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다 글 올립니다
아직 자식이 없어서요
전 서울에 있는 모 사립초의 미술 강사입니다
사립학교라 그런지 예체능에 시간과 돈을 많이 투자하는 학교라서 교내 미술 대회도 많고 얀말에 큰 전시회도 합니다
오늘 2학년 학부모한테 전화가 왔는데
말 그대로 자기 아들한테 미술에 재능 있다는 말을 하지 말아다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그분의 말투가 무례하셨거나 그런 건 아닌데 제 입장에서는 좀 불쾌하더군요
그래서 "학부모로부터 이런 식의 부탁을 들어본 적이 처음이라 좀 당황스럽지만
잘하는 아이에게 잘한다 칭찬해주는 일을 의도적으로 숨겨야 하는 게 교사로서 맞는 역할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학생을 평가하는 건 저의 수업권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부모님이 직접 이렇게 전화주셨을 때는 그만큼 중요한 일이시니 참고는 하겠습니다"
하고 끊었습니다
그 어머니 말로는 본인은 아들이 미술 전공 하는 걸 원치 않는데 학교에서 자꾸 미술 시간에 칭찬을 받아서 그 후로 애가 미술 시간 끝나고 오면 업되어 있고, 미술 학원 보내달라고 조르고, 집에서도 혼자 그림 그리는 시간이 많아져서 걱정이랍니다
나중에 전공한다고 할까봐 걱정이랍니다
아직 9살 밖에 안된 아들이 학교에서 칭찬 받아서 생기가 돌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혼자 그림 그릴만큼 그 대상에 푹 빠져 있는 게 그렇게 걱정스러운 일이라
학교 선생님한테 칭찬을 자제해달라고 부탁할 수 있나요?
담임 선생님한테 물어보니
그 아이가 공부가 많이 떨어진대요 아직도 쉬운 받아쓰기도 많이 틀린다는데
공부에 관해서 늘 주눅들어있는 아이가 미술시간이 제일 좋다고 하고 그림일기 숙제가 제일 좋다고 하고 그런다네요
제 수업권을 학부모로부터 방해 받은 것 같아 불쾌한 건 둘째치고 이쯤되면 아이가 불쌍해지는데
분명 아이는 칭찬을 계속 원할 겁니다
저도 칭찬을 해줄 수 밖에 없는게 2학년이면 연속 2교시 미술 수업을 끝까지 집중하는 경우가 아주 드문데 그것도 남자 아이가(차별이 아니라 보통 여자 애들이 미술을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어요)미술 시간 되면 한마디도 안 하고 2교시 연속 혼자 끙끙대며 항상 반에서 가장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요
칭찬을 받으니 더 잘하려고 하는 것 같더라구요
그런 아이한테 학부모 말대로 칭찬를 자제해주는 게 맞는 걸까요?
ㅇㅇ는 정말 미술에 소질이 있구나 정말 잘한다
라는 칭찬 대신 그래 잘했네 이 한마디로 칭찬을 끝내야 할까요
그렇게 눈을 반짝이며 열심히 하는 아이한테 도저히 못할 짓 같은데
정말 재능은 있는 아이에요
제가 대학원 다닐 때 그 아이 그림을 교수님께 보여드리니 어린 애라고 다 그림이 재밌고 생동감 있는 건 아니다 이 아이는 정말 재능이 있어보인다 하셨거든요
정말 딜레마네요 오늘 하루종일 머리가 아픕니다
9살이면 꿈이 하루에 열두번도 더 바뀌고 저학년 때는 미술이 젤 좋아요 하고 눈을 반짝였던 아이들도 고학년 되면 그림 대충 완성해서 제출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뭘 지금부터 그렇게 그 엄마는 아이의 싹을 밟으려고 하는디 저로서는 이해가 안됩니다
학부모의 입장에서 볼때요,
그 어머니의 부탁처럼 아이한테 미술에 재능 있다는 말을 자제해야 할까요?
