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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이상언의 시선] 손혜원님, 투기라서 문제라는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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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4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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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사적 이득 노려 기사 쓰면 해고될 수도
손 의원의 공·사 구별 인식 부족이 논란의 발단

이상언 논설위원
알면서 그러시는 것 같기도 하고, 정말 뭐가 문제인지 모르시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야당은 뻔뻔하다고, 여당은 순진하다고 합니다. 23일 목포에서 언론을 향해 “여러분이 왜 자꾸 저를 링 위에 올리시는지 모르겠다”고 한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이런 설명을 해 봅니다.

가상의 문화부 기자 A를 예로 삼아 보겠습니다. 그는 한류에 대한 글을 많이 썼습니다. 정부가 한류 관련 법인에 세금을 깎아주거나 보조금을 줘야 한다고 기사로, 칼럼으로 틈만 나면 주장했습니다. 빈도가 과하고 논지가 다소 일방적이었지만 동료 기자들은 문화적 열정으로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A의 가족이 한류 박물관을 가지고 있음이 드러났습니다. 원래는 A가 운영했는데, 기자가 되면서 부인에게 맡겼던 것이었습니다. 정부가 그런 지원책을 만들려 하자 조카들한테 돈을 줘 한류 관련 사업체를 만들도록 했다는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공기(公器)인 언론을 이용해 사적 이득을 취하려 했다는 비난이 쏟아진 뒤 회사 징계위원회에 불려 간 A는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①한류에 대한 내 사랑은 진심이다. ②기사와 칼럼은 순수한 뜻에서 쓴 것이다. ③지금까지 금전적 이득을 얻는 게 전혀 없다. ④나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악의적 의도를 갖고 있다. ⑤내 덕에 한류에 대한 관심이 커졌으니 공익을 위해 일했다고 봐야 한다.

징계위원회가 정상적으로 작동됐다면 A는 글을 쓸 수 없는 자리로 좌천됐거나 권고사직 처분을 받았을 것입니다. 공적 권한을 사적 이득을 위해 쓴 것은 기자에게 명백한 결격사유입니다. 증권 담당 기자는 주식 투자를 할 수 없습니다. 주요 언론사에는 그런 내규가 있습니다. 기자가 보유한 주식의 가치 상승에 유리한 기사를 쓰거나, 취재 중 얻은 정보를 투자에 이용하는 것은 징계 사유가 됩니다.

손혜원 의원님도 A처럼 내가 이득을 얻은 게 없고, 취하려 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하셨습니다. 또 공적인 권한을 남용하지도 않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의원님 생각과 비판적 여론의 방향이 엇갈리는 지점입니다.

목포시청에 따르면 ‘근대문화유산 공간’으로 지정된 목포 구도심 일대의 부동산 가격은 상당히 올랐습니다. 지난해 10월까지 1년 동안에만 평균 31%가 상승했습니다. 의원님 조카들과 지인들이 소유권을 가진 부동산의 가격도 꽤 올랐을 것입니다. 의원님 부군께서 이사장으로 있는 재단이 매입한 집들의 가치도 불어났을 것입니다. 관청에서 무슨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를 모르고 일찌감치 집을 판 사람들은 자다가 벌떡벌떡 일어날 일입니다. 의원님은 재단이 사들인 부동산에 나전칠기 박물관을 만든 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할 것이기 때문에 내가 얻을 이익은 없다고 주장하셨습니다. 가상의 예로 삼은 A가 “아내가 운영하는 박물관을 국가에 귀속시키려 했다”고 해명했다면 면죄부를 얻었을까요.

다음은 그 부동산들이 있는 목포 구도심이 근대문화유산 공간으로 지정되는 데 국회의원이 가진 공적 권한이 사용됐느냐는 문제입니다. 의원님은 “나는 근대문화유산 보존 사업을 해야 한다고 일반론으로 주장했을 뿐”이라고 항변하셨습니다. 그런데 “목포 같은 데 지금 목조주택이 그대로 다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시에서는 위에 케이블카를 놓는다고 지붕만 오렌지색으로 칠하고 있어요. 이 집을 뜯어서 제대로 원위치시켜 놓으면 너무나 놀라운 자원이 될 것입니다”고 국회에서 문화재청장을 앞에 두고 말씀하셨습니다. “목포에 아주 형편없는 여관을 아는 사람을 설득해서 숙소로 만들어 봤어요. 외국인들한테 열광적으로 팔려 나가고 있어요”라고도 했습니다. 그 숙소가 바로 조카 명의로 돼 있는 창성장 아닙니까. 의원님은 근대문화유산 공간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한 11개 지역 중 유독 목포에 대해서만 여러 차례 말씀하셨습니다. 의원님은 목포 시의원이 아니고 국회의원입니다.

결국 의원님 가족·인척·지인의 이득과 국회의원의 공적 권한이 연결됐습니다. 그래서 공직자윤리법 2조의 이해충돌 방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는 것입니다. 의원님 부친의 독립유공자 인정, 국립중앙박물관에 지인 딸 채용 권유 건도 마찬가지입니다. 보훈처장을 의원실로 부르고, 박물관에 가 채용을 요청한 것은 국회의원의 권한을 사적으로 사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투기와 투자의 경계는 모호합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부동산 투자는 죄가 아닙니다. 능력껏 하셔도 됩니다. 하지만 국민이 위임한 공적인 권한이 인척과 지인의 부동산 가치를 높이는 데 쓰여서는 안 됩니다. 가족의 숙원을 해결하는 데 이용돼서도 안 됩니다. 이런 윤리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겠다면 공직에서 물러나 자유롭게 살면 됩니다. 국회의원 한 명에 한 해 6억원의 세금이 쓰입니다. 공적인 일에 전념하라고 국민이 모아 주는 돈입니다.

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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