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다음카페 오븐갤러리
(*좀 길지만 끝까지 읽어주면 고맙겠음 ㅠ*)
자 어제 MBC 뉴스데스크를 보자.
당장이라도 나라 망할듯한
심각한 표정과 어조로
앵커가 다음과 같은 말로 뉴스를 시작한다
"우리 경제의 일자리 부문에서 위기를 알리는 빨간불이 꺼지지 않고 있습니다"
요즘 뉴스 틀면 진짜 우리나라 망하기 직전같다는 불안함이 엄습한다......
그리고 앵커는 다음과 같은 말을 이어간다.
"지난 8월 실업자수, 특히 청년 실업자수가 IMF 구제 금융 이후 최대입니다"
'8월 실업자수가 IMF 구제 금융 이후 최대입니다?'
8월의 실업자수가 IMF 이후 최대라는 것인가,
8월로 한정한 실업자수가 역대 최대라는 것인가.
당연히 저 말을 들은 사람들의 대부분은
현재 청년실업자수가 지난 19년을 통틀어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받아들일 것이다.
하지만 정작 리포트를 보면
'8월 기준'이라는 짤막한 설명이 빠르게 지나간다. (눈치채지 못하게끔)
즉, 1999년 이후 지금까지 모든 기간을 '통틀어' 최고치라는 것이 아니다.
2016년 8월, 2017년 8월, 2018년 8월 등
'8월'만 한정한 기준에서 최대라는 것이다.
나는 현재 고용 상황이 좋다는 말을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동월기준으로 지표를 비교하는 것이 이상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과연 8월의 고용 상황만을 놓고
'IMF 이후, 19년만에 최악의 상황'이라고 단순하게 표현하는 것이
오해의 소지가 전혀 없는 표현이냐는 것이다.
JTBC도 맨 첫머리 뉴스를 '더 심각해진 고용쇼크'를 주제로 잡았다.
JTBC는 그나마 '8월 수치로만 보면'이라는 좀 더 긴 단서를 리포트에 달아놓았지만
이 뉴스를 본 대다수의 사람들은
"지난달 8월 실업률 수치가 10%까지 올라
1999년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는 내용만 입력됐을 가능성이 높다.
즉, 뉴스에서 더 정확한 설명 풀이가 없는한
대부분은 '실업률이 IMF이후 최대인가보네?'라고 단순히 인식하지
'전체가 아닌 8월 기준으로만 최대의 통계치구나'라고 인식하진 않을 것이다.
'실업자수도, 청년 실업률도.. IMF 이후 최악'
이걸 보고 누가 '아 8월만?'이라고 생각할까
심지어 '8월 기준'이라는 짤막한 설명조차 생략한 보도들도 많다.
이런 형태로 쏟아지는 보도 속에서
이미 많은 사람들은 특정한 달이 아닌,
IMF 이후 전체 기간 통틀어 최악의 고용 상황이라고 인식했을 것이다.
자유한국당도 이에 발맞춰
'19년만에 최악의 청년실업률'이라는 선동을 펼치고 있다.
8월 기준이 아니라면,
1999년 이후,
2000년부터 2018년 7월까지
청년 실업률이 10% 이상이었던 경우는 18번이었다.
10%를 초과한 경우는 17번이었다.
IMF 여파가 남아있던 2000년을 제외하면
2014년, IMF 이후 최초로 청년 실업률이 10%를 돌파하며
불황이 심화되던 시기는 박근혜 정부였고,
그 정점을 찍었던 것 역시 박근혜 정부 당시였던
2016년 2월의 12.5%였다.
이 수치야 말로 IMF 이후 최악이었다.
이는 '2월 기준'같은 것이 아니라
아예 1999년 IMF 이후 '전 기간'을 통틀어 최대의 실업률이었다.
현재까지도 이때의 기록이 깨지지 않고 있다.
지금과 달리 말그대로 'IMF' 이후 최악의 실업률이었던 당시,
모든 방송 뉴스와 신문이
지금처럼 'IMF 이후 최악'이라는 말로 도배되었을까?
당시는 모든 방송사가 해당 뉴스를 중반이나 후반에 배치하고
1꼭지로 짧게 처리했다.
불황에 움츠린 기업…청년 실업률 역대 최고 - sbs 1꼭지
청년 실업률 12.5%…5명중 1명 니트족 - kbs 1꼭지
지난달 청년 실업률 12.5%, 역대 '최악' 수준 - mbc 1꼭지
청년 실업률 12.5% '사상 최고치'…고질적 문제되나? - jtbc 1꼭지
'IMF 이후 최악'이라며
제일 첫 순서로 몇꼭지씩 연달아 실업률을 강조하여 보도한
현재의 양상과 정반대다.
포털 기사량도 마찬가지.
