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세계경제포럼(WEF)이 평가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이 15위를 차지했다. 거시경제·정보통신기술(ICT) 보급은 세계 1위권이지만, 생산물·노동시장은 중하위권을 기록했다.
WEF는 17일 '2018년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를 통해 우리나라의 종합순위가 평가대상 140개국 중 15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국가경쟁력 순위는 26위였다.
단, 지난해 순위와 올해 순위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WEF가 올해 발표부터 4차 산업혁명, 글로벌 금융위기 경험 등 경제환경 여건 변화를 반영해 평가방식을 개편했기 때문이다.
WEF는 평가시 시의성·객관성이 떨어지는 ▲결핵·말라리아 발병률 ▲테러위협 비용 ▲경영대학원의 질 등의 항목을 삭제하는 대신, 광케이블 인터넷 가입자 수나 특허출원, 시가총액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항목 등을 추가했다. 설문 비중을 줄이는 대신 통계 등 정량평가 비중도 늘렸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종합순위는 전체적으로 상향조정됐다. 구지수 기준으로는 2016년과 지난해 모두 역대 최저 수준인 26위를 기록했지만, 신지수 기준으로는 지난해 순위는 17위, 올해 순위는 그보다 두 계단 높은 15위를 기록했다.
WEF는 한국의 거시건전성 관리 노력과 적극적인 ICT·인프라 투자, 혁신성장 추진 등에 높은 점수를 줬다. 단 생산물시장의 취약한 경쟁구조와 노동시장의 경직성 등 구조적 문제는 취약요인으로 지적했다.
부문별로 순위를 따져 보면 인프라(6위), ICT 보급(1위), 거시경제 안정성(1위), 혁신역량(8위) 등이 10위권 안에 들었고, 시장 규모(14위), 보건(19위), 금융시스템(19위), 제도(27위), 기술(27위), 기업활력(22위) 등이 30위권 안에 들었다. 반면 생산물 시장(67위)이나 노동시장(48위) 부문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았다.
거시경제와 ICT 인프라는 우수한데, 독과점 등으로 생산물 시장이 왜곡돼 있고 노사간 관계도 악화돼 있다는 게 WEF의 진단이다. 세부적으로 한국은 거시경제와 관련해 인플레이션(1위), 공공부문 부채 지속가능성(1위) 등에서, ICT 보급과 관련해 인터넷 가입자 수(1위), 인터넷 사용 인구(9위)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생산물 시장과 관련해 독과점 수준(93위), 관세 복잡성(85위) 등의 항목에서 중하위권을 기록했다.
특히 노동시장과 관련, 노사협력 항목에서 124위를 기록하며 하위권에 머물렀으며 정리해고비용(114위), 노동자 권리(108위) 등에서도 100위권 이하로 밀려났다.
또 대부분의 지표가 지난해보다 나아진 것과 달리 관세율(89위→96위), 임금 결정의 유연성(62위→63위), 정리해고 비용(112위→114위), 전문경영에 대한 신뢰도(39위→61위), 규제 개혁에 관한 법률적 구조의 효율성(56위→57위), 권한 위임 의지(78위→88위) 등의 항목은 오히려 올해가 더 악화됐다.
국가별로는 미국·싱가포르·독일이 각각 1, 2, 3위를 차지했다. 4위와 5위는 각각 스위스, 일본이 차지했다. 이들은 모두 12대 평가 부문 중 생산물 및 노동시장 효율성, 혁신역량 등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미국의 경우 생산물과 노동, 금융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고 싱가포르 역시 생산물과 노동에서 각각 1위, 3위를 기록했다. 독일은 생산물이 7위, 혁신이 1위를 기록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홍콩이 7위, 대만이 13위로 우리보다 높았으며 중국은 28위를 기록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