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를 영원히 서포트해달라느니 자기가 뭘 하든 니가 행복하면 됐다 하고 지지해달라느니 하는 건 그 자체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이에요. 사람은 누구나 그런 사랑을 받고 싶어하죠. 브라이언 씨가 저런 마음을 품는 건 전혀 잘못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우리가 어떤 소망을 품는 게 정당한가와 그것의 실현을 위해 남에게 요구하는 게 옳으냐는 다른 문제예요. 저런 건 팬들이 빠심이 목구멍까지 차올라 방언으로 튀어나올 때 할 말이지 연예인 쪽에서 먼저 해달라고 요구할 게 아닙니다. 연예인은 팬들에게 사랑받고 싶은 욕구를 적절히 노출시키는 게 팬조련에 도움이 되지만 그걸 저렇게 투박하게 직설법으로 표현해서는 안 돼요. 대놓고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할 게 아니라 다 너희 덕이다, 너희 없었으면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겠냐, 너희 때문에 내가 이 일 한다 하면서 팬들의 공덕으로 돌려야 합니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걸 팬들의 의무가 아닌 공덕으로 만들어야 해요. 팬들이 요구받아서가 아니라 자애로운 사랑으로 헌신하는 거라는 프레임을 짜야 합니다. 내가 사랑받을만하니까 여러분이 날 사랑해주는 게 아니라 여러분의 사랑이 모자란 나를 완성시켰다고 해야하는 겁니다.
팬들과 연예인의 관계도 권력 관계예요. 대체적으로 팬들은 자신이 위인 걸 좋아합니다. 설사 팬들이 가끔씩 오빠를 받들어 모시면서 피학적인 표현을 쓴다 해도 그 관계의 주도권은 팬들에게 있어요. 팬들이 지는 것처럼 보일 때도 사실은 져주는 겁니다.
빠순이들이 원하는 상급 애교는 '애기인 오빠가 지딴에는 남자라고 가오를 잡지만 그 와중 어쩔 수 없는 애기스러움이 드러나고 마는 것'이잖아. 저렇게 대놓고 무셔무셔하는 거 말고, 오빠가 지 딴에는 눈에 힘주고 있다가 놀랄 일 생기니까 무의식적으로 흠칫 하는 거. 대놓고 무셔무셔하면 '사실은 전혀 안 무서워하고 있다'가 빤히 보여서 에러임. 빠순이들이 오빠에게 보호본능 느끼는 것도, 오빠가 지 주관적으로는 눈에 힘주고 있는데 외부 정황이 오빠를 위협하면서 오빠가 피치 못한 힘듦을 슬쩍 드러내야 빠순이의 보호본능이 철철 우러나옴. 오빠가 직접 빠순이들에게 자기 보호해달라고 하는 건 오답임. 내가 예전에도 그랬잖아. 오빠가 당연한 권리로 빠순이에게 뭘 요구해서는 안 되고 빠순이가 자비로워서 스스로 오빠에게 베푸는 프레임을 짜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