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발언이 나온 재판은 지난해 11월 29일 대전고법에서 열린 교감 A씨에 대한 선고 공판이다. A씨는 학생 B양에 대해 학교폭력 피해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2015년 10~12월 수십차례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B양의 손을 잡고 흔들며 학교를 거닐고, B양의 엉덩이와 가슴을 만지는 등 강제추행했다. 당시 B양의 나이는 11살이었다.
사건은 B양이 피해 당시 적은 일기, 알림장 등 메모를 B양의 어머니가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B양이 작성한 메모에는 “교감 선생님을 믿고 상담했지만 팔을 문질러 수치심을 느꼈다” “몸을 만지고 안기까지 한다”고 적혀있다. A씨를 뱀으로 묘사한 B양의 그림도 증거로 제출됐다.
하지만 A씨는 1ㆍ2심에서 모두 무죄를 받았다. 두 재판부 모두 “B양의 진술, 메모장 등 검찰이 제출한 증거의 신빙성이 낮다”는 이유를 들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B양의 손을 잡고 걷거나 어깨를 토닥인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해당 상담이 일어난 장소가 개방된 교무실, 운동장에서 진행된 점을 봤을 때 피해 주장을 인정할만한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B양 가족은 무죄 판결에 대한 불만과 함께 재판장의 발언 때문에 또 한 번 상처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B양 가족이 법원에서 받은 녹음 내용에 따르면 이 재판장은 "이번 사건이 피고인(교감 A씨)의 교직 생활에 아무쪼록 유익한 경험이 되어서…"라고 말했다.
당시 재판을 방청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인권단체 ‘허그유’의 홍다희 대표는 “판사가 선고 마지막쯤에 ‘유익한 경험’이라고 말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당시 방청을 했다는 한 법무법인 관계자도 “선고가 끝나고 판사가 피고인한테 한 덕담 같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대전고법 측은 "교감이 잘했다는 취지로 한 말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대전고법 관계자는 “해당 판사가 오래전 일이라 정확하게 기억을 하지 못한다"면서도 "만약 그런 말을 했다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라'는 취지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 당사자의 입장 차이가 극심하게 갈리는 재판이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원심 판결은 피해자(B양) 진술의 증명력을 배척했고, 사실을 오인한 위법성이 있다"며 상고이유서를 냈다. “교감이 딸의 손을 잡고 걷거나 어깨를 토닥인 사실은 판사도 인정했다. 게다가 피해자가 일관되고 세밀하게 진술했는데도 재판부가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한 이유를 알 수 없다”는 취지의 B양 가족 주장도 함께 대법원에 제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