원회 소집을 요구 할 것인지를 두고 깊은 갈등에 빠졌다.



이정도 사안이라면 가운을 벗길 수 있는 일이었고,공식적인 문제가 된다면 아마 그렇게 될 것이었다. 더우기 이런 사람이 의사가 된다면 이것은 그야말로 심각하고 치명적인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인데. 어쩌면 정말 이 친구의 의사면허는 박탈되어야하는 것이 아닌가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결국 당사자의 이야기를 다시 들어보기로 했다..



그날 저녘 인턴선생과 저녁 식사를 같이 했다.



나는 내심 경우에 따라 이친구의 인턴 수련을 정지시킬 마음의 준비까지 하고 있었다,



사실 이런상황에서 전공의가 징계위원회에 회부되면 최소한 인턴 수련을 이어 갈 가능성은 없지만, 어쩌면 그보다도 이일로 인해 이친구의 병원내 입지가 이미 식물상태에 들어가 있었다. 처음 수혈 사건만 해도 다들 뜨악 하더라도 한번쯤 넘어가 줄 수 있었지만, 이번일은 우리들뿐 아니라 간호사들이나 기타 다른 진료지원부서의 직원들과의 관계에서도 이미 한계를 넘어가 버렸던 것이다.



나는 대충 몇가지를 먼저 질문했다,



개인의 종교적 신념은 존중 받아야 한다, 그러나 어린 자식의 운명마져 부모의 신념으로 결정 할 수는 없다, 누구던 삶보다 죽음이 중요 할 수 있다, 사실 이차돈의 순교나, 천주교 박해때 "나는 하느님을 믿는다"라는 말 한마디로 수 없이 죽어간 순교자들처럼 종교적 확신 뿐 아니라, 이준,안중근, 등과 같은 영웅적 죽음까지 어떤 면에서는 그리 큰 차이가 있지 않다.



때문에 왜국의 개가 될 지언정 차라리 죽겠다는 열사들이나, 타인의 피를 수혈 받느니 차라리 죽겠다는 당신들의 죽음이나 다 같은 선택의 문제라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아무리 이해를 하려고 해도 아이의 문제와, 신념이 다른 타인의 삶에 개입하는 것은 이해 할 수 없다,



심지어 자식까지야 그렇다 치더라도 지난번에 엠블란스에서 자네로인해 적시에 수혈을 받지 못했던 환자가 왜 자네의 신념에 의해 죽고 살아야하는가? 그만큼 자네의 신념이 절대적이고 강고한 것인가?



이에 대한 그녀의 답은 이랬다.



"나는 신앙을 가진 사람이다, 선생님께서 말씀 하신대로 신앙은 확신이다. 그것에는 인간의 이성으로 이해 할 수 없는 맹목성이 존재한다, 믿음이란 문자 그대로 믿어 버리지 않으면 존재가치가 없다, 나는 내 종교를 믿고있고 믿고 있다는 말은 곧 "따른다"는 뜻이다.



선생님 관점에서는 다른 사람의 죽음에 까지 개입하느냐는 질문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믿음"을 확신하는 내 관점에서는 그냥 두는 것이 그 사람에 대한 구원이다, 만약 내가 내 자신과 타인에 대해 이중 잣대를 가지고 있다면 아예 "믿음"자체를 버리는 것과 같은 것이다. 고로, 비록 소수로서 존중 받지 못함은 알지만, 그래도 나는 내 믿음대로 행 할 수 밖에 없다., "



사실 내 관점에서 보면 그녀의 말은 틀렸고, 그녀의 관점에서 보면 내가 틀렸다.



이대목에서 수혈의 의미를 이야기하거나, 그 종파에서 에이즈나 간염등의 사례를 들어서 수혈금지의 정당성을 주장한다는 이야기들은 사실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나는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스스로 그냥 그 상황에서 죽으면 되지, 왜 수혈이 의무가 되는 "의사"의 길을 들어 섰느냐? 만약 그것이 확신이라면 의사외에 다른 직업을 택했어야 하지 않느냐?



그녀는 또 이렇게 대답했다.



애석하게도 우리 교파에는 의사가 거의 없다, 아주 드물게 나이가 들어서 우리의 교리에 믿음을 가지고 뒤늦게 입문하게 된 의사가 몇 분 계시지만, 그분들은 그 수가 극히 적다,



더우기 우리가 수혈을 거부한다고해서 죽음을 쉽게 생각한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도 생명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살고 싶지만, 다만 수혈을 해서까지 살고 싶지는 않다, 때문에 누군가 의사중에는 우리들을 위해서라도 수혈이 없이도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하거나,의술을 발전시켜 줘야한다,



그런데 선생님 역시 그렇지 않느냐,



일단 상태가 나빠지면 수혈을 하고 쉬운길로 가지 않느냐,, 만약 선생님 같은 분이 내 담당 의사가 된다면 나는 몰래 한 수혈 때문에 정신적인 불구자가 되거나, 아니면 우리말을 존중해서 수혈을 하지 않을 경우에도 사실 속수무책으로 죽게되지 않겠는가? 선생님 머리속에는 "그런 상황에서는 수혈외에는 대안이 없어.."라는 확신이 박혀 있지 않느냐,,



하지만 단 한사람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전통적 가치 기준으로 보면 수혈을 거부하는 우리들의 목숨도 중요한 것이지 않느냐,, 그렇다면 백만에 한명이 있는 희귀병 치료에는 우리나라의 일류의사들이 매달리면서, 백만이 넘은 우리들의 문제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지 않느냐,,



우리도 대수술을 받으면 두렵고 공포스럽다,, 이럴때 우리들을 위해서 어떤 의사가 그나마 수혈을 받지 않고도 최대한 생존률을 높여줄 수 있는 연구와 배려를 해준다면, 그래도 지금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살아남지 않겟는가?



그것이 내가 의사가 된 이유다,,..





사실 나는 그 종파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다만 의사로서 수혈 문제와, 국가의 일원으로서 군복무 문제 등에 대해 마음에 들지 않을 뿐 , 그 사람들이 지키려는 원리주의적인 삶은 어떤 면에서는 현재 타락한 기성 교회에대한 모범이 될 수도 있다, 그 사람들은 생명을 담보로 성서에 쓰여진 "피를 취하지 말라"는 구절을 그대로 시행 할 만큼, 소위 "말씀"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사는 사람들이다,



즉 수혈 문제를 일으킨만큼 다른 기준이 그만큼 엄격하다는 뜻이다,



이것은 기성종단이 "말씀"을 의역하고 임의로 해석하여, 수혈이나 다른 금기들을 유연하게 피해 갈 수 있는 만큼 대신 다른 규범들을 쉽게 왜곡하고 지키지 않고, 방종하며 , 신앙을 신앙 답지 않게 만들고, 성전에 기름이 번들거리고, 교회에 황금이 넘쳐나게 하는 것도 사실이니 말이다.



나는 결국 그녀의 오류를 덮기로 했다.



다만 그녀가 외과,내과와 같은 수혈로 인해 타인의 생명을 위협 할 수 있는 전공을 택하지 않는 조건으로 나는 더이상 이문제에 개입하지 않기로 했다,



....................

...



지금 그녀는 진단 방사선과 전문의 과정을 마치고 같은 교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의원을 개설해서 진료중이며, 교인들이 심각한 외상이나 기타 위험한 상황에 빠졌을 때 , 자신들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조언을 하고 있다, 그리고 혈액학회 회원으로서 대체 수혈 문제에 대해 나름대로 많은 연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삶은 우리에게 끝없는 질문을 던진다...


ㅡㅡㅡ
여호와의 증인이 취존이 안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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