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프톱카페 우후죽순…'사생활 침해' 논란
홍대·이태원 등서 급증
“옥상서 옆집안 훤히 보여”
영업면적 범위 포함안돼
대부분 불법시설 가능성
적발땐 ‘1년내 시정’ 경고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가족과 함께 사는 임모(여·26) 씨는 지난해 가을 집 근처에 생긴 루프톱(rooftop·옥상) 식당 때문에 늘 커튼을 친 채 생활한다. 임 씨는 “집에 있을 때면 건너편 건물 꼭대기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집 안이 들여다보이고, 맞은편 식당에서도 집 안을 볼 수 있다”며 “옥상에 앉아 있는 사람들과 우연히 눈이 마주쳐 깜짝 놀랄 때도 있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겨울에는 창문을 닫고 지냈지만, 요즘은 날씨가 선선해지고 야외활동이 잦아지면서 다시 루프톱 식당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임 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홍대·이태원 등에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는 루프톱 영업시설로 인해 인근 주민들이 사생활 침해를 호소하고 있다. 루프톱이란 건물 옥상에 천막, 테이블, 장식품 등을 설치해 식사를 하거나 전망을 감상할 수 있게 만든 시설이다. 도심의 야경을 보며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최근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마포구 합정동에서 혼자 사는 이모(여·26) 씨의 집 근처에는 루프톱 식당·술집이 3개나 된다. 이 씨는 22일 “매일 창문을 가려놓고 살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식당 주인에게 항의하자 천막을 치겠다고 약속했지만, 투명천막을 설치하고 당당히 장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루프톱에서 이뤄지는 영업행위가 대부분 불법이란 점도 문제다. 옥상의 경우 식품접객업 영업면적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영업이 불가능하다. 서울시의 경우 관광특구인 중구를 비롯해 서초·송파·서대문구에서만 루프톱 시설이 허용될 뿐, 나머지 21개 자치구에서는 루프톱 시설 영업이 금지돼 있다. 관할 구청 단속을 통해 루프톱 영업이 적발됐을 경우 1차적으로는 시정명령이 내려지며 1년 내로 시정하지 않으면 7일간 영업이 정지된다. 이후에도 6차례에 걸쳐 단속에 들어가 시정되지 않았을 때는 영업장 폐쇄 처분이 내려진다. 그러나 시정 기간이 1년이나 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영업시설에서 루프톱을 폐쇄할 유인이 적다. 용산구청 측에 따르면 남산 등이 있어 조망이 좋은 이태원동의 경우 한 달에 4∼5건 관련 신고가 들어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모든 영업시설을 조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신고된 업소에 대해서만 단속을 나간다”며 “용산구에 5000여 개의 식품영업점이 있지만 이를 단속하는 직원은 3∼4명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나주예 기자 juy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