http://www.82cook.com/entiz/read.php?bn=15&num=1819650&page=1&searchType=search&search1=1&keys=%EB%AF%B8%EC%88%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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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자식이 없어서요
전 서울에 있는 모 사립초의 미술 강사입니다
사립학교라 그런지 예체능에 시간과 돈을 많이 투자하는 학교라서 교내 미술 대회도 많고 얀말에 큰 전시회도 합니다
오늘 2학년 학부모한테 전화가 왔는데
말 그대로 자기 아들한테 미술에 재능 있다는 말을 하지 말아다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그분의 말투가 무례하셨거나 그런 건 아닌데 제 입장에서는 좀 불쾌하더군요
그래서 "학부모로부터 이런 식의 부탁을 들어본 적이 처음이라 좀 당황스럽지만
잘하는 아이에게 잘한다 칭찬해주는 일을 의도적으로 숨겨야 하는 게 교사로서 맞는 역할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학생을 평가하는 건 저의 수업권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부모님이 직접 이렇게 전화주셨을 때는 그만큼 중요한 일이시니 참고는 하겠습니다"
하고 끊었습니다
그 어머니 말로는 본인은 아들이 미술 전공 하는 걸 원치 않는데 학교에서 자꾸 미술 시간에 칭찬을 받아서 그 후로 애가 미술 시간 끝나고 오면 업되어 있고, 미술 학원 보내달라고 조르고, 집에서도 혼자 그림 그리는 시간이 많아져서 걱정이랍니다
나중에 전공한다고 할까봐 걱정이랍니다
아직 9살 밖에 안된 아들이 학교에서 칭찬 받아서 생기가 돌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혼자 그림 그릴만큼 그 대상에 푹 빠져 있는 게 그렇게 걱정스러운 일이라
학교 선생님한테 칭찬을 자제해달라고 부탁할 수 있나요?
담임 선생님한테 물어보니
그 아이가 공부가 많이 떨어진대요 아직도 쉬운 받아쓰기도 많이 틀린다는데
공부에 관해서 늘 주눅들어있는 아이가 미술시간이 제일 좋다고 하고 그림일기 숙제가 제일 좋다고 하고 그런다네요
제 수업권을 학부모로부터 방해 받은 것 같아 불쾌한 건 둘째치고 이쯤되면 아이가 불쌍해지는데
분명 아이는 칭찬을 계속 원할 겁니다
저도 칭찬을 해줄 수 밖에 없는게 2학년이면 연속 2교시 미술 수업을 끝까지 집중하는 경우가 아주 드문데 그것도 남자 아이가(차별이 아니라 보통 여자 애들이 미술을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어요)미술 시간 되면 한마디도 안 하고 2교시 연속 혼자 끙끙대며 항상 반에서 가장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요
칭찬을 받으니 더 잘하려고 하는 것 같더라구요
그런 아이한테 학부모 말대로 칭찬를 자제해주는 게 맞는 걸까요?
ㅇㅇ는 정말 미술에 소질이 있구나 정말 잘한다
라는 칭찬 대신 그래 잘했네 이 한마디로 칭찬을 끝내야 할까요
그렇게 눈을 반짝이며 열심히 하는 아이한테 도저히 못할 짓 같은데
정말 재능은 있는 아이에요
제가 대학원 다닐 때 그 아이 그림을 교수님께 보여드리니 어린 애라고 다 그림이 재밌고 생동감 있는 건 아니다 이 아이는 정말 재능이 있어보인다 하셨거든요
정말 딜레마네요 오늘 하루종일 머리가 아픕니다
9살이면 꿈이 하루에 열두번도 더 바뀌고 저학년 때는 미술이 젤 좋아요 하고 눈을 반짝였던 아이들도 고학년 되면 그림 대충 완성해서 제출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뭘 지금부터 그렇게 그 엄마는 아이의 싹을 밟으려고 하는디 저로서는 이해가 안됩니다
학부모의 입장에서 볼때요,
그 어머니의 부탁처럼 아이한테 미술에 재능 있다는 말을 자제해야 할까요?
http://www.82cook.com/entiz/read.php?bn=15&num=1819650&page=1&searchType=search&search1=1&keys=%EB%AF%B8%EC%88%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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