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만 보면 한화의 수비시프트는 대성공이다. 한화 내야수들의 타구처리율은 지난해 89.84%에서 올해 90.13%로 향상됐다. 한화 내야진의 타구처리율이 90%를 넘긴 건 10구단 체제 출범한 2015시즌(91.19%) 이후 올해가 처음이다.
투수진의 피 BABIP(인플레이타구 피안타율)도 지난해 0.324에서 올 시즌 0.273로 0.051이 감소했다. 올 시즌 한화 투수진의 BABIP는 1985년 프랜차이즈 창단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이전에는 1994년의 0.277가 최저치였다.
수비수들이 인플레이 타구를 아웃으로 잡은 비율을 나타내는 DER도 0.722로 2015년 이후 처음 0.700을 넘기며 10개 구단 1위다. 리그 평균(0.688)보다 한화가 3.4% 더 많은 인플레이 타구를 아웃으로 연결했다는 얘기다.
2016년 이후 줄곧 3할대였고 지난해에도 0.319였던 당겨친 타구 피안타율이 올해는 0.265로 뚝 떨어졌다. 내야타구 타율도 2015년 기록한 0.050 이후 제일 낮은 0.055를 기록 중이다. 땅볼 타구 피안타율, 강한 땅볼 타구 피안타율도 독보적으로 낮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수베로 시프트는 잘 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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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볼넷 증가가 잦은 수비시프트 때문은 아닐까. 수베로 감독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전체적으로 큰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수베로 감독은 “투수가 수비시프트에 맞춰서 피칭하려고 하면 (볼넷 허용)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우리 팀 선수들에게 처음 수비시프트에 관한 메시지를 전달할 때 ‘투수가 수비시프트에 맞추는 게 아니라, 야수들의 시프트가 투수에 맞춰진다’는 점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실제 한화의 시프트는 마운드에 선 투수가 누군지에 따라 미묘한 변화를 보인다. 보통은 타자에 따라 시프트가 달라지게 마련이지만 한화는 투수에 맞춘 시프트를 선보인다. 가령 같은 로베르토 라모스 타석이라도 투수가 닉 킹험일 때와 김이환일 때 시프트가 다르다. 패스트볼 스피드와 구위, 그에 다른 타구속도가 다르게 형성되기 떄문이다. 같은 좌완인 김범수와 박주홍이 던질 때도 시프트가 달라진다.
수베로 감독은 “투수 쪽에서 시프트에 맞춰 볼 배합이나 로케이션을 바꾸는 게 아니라, 시프트가 투수에게 맞춰 가는 거라고 투수와 야수들에게 설명했다”고 밝혔다. 투수 김민우는 5월 5일 어린이 기자단과 회견에서 ‘시프트 하면 편하신가요’라는 질문에 “시프트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시프트가 좋다”고 말했다. 시프트와 볼넷의 상관관계는 앞으로 시즌을 치르면서 좀 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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