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11일 오전(현지시간) 홍콩 시위대의 배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트위터 영상 캡처.
홍콩 시위 현장에서 참가자 한 명이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쓰러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1일 오전 7시20분(현지시간) 홍콩 사이완호 지역에서 열린 시위에서 경찰이 실탄을 발사해 시위 참가자 한 명이 쓰러졌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사이완호 지역에서는 시위 첫 희생자인 홍콩과기대 2학년생 차우츠록을 추모하는 시위가 열렸다. 시위대는 도로를 점거하고 경찰들을 향해 소리치며 저항했다.
희생자를 추모하는 이 시위 현장에서 경찰은 실탄을 발사했다. 온라인에 퍼진 영상을 보면 한 경찰이 도로 위에서 시위자를 검거하며 몸싸움을 벌였다. 왼쪽 손으로 시위자를 붙잡고 있던 경찰은 복면을 쓴 또다른 시위자가 다가오자 오른쪽 손으로 그에게 총을 겨눴다.
시위자가 계속 경찰에게 다가오자 경찰은 곧바로 방아쇠를 당겼다. 영상 속에서 경찰과 총을 맞은 사람 사이의 거리는 1~2m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시위자는 배에 총을 맞고 몸을 가누지 못하며 쓰러졌다. 경찰이 실탄을 쏘자 분노한 시위자 한 명이 빠르게 다가와 경찰의 총을 뺏으려 했지만, 주변에서 또 다른 시위자가 그를 말렸다. 짧은 소동 뒤 경찰은 쓰러진 시위자 위에 올라타 그를 제압했다. 해당 경찰이 모두 3발의 실탄을 발사했다고 SCMP는 전했다.
이를 목격한 시위자들은 놀라며 일제히 뒷걸음질 쳤고, 멀리서 경찰을 향해 물건을 던지며 저항하는 이들도 있었다. CNN에 따르면 실탄을 맞은 남성은 차이완 지역의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받고 있으며 위중한 상태다. 남성은 21세로 알려졌다.
홍콩 경찰 공식 트위터에 올라온 성명.
홍콩 경찰은 이날 오후(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오늘 아침부터 과격한 시위자들이 다양한 장소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높은 곳에서 도로로 큰 물건을 던지기도 했다. 폭도들은 지하철에 휘발유 폭탄을 투하하고 대학교 시설까지 파괴했다”며 “이에 경찰은 시위대 해산 및 체포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작전 중에 한 경찰이 방아쇠를 잡아당겨 한 남성이 총에 맞았다”고 실탄 발사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경찰 고위 간부가 오늘 작전 중 무차별 총격을 가할 수 있도록 지시했다는 인터넷 루머가 있다. 경찰은 이런 주장이 완전히 거짓이며 악의적이라고 밝힌다”고 주장했다. “경찰의 총기 사용에는 엄격한 지침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경찰은 시위 참가자들에게 △냉정과 이성을 유지하고 △타인을 해치는 행위를 하지 말 것 △다른 시위자들의 법 집행을 방해하지 말 것을 강력히 호소했다”고 덧붙였다. 실탄을 발사한 경찰관에 대한 조사 및 처벌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경찰은 11일 오전 8시19분(현지시간) 사이완 호에 등장한 시위대를 향해 최루 스프레이를 뿌렸다. SCMP 트위터 캡처
홍콩 시위에서 경찰의 폭력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시위 참여자가 경찰이 발사한 실탄에 맞아 다친 것만 벌써 세 번째다. 11일에는 실탄뿐 아니라 최루 스프레이도 등장했다. 시위자들을 몸으로 제압하는 행위도 빈번히 목격됐다.
경찰은 이날 오전 8시19분 사이완 호에 등장한 시위대를 향해 최루 스프레이를 뿌리며 “뒤로 물러서라”고 소리쳤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소리치며 스프레이를 뿌렸고, 시위대는 괴로워하며 뒤로 물러섰다. 경찰은 실탄을 발사한 경찰을 향해 “살인자”라고 외치는 시위대를 향해서도 최루 스프레이를 쐈다.
비슷한 시간인 오전 8시25분쯤 사톈(沙田)구에서는 경찰들이 나타나 검은색 옷차림을 한 여성을 붙잡았다. 주변 사람들이 저항했으나 경찰은 이들을 향해 총을 겨누며 “물건을 던지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때 겨눈 총은 비살상용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이 여성을 붙잡은 이유는 전해지지 않았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