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패전 77주년 야스쿠니 가보니
97세 노인, 침탈 역사 자랑하듯
"韓뿐 아니라 대만도 우리가 지배"
"日 전범국 아니다" 현수막 내걸려
기시다 총리, 참배 대신 공물료 납부
극우 다카이치 경제안보상 참배
韓 "깊은 실망.. 과거사 직시해야"
中 "국제사회 신뢰 잃지말아야"
“한국과 북만주뿐만 아니라 대만도 우리나라(일본)의 식민지였다!”
제국주의 재현 행진 독일 나치를 연상케 하는 제복 차림의 일본 우익단체 회원들이 15일 도쿄 지요다구 야스쿠니신사에서 변형된 욱일기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
일본제국 육군 군복을 차려입은 97세의 노인은 1945년 1월 태평양에서 북상하는 미군을 저지하기 위한 작전에 투입되었고 중학생까지 동원했다는 참혹한 전쟁의 역사를 자랑인 양 늘어놓았다. 주위에 몰려 있던 시민 20여명이 사진을 찍거나 고개를 끄덕이며 확신에 찬 노인의 목소리에 반응했다. 패전과 함께 꺾여버린 일본제국주의 야욕에 대한 그리움이 일본 사회에 여전함을 보여주고 있다.
야스쿠니신사엔 이날도 일본제국의 육해군복을 재현한 차림의 우익 성향 시민들이 등장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추축국인 독일의 나치나 독일군 제복을 입은 사람도 눈에 띄었다. 오전 10시쯤에는 검은색 제복의 남성들이 군국주의 상징인 욱일기를 앞세워 행진을 벌였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야스쿠니신사 직접 참배 대신에 다마구시료(料)라는 공물료를 납부했다고 교도통신이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공물료는 ‘일본국내각총리대신’이 아닌 ‘자민당 총재’ 명의로 이뤄졌으며 기시다 총리가 사비(私費)로 비용을 충당했다. 기시다 총리가 직접 참배하지 않고 총리 명의나 공비(公費) 지출을 회피함으로써 일본 우익과 국제사회의 요구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는 2012년 12월 2차 집권 후 2013년 12월 현직 총리로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해 동아시아 관계가 크게 경색된 바 있다.
현직 각료인 극우·반한 성향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보상과 아키바 겐야(秋葉賢也) 부흥상은 이날 오전 직접 방문해 참배했다. 8·15 때 현직 각료의 참배는 2020년 이래 3년 연속 이어진 것이다. 일본 내에서도 법적으로 종교 시설인 야스쿠니신사에 대한 현직 정부 각료의 참배는 정교(政敎) 분리를 규정한 헌법 위반 논란을 낳는다.
아베 전 총리 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자민당 정무조사회장도 이날 참배했다.
15일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도쿄 지요다구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려는 시민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도쿄=AP연합뉴스우리 정부는 이날 외교부 대변인 명의 논평을 통해 “일본의 과거 침략 전쟁을 미화하고 전쟁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신사에 일본 정부와 의회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또다시 공물료를 납부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정부는 일본의 책임 있는 인사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기시다 총리의 공물료 납부와 각료들의 참배와 관련해 외교 채널을 통해 엄정 항의했다고 밝혔다. 왕원빈(汪文斌)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측은 일본 측에 역사의 교훈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군국주의와 철저히 단절함으로써 아시아 이웃 나라와 국제 사회의 신뢰를 더 잃지 않길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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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베이징=강구열·이귀전 특파원
https://news.v.daum.net/v/20220815220135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