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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조두순 트라우마'..그는 다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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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9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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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전 그 곳.

8살 나영이는 교회 지하 회장실에서 성폭행 당했다. 교회는 간판만 남기고 떠났다. 지하 화장실은 철거됐다. 지금은 부엌으로 쓰는 것 같다고 주민들은 말했다. 건물 출입문이 닫혀 있어서 들어가 볼 방법은 없었다. 기자에게 위치를 알려주겠다며 따라 나선 호기심 많은 미용실 아주머니는 더 소란피우지 말고 가는 게 좋겠다고 했다. 기자가 온 걸 건물 주인이 알면 난리칠 거라고 말했다. 가을바람이 꽤 차가웠다. 한 달만 있으면 12월이다. 조두순이 나영이를 끔찍하게 성폭행한지 꼭 10년이 된다.




▲ 피해자의 고통은 영원하고, 가해자의 고통은 유한하다.
시간은 공평하다. 나영이는 10살을 더해 18살이 됐고, 56살이었던 조두순도 10살을 더해 이제 60대 중반 노인이다. 그러나 고통은 공평하지 않다. 나영이는 인공 장기를 몸에 달고 평생을 살아야 한다. 조두순은 2020년 12월 13일 12년 형을 마치고 만기 출소한다. 2년 남았다. 피해자의 고통은 영원하지만, 가해자의 고통은 그렇게 끝이 난다.

이런 부조리는 드문 일이 아니다. 심각한 상해를 입거나 가족을 잃은 흉악 범죄 피해자들은 영원히 고통 받는다. 사법 체계는 국민의 법 감정을 따라가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러나 조두순은 조금 특별하다. 국민들은 수시로 기억에서 조두순을 소환한다. 유독 조두순이다. 왜 일까.



▲ 두 번째 국민청원.
지난해 9월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조두순의 출소에 반대하고, 강한 처벌을 위해 재심 해야 한다는 내용이 올라왔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3개월 동안 61만 5천 명이 공감했다. 조국 민정수석은 답을 했다.

"재심은 유죄 선고를 받은 범죄자가 알고 보니 무죄이거나 죄가 가볍다는 명백한 증거가 발견된 경우, 즉 처벌받은 사람의 이익을 위해서만 청구할 수 있습니다. … 조두순은 위치추적 전자발찌를 7년 간 부착하고 5년간 신상정보를 공개해야 하고, 반드시 법무부의 보호관찰을 받습니다." - 조국 민정수석 답변

재심 불가능, 출소 뒤에는 철저히 관리할 것이니 안심하라는 말이다. 그런데 지난 10월 20일, 1년 만에 청와대 게시판에는 조두순의 출소를 막아달라는 청원이 또 올라왔다. 이번에도 단숨에 20만 명을 넘었다.



▲ "징역 12년, 그 때는 적지 않은 형량이었다."
조두순은 12년 형을 선고받았다. 법조계에서는 당시 기준으로 꽤 강한 처벌이었다고 평가한다. 노영희 변호사는 "그 당시 성폭행 형량이 보통 3,4년이었다. 주치감경 때문에 논란이 있었지만, 12년 형은 이례적으로 높은 처벌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검찰과 법원의 판단은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2009년 1월 9일 검찰은 조두순을 일반 형법상 강간상해죄로 기소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을 적용했다면 더 강한 처벌이 가능했다. 더구나 1심 법원은 범행 당시 술에 취해있었다는 이유로 3년 감형했다. 검찰은 항소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두순이 형이 무겁다며 대법원까지 재판을 끌고 갔다. 국회·청와대 홈페이지에 항의 글이 빗발쳤다. 국회 법사위에서 추궁이 있자, 검찰은 잘못 판단했다고 인정했다.

