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심석희가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주장이라는 신분에도 조재범 코치에게 최소 3차례 구타를 당한 진짜 원인이 밝혀졌다. 전명규 대한빙상경기연맹 전 부회장이 엄청난 압박을 가한 결과 조 코치가 심 선수를 때리게 됐다는 추론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23일 대한체육회 등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공공기관 및 유관 기구에 대한 2018년도 국정감사를 실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국회의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전명규 전 부회장에 대한 질의를 통해 1심 징역형을 받고 수감 중인 조재범 코치의 옥중 편지를 공개했다.
조재범 코치는 “(연세대학교를 택한) 최민정의 평창동계올림픽 준비 기간 실력과 성적이 너무 좋았다”라면서 “전명규 전 부회장은 (자신이 교수로 재직 중인) 한국체육대학교가 더 잘나가야 하니까 (해당 학교 최고 스타) 심석희의 호성적을 위해 지도자인 저를 대회 때마다 압박했다”라고 폭로했다.
평창동계올림픽 직전 기준 최민정과 심석희의 2017-18시즌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월드컵 시리즈 세계랭킹을 보면 정황은 더 명확해진다.
최민정은 지난 시즌 쇼트트랙월드컵 시리즈 세계랭킹 500·1000m 2위 및 1500m 1위로 올림픽 데뷔 무대인 평창 대회성공이 확실시됐다.
심석희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시점 쇼트트랙 월드컵시리즈 세계랭킹에서 1500m 2위와 1000m 3위 그리고 500m 11위로 최민정에게 국가대표팀 간판스타를 내준 기색이 역력했다.
조재범 코치는 “심지어 2~3시간씩 (심석희의 상대적 부진에 대한) 전명규 전 부회장의 욕설을 들어야 할 때도 있었다”라고 회상하면서 “그만두겠다고 말했더니 머리를 주먹으로 때리더라. 뺨도 맞았다. 직업도 잃고 빙상계에서 설 자리도 잃을까 무서워 (심석희 폭행이라는) 올바르지 않은 일을 했다”라고 후회했다.
전명규 전 부회장은 “심석희 관련으로 조재범 코치에게 부담을 준 적이 없다”라고 손혜원 의원의 폭로를 부인했다.
손혜원 의원은 “머리가 더 아파야 한다”, “정신병원에 갈 정도로 힘들어져야 한다”, “압박을 가해야 한다” 등 조재범 코치에게 스트레스를 줬음을 짐작할 수 있는 전명규 부회장 육성 녹취록을 국정감사 현장에 재생하는 것으로 응수했다. 전 부회장은 “내 목소리는 맞다”라고 꼬리를 내렸다.
5월 23일 공개된 문화체육관광부 대한빙상경기연맹 특정감사 결과에는 “조재범 코치가 진천선수촌 밀폐된 공간에서 1월 16일 발과 주먹으로 수십 차례 구타했다”라는 내용이 적시됐다.
일명 ‘심석희 퇴촌 파문’의 진실은 “조재범 코치가 가한 폭행의 공포감에서 탈출하기 위해 선수촌을 빠져나갔다”라는 것이 문화체육관광부 보고서 내용이다.
심석희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 피해자 조사에 응하여 “조재범 코치의 구타가 2018년 1월 16일 전에도 2차례 더 있었다”라고 증언했다.
조재범 코치의 심석희 폭행은 잔인한 가해와 직전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현직 주장이었다는 신분뿐 아니라 대회를 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이라는 것도 경악을 자아냈다.
가혹한 구타를 당한 1월 16일은 심석희의 평창동계올림픽 첫 공식전으로부터 불과 26일 전이였다. 전명규 전 부회장은 조재범 코치가 폭력적인 수단을 써서라도 심 선수의 성적 향상을 독려하도록 사실상 유도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dogma01@maekyung.com