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민의 젠더리스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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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은 성별 구분이 상당히 뚜렷한 편이다. 가끔 대형 음악 방송 같은 이벤트에서 아이돌이 자신과 성별이 다른 아티스트의 춤을 추기도 하는데, 이때 보면 손짓, 발짓부터 그 움직임까지 그 차이가 상당히 뚜렷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즉 복잡한 스텝과 넘치는 힘, 부드러운 동작과 섬세한 웨이브 같은 식으로 양쪽이 다른 방향과 방식으로 꾸준히 발전해 왔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팝 음악, 힙합 음악, 댄스 음악이라는 게 대개 그렇기도 하다. 몸의 생김새가 다르고 목소리가 다르고 움직임이 다르다. 성별의 차이는 특히나 그 간극이 매우 뚜렷하게 인식되기 때문에 차이를 보여주기에 좋은 영역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애초에 여기에 깔려 있다는 남성다움, 여성다움이 뭘까. 예컨대 모든 남성이 전형적인 남성성을 가지고 있거나 목표로 하는 건 아니고 모든 여성도 마찬가지다. 그런 걸 굳이 만들고 싶은 생각이 없는 사람도 있고, 해도 잘 안되는 사람도 있다. 타고난 것도 관심도 다들 다르다. 결국 사람마다 다르다는 이야기고, 이 다름은 예전보다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작품을 만드는 쪽도 소비하는 쪽도 그 경계를 의심하고 그 명확해 보이던 구분이 흐려져 가는 데 익숙해 지고 있으니, 기존의 규범과 구분의 흔들림 사이에서 새로운 자리를 찾아가며 영역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된다.
태민의 솔로 활동이 그렇다. 간단히 말하지면, 태민은 태민 식의 “멋짐”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 멋짐은 많은 부분 ‘갭'의 이용에서 나온다. 예컨대 관능과 순수, 막내와 성장, 거친 리듬과 느린 안무. 사운드는 매우 정교하고 음악은 탐미적이다. 그리고 ‘괴도’에서는 남성 안무가 사이에, ‘무브’에서는 여성 안무가 사이에 태민이 자리를 잡고 그 공통점과 차이를 함께 드러낸다. 이렇게 양쪽 모두와도 “다름”이라는 캐릭터의 서사를 차곡차곡 만들어 간다.
패션 역시 여기서 큰 역할을 한다. 페티시 패션 풍의 셔츠, 글램 록의 반짝거림, 슬림한 까만 슬랙스나 찢어진 블랙진, 미니멀리즘, 시스루와 레이스. 다들 비슷한 데가 있는데 바로 성별 구별이 모호한 패션 장르들이다. 예컨대 멋지고 섹시함을 만들어 내는 데 기존의 남성성, 특히 K-POP이 관습적으로 활용하던 부분을 별로 이용하고 있지 않다.
젠더리스 패션에도 여러가지 흐름이 있는데, 태민의 방식은 자신의 가시적 성별을 패션을 이용해 지워버리고 이를 통해 기존의 성별 구분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방식과는 약간 다르다. 그보다는 기존 남성성의 대안으로서 새로운 남성성을 만들어 내는 쪽에 가까워 보인다. 이 새로운 남성성을 위해 이용할 수 있는 건 이용하고 자신에게 잘 맞는 게 있다면 영역에 상관없이 받아들이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룩을 만든다.
결국 태민이 만들어 가는 멋짐과 섹시함은 무성이나 모호한 상상의 개념 위에 서 있는 게 아니다. 명확히 “멋진” 남성을 향하고 있고, 그게 예전과 다를 뿐이다. 그 바깥의 다른 건 아마 상관할 바도 아니고 별로 관심도 없는 거 같다. 말 그대로 기존의 관념 따윈 알 바 없고 멋진 게 뭔지, 어떻게 하면 그걸 만들어 낼 수 있는지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태민은 K-POP 산업에서 자기만의 영역과 서사를 상당히 일관적으로 구축해 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물론 아직 갈 수 있는 길은 한참 남아있다. 더 깊게 파고들고 탐구하면서 쌓여가고 있는 태민만의 멋짐이나 섹시함이라는 게 과연 앞으로 어디로 더 나아갈 수 있고, 얼마나 더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지 궁금하다.
글 | 박세진(패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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