국민들은 그 때나 지금이나 그의 죗값이 온당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곽대경 동국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어린 아이를 대상으로 한 끔찍한 범행에 충격 받은 국민들이 나영이와 가족들에게 감정이입 된 측면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입된 감정은 내 아이도 저런 일을 당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번졌다. 사법 체계에 대한 불신은 깊어졌다. "조두순 사건을 계기로 국민들은 과연 우리의 형사사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됐다."고 곽 교수는 분석했다.



▲ 그는 '교화'됐을까.
조두순의 출소를 반대하는 국민청원이 또 등장한 이유는 실질적인 재범 우려다. 조두순은 어딘가에서 살 것이다. 골목에서 혹은 아파트 복도에서 그를 마주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에는 그가 판사에게 낸 탄원서가 언론에 공개됐다. 교정 기능이 그에게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커 보여서 불안감은 더 커졌다.

"나는 착한 사람입니다, 절대로 짐승도 하지 않는 파렴치한 짓을 일삼는 저주받은 인간이 아닙니다. 술이 깨고 나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 조두순 탄원서 내용

조두순은 전자발찌를 차고 보호 관찰도 받는다. 하지만 그 뿐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교 교수는 "사실상 보호 관찰관 한 명에게 조두순을 맡겨 놓게 된다. 주민들은 불안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전자발찌 찬 상태에서 벌어진 성범죄는 66건이다. 연 평균으로는 50건이 넘는다.



▲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이수정 교수는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이 또 올라 온 이유를 설명하면서 이렇게 운을 땠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재차 이 문제를 재기하는 건 정부에 생떼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아직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조건 만남'이 넘쳐난다. 목사가 어린 아이들을 유인해 이른바 '그루밍 성범죄'를 저지른다. 그런데 처벌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조두순 사건은 이런 불안감이 상징적으로 드러나는 범죄 피해의 대명사인 셈이다."라고 이 교수는 말했다. 조두순이 국민들에게 '트라우마'로 남아 일상에서 벌어지는 성범죄에 대한 두려움의 상징처럼 됐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 5년 경찰청 통계를 보면 강간 사건은 연평균 5천 건 넘게 발생한다. 지난해에만 5,176건이다. 강제추행은 지난해 만6천 건을 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15살 이하 여자아이를 대상으로 한 성폭행은 지난해 392건 발생했다. 지금도 어딘가 제2의 조두순들이 아이들에게 끔찍한 짓을 저지르고 있다.



▲ 이제는 다른 답을 할 때
조두순 사건을 계기로 2009년부터 아동성폭력 범죄의 처벌이 강해졌고, 공소 시효도 없어졌다. 전자발찌 착용기간도 최대 30년으로 늘었다. 그러나 외국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다. 미국 대부분 주는 종신형을 선고하고, 스위스도 아동 성폭행범은 종신형이다. 프랑스는 무조건 징역 20년 이상을 선고한다. 평생 전자발찌를 채우고 화학적 거세하는 유럽국가도 적지 않다.

물론 처벌을 강화한다고 범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범죄자의 인권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 화학적 거세가 도입될 당시 신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합병증 우려도 있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았다. 법체계상 성폭행의 형량을 높이면 다른 범죄의 형량도 함께 조정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그래서 아동 성폭행만이라도 형량을 더 가중하거나, 사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백종문 변호사는 "가해자의 인권보다 피해자의 인권이 중요하다"며 "정신 감정 등을 통해 재범 가능성 큰 흉악범에 한해 출소 후 격리하는 보호 수용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2016년 법무부가 관련법을 냈지만, 인권 문제 때문에 무산됐다. 이수정 교수는 "아동 성폭행의 경우 피해가 너무 끔찍하니까 새로이 법을 만들어나 개정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두순의 출소가 가까워 오거나, 비슷한 사건이 또 발생했을 때, 비슷한 국민청원은 다시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일사부재리 같은 원론적인 답변만 하고 아무 대응을 안 해주는 것이 옳은 선택인지 정부와 정치권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한석[hsgo@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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