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일을 하지 않았는데, 훈장을 주신다니 영광입니다. 우리나라와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김병기(사진) 화백은 17일 이렇게 말했다. 1916년생으로 올해 106세인 그는 전화 통화를 위해 보청기를 끼었다고 했으나 발음은 비교적 또렷했다. 그는 올해 문화예술발전 유공자 시상식에서 문화훈장을 받는다. 정부 관계자는 “21일 공식 발표한 후 시상식을 개최할 예정”이라며 “김 화백은 평생 우리 미술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라고 전했다.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인 김 화백은 한국 현대미술사의 산 증인이다. 평양 종로보통학교 짝이었던 이중섭 화백과는 일본 아방가르드 양화연구소 동문이기도 하다.
휴머니즘 예술관을 지닌 그는 북의 전체주의와 맞지 않아 1948년 월남했고, 서울대 교수와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등을 지내며 한국 미술계를 이끌었다. 1965년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참석했다가 그 길로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해외에 체류했다. 2014년 국립현대미술관의 원로 작가 초대전을 계기로 귀국, 2년 후 100세 기념 개인전을 열어 주변을 놀라게 했다. 실제로 그는 지난 6일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예술원 회원 특별전’에 올해 작업한 신작 2점을 출품했다.
김 화백은 막내아들 김청윤(조각가)-오정희(서양화가) 부부가 곁에 살며 정성껏 수발을 들어주고 있다며 “고맙고 행복하다”고 했다. 김 화백은 앞으로 더 열심히 그리겠다고 다짐했다. “인생은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은 거지만, 화가로서는 행복해요. 살아 있는 한 그림을 그릴 거예요. 앞으로 더 중요한 작품이 나올 겁니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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