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의료과잉 대한민국..."인구 대비 요양병상 수 OECD 7배"
1,928 18
2018.03.14 05:55
1,928 18
경남 남해군에 사는 배모(82·여)씨는 몇년 전 허리 수술을 받은 뒤 홀로 거동하기 불편해졌다. 지난해 배 할머니는 함께 살던 아들 부부에게 “요양병원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입원할 만큼 아픈 곳은 없었지만, 맞벌이하는 아들 부부가 자신을 돌볼 수 없어 병원을 택했다. 혼자 집에 남은 어머니를 챙기지 못해 마음 쓰이던 아들도 따를 수 밖에 없었다. 배씨는 요양병원 입원ㆍ퇴원을 반복하고 있다. 소위 요양병원에 만연하는 '사회적 입원'이다. 배씨는 “때 되면 밥 챙겨주고, 물리치료도 해주니 병원이 낫다. 아들ㆍ며느리에게 짐이 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한국의 인구 대비 요양병원의 병상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7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 아니라 병원 이용이나 검사도 월등히 많아 '의료 과잉' 현상이 심해 건강보험 재정이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보건 의료 실태조사 결과(2011~2016년)를 13일 공개했다. 복지부는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라 2001년부터 5년 주기로 조사하고 있다. 건강보험ㆍ의료급여ㆍ보훈ㆍ자동차보험ㆍ산재보험 등의 자료를 통합해 분석했다.

국내 의료는 공급과 이용 모두 과잉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는 13개로 OECD 국가 평균(4.7)의 2.8배 수준이다. 1인당 연간 평균 입원 일수(한국 14.5, OECD 8.1), 1인당 연간 외래진료 횟수(한국 14.6, OECD 6.9)가 월등히 많다. 고가의료 장비의 대명사인 자기공명영상촬영(MRI) 장비도 인구 100만명당 한국은 27.2대나 있다. OECD 15.5대의 1.8배다. MRI 검사비용의 대부분이 건강보헝이 안 돼 환자 부담을 초래한다. 장비가 넘치니까 병원들이 검사를 남발한다. 수술·처치 등의 수가가 낮아 이를 벌충하려는 목적도 있다.

최모(87·부산광역시)씨는 한달에 서너번은 집 주변 병ㆍ의원을 찾아간다. 평소 건강에 관심이 많은 최씨는 몸이 안 좋다 싶으면 수액 주사를 맞거나 관절염을 앓는 무릎에 주사를 맞는다. 그는 “주변 노인들이 MRI, CT 찍는 게 좋다고 이야기하는데다 의사도 한 번 찍어보라고 권유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원본보기
65세 이상 10명 중 3명은 소혈관 질환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고혈압 유병 기간이 길고 나이가 많다면 2~3년에 한 번은 뇌 MRI를 찍는 게 좋다.

요양병원 증가는 더 문제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가 세계 최고라는 점을 감안해도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2016년 기준 전국 의료기관의 입원 병상 수는 67만1818개다. 이 가운데 요양병원의 병상이 38%(25만5490개)를 차지한다. 2011~2016년 전국 의료기관은 연평균 1.9% 증가했지만 요양병원은 988곳에서 1428곳으로 연평균 7.6% 늘었다. 30~99병상 소규모 요양병원은 8.1% 줄어들었지만 300병상이 넘는 큰 데는 31.5% 급증했다.

원본보기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렇게 무분별하게 병원이 늘고 의료 이용이 증가하는 이유는 지역 별 의료 수요에 맞게 병상·장비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요를 충족하면 병원 개설이나 병상 증설, 신규 장비 도입 등을 통제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병상과 장비는 거의 자유시장에 맡겨져 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집에서 통원 치료를 해도 충분한 노인이 입원한다. 요양병원에 걸어 들어갔다가 폐렴ㆍ욕창 등으로 번지면서 사망한다. 건강보험 재정을 위협하는 일종의 ‘사회적 고려장’"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역마다 노인 주간보호센터ㆍ방문 돌봄 등을 늘려 집에서 지내면 환자와 의료 재정에 이롭다”고 말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일본은 지역별 의료 이용 시스템이 잘 돼 있는 반면 우리는 별 관리 없이 병원 인허가 등이 이뤄지고 있다. 앞으로 영상이나 병상 관련 수가를 조절해 과잉 의료에 따른 건보 재정 악화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목록 스크랩 (0)
댓글 18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영화이벤트] 세상의 주인이 바뀌었다!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예매권 증정 이벤트 302 04.24 21,802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549,179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3,005,639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3,811,541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0,298,971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1,291,390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3 21.08.23 3,408,518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17 20.09.29 2,240,356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41 20.05.17 2,964,946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53 20.04.30 3,522,862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글쓰기 권한 포인트 상향 조정) 1236 18.08.31 7,894,691
모든 공지 확인하기()
2391825 정보 오타쿠들한테 반응 좋은... 트위터 팔로워 28만 넘는 트위터리안이 진행한 '애니송 인기 투표' TOP5 결과...jpg 13:40 41
2391824 이슈 24년만에 모델 변경됐다는 맥심 모카골드 CF 3 13:38 472
2391823 유머 꽃구경하는 베이천🐼 턱밖에 못긁는 베이천🐼 5 13:37 376
2391822 기사/뉴스 리센느, 오늘(25일) '버블' 신규 오픈…소통문 활짝 연다 13:37 118
2391821 유머 한국인들은 죄송합니다가 너무 길어서.jpg 14 13:35 1,944
2391820 기사/뉴스 청각장애 아이돌 빅오션 “수어도 하나의 언어죠” 1 13:35 264
2391819 이슈 🐼🐼 푸바오 vs 후이바오 논쟁 33 13:34 966
2391818 이슈 베트남 여자 임신시켜놓고 결혼하기 싫다는 아들 65 13:33 4,300
2391817 기사/뉴스 김남주, 모던 우먼의 품격..우아한 세련美[화보] 1 13:33 206
2391816 이슈 김윤아 “데뷔 27년, 기혼에 아이 있는 또래 女 뮤지션 많지 않아” 4 13:32 374
2391815 기사/뉴스 송하예 ‘미녀와 순정남’ OST 합류, 이승철 원곡 ‘사랑 참 어렵다’ 슬픈 감성 재해석 13:30 85
2391814 기사/뉴스 [단독] 싸이커스·더뉴식스·에잇턴, '로드 투 킹덤2' 출격 35 13:30 1,468
2391813 기사/뉴스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스틸 공개! 퓨리오사 VS 빌런 디멘투스 8 13:29 321
2391812 이슈 작년 7월 이후 뉴진스 공백기가 길어서 의아해하던 케톡러들 28 13:28 3,477
2391811 기사/뉴스 [공식] 서현우, '열혈사제2' 빌런 합류…'마약 카르텔' 부정부패 검사 5 13:28 1,057
2391810 이슈 민희진 긴급기자회견 개최…오늘 오후 3시 한국컨퍼런스센터, 이 자리에는 민 대표와 함께 법률대리인 세종도 함께한다. 46 13:27 3,068
2391809 이슈 잠 자는 고양이 사진 찍고 업로드 호락받는 남돌 4 13:27 1,146
2391808 기사/뉴스 [단독] 한보름, 드라마 '스캔들' 주연... 한채영과 호흡 13:27 957
2391807 유머 퇴근 10분 전 일 시키는 상사 참교육 4 13:25 1,022
2391806 유머 리스본 길거리에서 자신의 모습에 취해버린 라이즈 성찬씨.X 3 13:23 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