IMF나 사상최고치라는 제목으로 보도된 뉴스는 고작 5건에 불과했다.
청년들의 비명..실업률 12.5% 역대 최고 - 이데일리
청년실업률 사상 최고..지난달 12.5% 기록 - 매일경제
청년실업률 12.5% '사상최악'.. 장기화 우려 - 디지털타임스
청년실업률 '사상 최악'…IMF 이후 처음으로 실업률 12% 넘어 - 팝콘뉴스
'최장' 경기침체 '최악' 청년실업률..부끄러운 신기록 - 한겨레
그나마도 거의 인터넷 매체...
설사 8월 한정이라 하더라도
8월 기준의 이번 청년실업률이 IMF 이후 최고치였고,
그것이 너무나 심각한 상황이어서
최악의 고용쇼크라는 보도를 집중적으로 쏟아낸 것이라면
이들은 어째서 IMF 전 기간을 통틀어 역대 최고치의 청년 실업률 기록했던
박근혜 정부 당시에는 후반 순서로 1꼭지의 보도만으로 끝낸 것일까?
'총공격'이라 할만큼 최근 몇 달간
문재인 정부를 향해 쏟아지는 '고용쇼크' '경제위기' 프레임의 보도들이
과거와 비교했을 때 정말 공정한 잣대일까?
(그리고 위 캡쳐를 보면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최저임금 속도조절 공식화했다고 보도했지만,
해당 발언을 보면 시장과 현장에서 얘기하는 탄력근로제,최저임금 등
여러가지 경제 정책에 대해 재점검하고
속도 조절 등에 대해서 각 부처와 논의해보겠다, 였지
이 모든 것은 최저임금 때문이니 속도 조절 하겠다!가 아니었다.
뭔 인상 속도조절 공식화...)
심지어 손석희는 긴급토론까지 마련하여 진행하였다.
이 날 JTBC 뉴스룸이 이 실업률 통계와 관련하여 뉴스에서 할애한 분량은
무려 총 27분이었다.
(말그대로 '정말' IMF 이후 '최대치'였던 박근혜때는 1분 37초로 끝났다.ㅎ)
더 웃긴 것은
그 바로 전해였던 2015년 2월의 11.0%라는 청년실업률 역시
IMF 이후, 역시 전 기간 통틀어 사상 최고치였다는 것이다.
(그것을 바로 다음해에 경신한 것이다)
이때는 보도 상황이 더 심각했는데
이 같은 내용을 JTBC,KBS는 후반부에 1꼭지만 보도하였고
SBS,MBC는 아예 보도하지 않았다.
작년 2017년 2월의 12.3%도
16년 2월 12.5%에 이어
IMF 이후 (전 기간 통틀어) 역대 2번째로 높은 실업률이었다.
즉, 박근혜 정부들어 지속적으로 악화되던 실업률이
2015년부터 3년 연속 최고치를 갱신했거나, 근접했던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IMF 이후
16년,17년,18년만에 최대의 실업률이던 당시에는
지금같이 'XXX땜에 곧 나라 망한다'듯한 보도량은 찾아볼 수 없었다.
현재 우리는 단군 이래
통계청 자료에 가장 많은 관심과 보도분량을 할애하는
대한민국의 언론을 볼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
떠올려보면, 대체 언제부터 한국 언론이
이정도로 통계청에서 발표되는 자료에 대해 촉각을 세우며 톱으로 보도했었는가.
가계동향조사 하나를 놓고 언제부터 이렇게
양극화가 어떻다는둥, 소득증가율이 어떻다는 둥 하며
곧 나라가 파탄날 것처럼 최대치의 보도를 비중있게 쏟아냈던가.
아마 통계청에서 9월의 고용통계가 내달 발표되면..
지금같은 보도가 또 반복될 것이다.
10월에도, 11월에도, 12월에도.. 계속 되겠지.
실업률의 상승세가 꺾이면 '둔화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라고 깔 것이고
실업률이 떨어지면 '반짝 수치일지 모르니 두고봐야한다'고 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름끼치는 사실 하나.
2018년 8월의 청년 고용률은 42.9%로
8월 기준으로 지난 10년간 역대 최고치다.
경제 활동 참가율도 마찬가지다.
즉, 8월 기준 청년실업률이 10%로 IMF 이후 최고치라고 광팔수있다면
똑같은 논리로
8월 기준 청년고용률이 42.9%로 10년만에 최고치라고 광팔수도 있는 거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게 유리한 얘기는 죽어도 해줄 수 없기에
언론 그 어느 곳에서도
저런 방식으로 '고용률' 얘기는 하지 않는다.
대신 두루뭉술하게, 아주 x같은 논조로
'IMF 이후 19년만에 최악의 청년실업률'이란 날조만 반복하고 있다.
이게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