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 교원 임용고사 준비생 김다예 씨는 하루아침에 목표가 사라지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전국 시·도교육청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2022학년도 공립 중등교원(중·고교 교사) 임용시험 사전예고에 중국어 교사 선발 인원이 '0명'이었기 때문입니다.
선발 인원이 줄어들 것은 준비생 대부분 예상했지만 아예 뽑지 않을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는데요.
김씨는 "목표가 사라져버린 것"이라며 "내년 후년에도 선발 인원 0명이 아니란 법은 없어 불확실함이 암담하게 만든다"고 토로했습니다.
한 현직 교사도 "올해 가장 충격적인 과목이 중국어"라며 "(채용 규모) 사전예고가 여느 해보다 늦어 중국어 교사를 꿈꾸는 준비생 1천여 명이 시간을 허비하고 미래 없이 방황하게 됐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중국어 교사는 지난해 전국적으로 33명을 선발했는데, 이처럼 한 명도 뽑지 않는 것은 1997년 해당 교과 교사 선발을 시작한 이래 처음입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수가 계속 줄어 매년 교원을 줄이는 상황에서 현재 각 학교 중국어 교사 수가 충분해 선발해도 당장 배치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최근 국민청원에는 '2022학년도 중국어 교사 선발 티오(일정한 규정에 의해 정한 인원) 확대를 건의한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청원 작성자는 "예정 공고대로 전형이 진행된다면 중국어 교사 양성에 치명적인 공백이 발생한다"며 예비 공고이므로 확정 발표 시에는 필요한 인원을 선발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영어 다음엔 중국어'라며 일본어보다 미래 비전 있는 제2외국어로 인기이던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런 상황은 의외인데요.
올해 사전예고를 보면 전국적으로 일본어 교사는 28명, 프랑스어는 10명, 독일어는 5명을 뽑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올해 프랑스어(2명)와 독일어(1명) 교사를 21년 만에 선발할 만큼 제2외국어 신규 임용을 중단하다시피 한 동안에도 중국어 교원을 2019학년도 8명, 2020학년도 6명을 선발한 터라 준비생들의 당혹감은 더욱 큽니다.
일선 중고교 교사들은 학생들 사이 중국어를 꺼리는 경향이 있어 수요가 감소한 측면이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학생들이 한자를 기피하는 데다가 중국어 간체자와 성조(음절 안에서 나타나는 소리의 높낮이)를 익히는 데 어려움을 느껴 쉽사리 선택하지 않는단 겁니다.
한 중학교 교사는 "제2외국어를 선택할 때 비교적 배우기 쉽고 수강 인원이 많아 내신을 따기 쉬운 일본어로 학생들이 많이 몰린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학생들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해 학점을 누적하는 고교학점제가 2023년부터 시행된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학생들이 어렵다고 느끼는 제2외국어 대신 입시에 유리한 교과를 고르게 되고 수강 인원이 적어 상위 등급을 받을 확률이 낮은 과목은 더욱 꺼리게 된다는 것이죠.
게다가 중국의 동북공정, 문화 왜곡 논란 등으로 사회적으로 반중 정서가 생겨난 점도 영향을 줬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임용고사 준비생 고모 씨는 "코로나19 사태와 동북공정, 김치 종주국 논란 등 반중 정서가 생기면서 중국어에 대한 흥미도 떨어진 듯하다"고 말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시도교육청은 교사 배치 현황과 향후 학생 수요를 고려해 교원을 선발할 수밖에 없는데요.
그러나 교육 현장에선 많은 학교가 현재 기간제 교사로 부족한 교원을 수급하고 있다며 고교학점제가 본격 시행되면 이런 소수 선택 과목은 기간제 자리마저 줄고 시간 강사로 꾸려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또한 학생들 선호도가 떨어지더라도 제2외국어 과목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수요공급의 경제 원리로만 접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중국은 경제적인 측면, 주변 국가와 관계에 따른 협력 등을 고려할 때 향후에도 문화와 언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나라란 점에서 이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결정이라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임승규 외국어교육정상화추진연합 상임부대표는 "교원 수급 관리에서 너무 경제 원리로 접근하고 있다"며 "중국은 경제, 문화, 주변국과의 관계 등에서 밀접해 그 나라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단 점에서 해당 교사를 안 뽑는 것은 근시안적인 정책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