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유머 TV쇼 중 진짜 식칼들고 나왔던 사람 이야기
4,448 11
2020.07.08 04:32
4,448 11


조영남을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온다. 한편으로 미안한 마음도 든다.



 1969년 부산 국도극장 개관 기념 ‘10대 가수쇼’가 열렸다. 68년 ‘딜라일라’로 스타가 된 신인가수 조영남이 나타났다. 톰 존스의 원곡을 번안한 ‘딜라일라’는 변심한 애인이 불 꺼진 창 안에서 딴 남자와 잠자리하는 것을 보고 개탄하는 내용이다. ‘밤 깊은 골목길 그대 창문 앞 지날 때/창문에 비치는 희미한 두 그림자/그댄 내 여인 날 두고 누구와 사랑을 속삭이나/오 나의 딜라일라’라는 애절한 가사에 세시봉 세대들은 열광했다. 심지어 그는 텔레비전에 출연해 부엌칼을 치켜들고 두 남녀에게 다가가는 장면을 연기하며 노래를 했다.



 조영남은 신인 시절부터 전혀 신인 같지 않았다. 한마디로 버르장머리가 없는 후배였다. 그런 이야기가 내 귀에도 자주 들려 왔다. 
특히 나와 절친했던 포클로버스(최희준·박형준·위키 리·유주용) 멤버들은 조영남이라면 이를 갈았다. 포클로버스는 편곡을 못하면 가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실력파였다. 
조영남 같은 후배가 하나 더 있었다. ‘아마도 빗물이겠지’로 엄청난 인기를 모은 신인 이상열이었다. 
둘이 ‘건방진 쌍두마차’였다. 특히 조영남은 대선배들 앞에서도 다리를 꼬고 앉았을 정도였다.



 부산 국도극장 대기실은 여러 가수들로 붐볐다. 그 쇼의 간판으로 초청된 나는 그날따라 옷차림에 신경을 썼다. 
아내가 프랑스제 옷감을 구해 지은 옷과 턱시도, 에나멜 신발로 한껏 멋을 냈다. 무대에 설 차례가 되어 단장을 하고 있는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 왔다.



 “형님, 옷 참 좋~습니다.”



 조영남이 소파에 드러누워 발을 꼰 채 나를 올려다보며 던진 말이었다. 거기까진 좋았다. 그 다음이 문제였다.



 “한남동 양부인 집에 가면 커튼 옷감이 다 그런 거던데요.”



 ‘양부인’이라면 화류계 여자다. 집사람이 최고 옷감으로 지어준 옷을 그런 데 비유하다니.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조영남을 바닥에 팽개친 후 몸을 밟았다.



 “너 이 자식. 내 앞에 나타나면 가만두지 않겠어.”



그러곤 번쩍 들어 출입구로 던져버렸다. 놀란 조영남은 슬그머니 사라졌다. 무대 인사하고 대기실로 돌아오니 다른 사람들이 오히려 날 걱정했다.
조영남의 매니저가 명동의 주먹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누군가는 도망가란 조언까지 해주었다. 그러나 난 겁나는 게 없는 사람이었다. 
태연하게 신발끈을 묶고 있는데 대기실 입구 쪽에서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속으로 ‘올 것이 왔구나. 
한판 뜨자’고 생각하고 고개를 들었다. 조영남 매니저가 무릎을 꿇은 채 5m가량을 기어오는 게 아닌가.



 “큰형님, 영남이 무례한 것 사과드립니다.”


고 보니 조영남 매니저는 당대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평가받던 복서 서강일과 주먹계 족보상으로 동생뻘이었다. 내가 서강일과 의형제 사이라는 걸 알고 그가 무릎을 꿇은 것이었다.



 조영남 사건은 금방 소문이 났다. 그 일 이후 나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내 매니저로부터 조영남이 시민회관(구 세종문화회관)에서 하루 네 차례 리사이틀을 한다는 정보를 들었다. 그날 모든 스케줄을 빼고 근처 다방에 있다가 네 번의 공연이 끝날 때마다 무대로 올라가 꽃다발을 전했다. 그게 내 마음의 표현 방식이었다.



신성일



목록 스크랩 (0)
댓글 11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영화이벤트] 세상의 주인이 바뀌었다!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예매권 증정 이벤트 304 04.24 24,495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552,436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3,014,997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3,812,065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0,303,148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1,297,682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3 21.08.23 3,408,518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17 20.09.29 2,241,863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41 20.05.17 2,964,946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53 20.04.30 3,522,862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글쓰기 권한 포인트 상향 조정) 1236 18.08.31 7,896,900
모든 공지 확인하기()
462511 유머 소방대피 연습 중 원장님 살려주는 원생 16:54 90
462510 유머 민희진 기자회견을 보면서 꽤 많은 사람들이 느꼈다는 것 9 16:53 1,565
462509 유머 SM의 혹덩이 다 주운 하이브 22 16:52 3,438
462508 유머 민희진 성격을 잘 꿰뚫고 있었던 이수만 ㅋㅋㅋㅋ 16 16:52 4,527
462507 유머 힐링하고 갈래? (주어: 푸바오) 19 16:48 1,277
462506 유머 우리는 케이팝의 나라 대한민국입니다 9 16:47 1,862
462505 유머 [국내축구] FC서울 콜라보한 제품이 마음에 든 린가드.jpg 10 16:47 1,483
462504 유머 와 근데 이수만 똑똑하긴 하다 102 16:47 14,067
462503 유머 억제기가 파괴되었습니다 30 16:45 4,238
462502 유머 실시간 슈퍼챗 받은 민희진 기자회견.jpeg 36 16:44 9,209
462501 유머 근데 저 변호사님 선임비 엄청 비싼 분이네 ㄷㄷ 36 16:43 7,270
462500 유머 [KBO] 어제 최정 신기록 홈런구 한번에 잡는 모습...gif 27 16:42 1,853
462499 유머 실시간 트위터 트렌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46 16:41 7,919
462498 유머 사회초년생 (51세 / 하이브 설립자 / 현 하이브 의장) 17 16:40 5,054
462497 유머 수임료 30억(?) 세종 변호사.jpg 17 16:39 5,471
462496 유머 @: 이와중에 지금 4시에 지코 뮤비사진 줘야되는데 코즈 직원들 지금 민희진 기자회견 보느라 안 올림 제발 364 16:37 29,607
462495 유머 이 시간 활동명 어케 해야할지 애매한 연예인 34 16:34 7,921
462494 유머 @@ : 기자들 사진촬영 하지 않는게 맞네 29 16:32 7,841
462493 유머 실시간 롯데 자이언츠팬 이창섭 MLB 해설위원의 민희진 기자회견 감상평 251 16:29 24,802
462492 유머 다시보이는 뉴진스가사 10 16:27 6,8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